■ 포스트 코로나 시대, 농촌 의료체계 이렇게 바뀌어야..

농촌사회도 보건의료와 돌봄에 있어 큰 변화 맞이할 것
원격진료 재점화…열악한 농촌의료 대안 될 수도 있어

 

코로나19 발생은 가뜩이나 열악한 농촌 의료인프라 상황에서 농촌주민의 의료복지서비스 접근 한계성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농촌의 의료공백은 이미 하루 이틀의 이야기가 아니다. ‘모든 국민은 보건에 관해 국가의 보호를 받는다’는 헌법 제 36조의 국민보건권이 있지만 농촌 주민은 늘 이 기본권에서 소외돼 왔다.

 

원격 가능 진료영역에 대한
 세부적 기준 마련돼야

농촌 의료공백 코로나19 상황서
 더욱 두드러져

‘1차의료’ 보완이 우선돼야

열악한 의료 인프라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의 ‘2018년 농어업인 대한 복지실태조사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보건의료기관수는 5만 8944곳이었다. 반면 농어촌에 있는 보건의료기관수는 7687곳이다.
의료시설 접근성이 떨어져 전국 농촌 마을 3만6천792곳 가운데 마을 내 보건소가 있는 경우는 3.3%, 병·의원 내지는 한의원이 있는 경우는 5.7%에 그쳤다. 약국을 둔 마을도 7.6%였다.
종합병원의 경우 농촌 마을 내 있는 경우가 0.4%에 불과할뿐더러 인근 마을까지 차로 달려서 도착하는데 평균 35.3분이 걸리는 것으로 집계됐다.

농촌 내 의료인력도 턱없이 부족하다. 보건복지부가 2018년말 실시한 ‘보건의료인력조사’에 따르면 의사 중 48.8%와 간호사의 51.4%가 수도권에 몰려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촌지역에서 근무하는 의사와 간호사의 비율은 각각 10.5%, 8.6%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 되면서 농촌의 홀몸어르신들은 더 더욱 건강 사각지대로 내몰리고 있는 형편이다. 마스크를 구하기가 어렵고, 신체· 정서적 문제를 예방하던 차원에서 드나들던 복지관과 노인정도 문을 닫아버려 취약한 농촌의료의 최대피해자가 되고 있는 실정이다.

충남 태안의 김선자 할머니는 “대도시보다는 청정지역이어서 확진자가 없는 상황에 대도시의 자녀들의 방문은 마을 전체적으로 꺼리고 있는 분위기다. 그치만 몸이 아프면 마을에서 10km 떨어진 면 소재지 약국까지 직접 나가야 하는데 차를 태워줄 자식이 없어 어려움이 많다”고 불편함을 호소한다.
대부분 시골에서 혼자 사시는 어르신들은 마스크 구입에서도 어려움을 겪었다. 구매해 줄 동거인이 없는 어르신들은 대리구매가 쉽지 않았고 걷기조차 어려운 노인들이 마스크를 사기 위해 면 소재지까지 걷는 것은 애초부터 불가능했다.

보건의료 돌봄 변화 예고
코로나19를 겪으며 우리 농촌사회도 보건의료와 돌봄에 있어서 큰 변화를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일단 마을 단위의 촘촘한 안전망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쏟아지고 있다.
경북 청도 대남병원의 사례에서도 보여지듯이 여러 명의 환자가 한 공간을 쓰다보면 집단 감염의 우려가 높고 특히 고령층의 환자가 오래 입원하다보면 면역력도 떨어지고 여러 질환으로 감염 초기 증상을 알아차리기도 힘들다. 이런 점들 때문에 보건의료와 돌봄에 변화가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마을 단위의 책임의료와 돌봄체계를 구축하자는 것이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생활 방역과 질병예방, 환자 조기 발견과 1차 의료의 역할을 할 주치의제도나 마을 건강센터 도입이 대표적이다.

연계의 중요성
충북 음성군보건소 보건정책과 이은경 주무관은 마을단위의 진료소가 농촌주민을 위한 공공의료의 중요한 축으로 활동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았다고.
“경로당이 문을 닫으면서 독거노인 등의 심리적 불안감이 상당히 있는 상황에서 문을 열고 진료를 한 곳은 오직 진료소뿐이었다”며 “걷기조차 어려운 노인들을 위해선 직접 방문도 하고 주 2회 안부전화도 실시했다. 이전보다는 농촌주민들이 손씻기 교육이나 각종 위생교육에 적극 임하고 있다”고 말한다.

코로나19 상황이 모두 처음이다 보니 초반 많은 혼란이 있었지만 선별 진료소운영, 자가격리, 앱을 통한 모니터링으로 보건소가 지역주민들을 위한 거점기관으로 재탄생했다.
“위기 상황에서는 먼 곳에 있는 가족보다 내 마을에 있는 진료소가 더 주민들에게 다가간다. 평소 만성질환관리를 하고 있어서 코로나19 상황에서 더 주민들이 진료소에 의지를 했고 일부 자녀들은 진료소에 직접 전화를 해 부모님의 안부를 묻고 보살핌을 호소했다”고 말하는 이은경 주무관은 농촌사회의 촘촘한 연계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코로나19로 재점화된 원격진료 
신종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원격의료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원격의료 도입 논란이 시작된 것은 10년쯤 전부터지만, 그간 별다른 진척은 없었다. 18~20대 국회에서 모두 원격의료를 허용하자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이 발의됐으나 보건의료시민단체, 의사단체가 반대하면서 법안이 통과된 적은 없다.

원격의료 도입을 찬성하는 이들은 의료접근성과 편의성이 늘어날 수 있다고 주장하고, 반대 측에서는 오진 가능성과 의료민영화를 우려한다. 최근에는 코로나19라는 변수가 논의에 얹어져 병원 내 감염방지를 위해 지난 2월부터 원격의료의 일종인 전화상담과 처방이 한시적으로 허용됐다. 
 충남 서천은 코로나19 장기화로 비대면 활동이 강조되는 시기에 7680만 원을 들여 거동이 불편하거나 병원과 멀리 떨어져 의료지원을 받기 힘든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원격 의료지원을 시범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서천군보건소는 관내 6개 읍면 약 50명의 의료 취약계층을 원격 의료지원 대상자로 선정하고 공중보건의와 간호사를 4팀으로 나눠 월 1회 이상 원격으로 건강진단을 제공하고 있다.
코로나19로 가장 주목받는 원격의료는 현재 보건소 모바일 헬스케어 화상연계, 방문 건강관리 등 기존 디지털 기반 비대면 의료사업을 일부 늘리는 것으로 국한돼 있지만 앞으로 보다 발전된 원격진료는 병원이 멀리 떨어져 의료혜택을 받기 힘든 주민들을 대상으로 운영돼  ‘의료 접근성’이 떨어지는 농촌주민들에게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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