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 - 윌리엄메리대학 김경희 종신교수

세계경제포럼(WEF)은 2016년 초등학교에 입학한 전 세계 어린이가 40대가 되면 그중 65%는 현재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형태의 직업을 갖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러한 미래전망에 따라 부모는 미래사회를 이끌어가야 할 자녀를 기계나 인공지능을 능가하는 창의력 있는 인재로 길러야 한다. 창의영재교육 분야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토런스상을 수상, 영재교육으로 유명한 미국 윌리엄메리대학의 종신교수로 있는 김경희로부터 창의적인 영재교육에 대해 알아봤다
.

얌전하게 공부를 잘하고
어른들 말 잘 듣는 아이보다
엉뚱하되 긍정적이고
유머러스한 아이가
창의력 개발 능력이 뛰어나...

상상할 수 없이 급변하는 세상
창의력 가진 사람이 발전 주도

김경희 교수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공부를 잘하고 많이 한 사람이 가질 수 있는 직업은 많았다면서 인터뷰를 시작했다.
“이제는 지식을 외워 써먹던 시대는 지났습니다. 전문기술자가 설 자리도 점점 좁아져 갑니다. 스마트폰으로 모든 정보와 지식을 검색해 볼 수 있고, 웬만한 기술은 기계가 거의 다 합니다. 따라서 지금의 틀에서 안주해선 안 됩니다. 아이들이 자라서 청년이 되는 10년 후엔 지금으로는 상상할 수 없는 세상이 펼쳐질 겁니다. 미래사회는 인공지능이 할 수 없는 창의력을 가진 사람이 세상 발전을 주도하고 바꿔 갈 것으로 봅니다. 그렇기에 미래사회를 이끌 아이들에게 창의력은 필수적인 생존무기가 될 겁니다.”

이어 김 교수는 창의력의 정의와 개발방법을 제시했다.
“창의력이란 있던 것을 없애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능력이 아니고 기존에 있던 것을 새롭게 구성하고 개선하는 능력입니다. 창의력은 유전으로 이어받는 게 아니라 지능과 무관하게 후천적으로 개발할 수 있는 능력인 것이죠. 창의력을 키우는 데는 거창한 커리큘럼이나 사교육이 필요한 게 아닙니다. 아이에게 입시 위주의 교육을 강요하기보다는 엄마가 아이에게 뭔가를 소개하고 아이가 그것에 매료돼 더 알고 싶은 마음을 가질 수 있게 할 때 창의력이 개발됩니다.”
세상과 사람들은 ‘창의적인 인재’, ‘틀이 막히지 않는 사람’을 원하면서도 아이들의 놀이, 학습공간, 체험까지 틀 안에 가둬두려 한다고 김 교수는 지적하며, 아이들이 틀 밖에서 공부하되 놀이처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이들이 자신의 흥미분야에 대한 지식을 쌓기 위해 책을 읽고, 관심분야의 멘토를 찾는 등 스스로 동기부여를 하며 공부를 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창의력이란 얌전하게 공부를 잘하고 어른들의 말을 잘 듣는 아이가 키울 역량이 아니라, 오히려 엉뚱하되 긍정적이고 유머러스한 아이가 창의력 개발 능력이 뛰어나다고 그는 말한다.
김 교수는 노벨상 수상자와 세상을 이롭게 만든 혁신가 대부분은 높은 지능이 아닌 뛰어난 창의력을 가진 사람이라고 했다.

‘4S’로 배움을 즐기는 아이로 키워라
“배움을 즐기는 아이로 자라게 할 햇살, 전문성을 쌓으며 강인한 아이로 자라게 할 바람, 다양한 경험을 하게 하는 토양, 톡톡 튀는 생각으로 색다른 것을 만드는 공간이 주어졌을 때 창의영재로 키울 수 있습니다.”
그래서 김 교수는 햇살(Sun), 바람(Storm), 토양(Soil), 공간(Space) 네 가지가 창의력을 키우는 ‘4S 원리’라고 명명했다. 이 ‘4S 원리’는 김 교수가 30년간 연구 끝에 정리한 결과로,  영재교육분야의 노벨상인 토런스상을 수상하게 된 기반이었다고 말했다.

김 교수의 주장에 의하면, 부모가 아이에게 ‘햇살’(Sun) 풍토를 만들어주면 여섯 가지의 태도를 갖추게 된다고 한다.
좋은 결과를 예상하며 과정자체에 몰입하는 긍정적인 태도, 현실의 한계를 넘어서 미래를 크게 바라보는 태도, 유연한 자세로 새로운 착상이나 기회를 즉각 행동으로 옮기는 즉흥적 태도, 일을 재미있게 하고 어려운 상황에도 유머러스한 태도, 호기심과 흥미를 가지고 열중하고 열정적인 태도, 끊임없는 질문과 해답을 추구하는 호기심 많은 태도를 갖게 된다는 것이다.

자녀의 창의력은 부모의 면밀한 관찰로부터...
‘바람’(Storm) 풍토에선 목표 달성을 위한 목표의식과 태도, 꼼꼼하게 일을 처리하려는 철저한 태도, 자신의 강점과 약점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어떤 과제든 해내려는 자기효능 태도, 남에게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독립적 태도, 시련이나 실패에도 오뚝이처럼 일어나는 불굴의 태도, 새로운 기회와 가능성을 추구하는 위험감수 태도, 즉각적인 보상이 없어도 목표를 위해 집요하게 파고드는 끈기 있는 태도, 애매모호와 미지의 상황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불확신 수용 태도 등 이상의 여덟 가지 태도를 통해 심화된 창의지식을 얻게 된다고 김 교수는 설명했다.

세 번째 원리인 ‘토양’(Soil) 풍토를 조성해주면, 자녀가 다양한 문화를 접하고 자신의 것과 융합해보는 다문화적 태도, 자신에게 주어진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려는 전략적 태도, 주위의 모든 정보를 스펀지처럼 흡수해 더 넓은 비전을 가지려는 개방적 태도, 단편적으로 생각지 않고 다양하고 복잡한 것을 함께 받아들이려는 복합적 태도, 자신의 전문성을 기르기 위해 조력자를 찾아나서는 태도를 갖게 된다고 한다. 이 같은 토양을 조성하기 위해서 부모는 자녀를 면밀히 살피며 도와야 한다고 김 교수는 강조했다.

‘4S’ 창의력 개발법은 성인에게도 ‘꿀팁’
마지막으로 김 교수가 주장하는 창의력을 키우는 ‘공간’(Space) 풍토는 주위의 자극을 스펀지처럼 흡수해서 진짜 나를 발견하고 자신의 감정과 마주할 수 있도록 하는 감성적 태도,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도와주는 공감적인 태도, 배우고 경험한 것을 되돌아보고 완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재고하는 태도, 내 인생의 주인이 본인이라는 것을 깨닫고 자신의 결정에 책임을 지는 주도적 태도, 현실의 한계를 벗어난 터무니없는 것들을 머릿속에 그려 더 큰 힘을 만드는 공상하는 태도, 눈치를 보지 않고 자기 정체성을 분명히 하려는 튀는 태도, 성별에 한계를 두질 않는 양성적 태도, 자신의 의견이나 주장을 말하고 기존질서에 비판적인 시각과 의견을 제시하는 당돌한 태도를 말한다.

김경희 교수는 자신이 제시한 창의력 개발법은 기성세대에게도 좋은 지침이 된다고 강조한다. 그는 최근 이런 내용을 담은 ‘틀 밖에서 놀게 하라’는 책을 펴냈다. 자녀교육으로 고민하는 많은 부모들에게 좋은 가이드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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