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자수첩

T V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보며 위로와 공감을 얻는다는 사람이 많다. 20년 지기 의대동기 5명이 한 병원에서 일하며 허물없이 어울리고, 밥 먹고, 싸우며 노래하는 이야기다. 투닥거리는 이들의 우정이 부러웠고 과연 내 주변에 허물없이 소소한 이야기를 나눌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는 ‘행복이란 반경 10km이 내의 사람과 잘 지내는 것’이라고 심플하게 정의했다. 살수록 정답이란 생각이 든다. 특히 사랑과 우정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은 3km 거리 안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그러나 어느 순간 우리는 누군가와 감정을 나누는 것을 피곤하게 생각하게 됐다. 조금만 남의 일을 도와주려 하다 가도 괜히 내가 오지랖 아닌가 하는 자체검열 끝에 행동으로 옮기지 않을 때가 많다.

농촌을 취재차 다니다 보면 다들 한 식구처럼 잘 지낸다. 들녘에서 같이 일을 돕고 마을 식당주인과도 스스럼없이 안부를 묻고 해질 무렵 두런두런 마을 어귀에 앉아 식구들의 이야기, 세상사는 이야기를 나눈다.

엊그제 손발을 맞춰 모내기를 끝낸 여성농업인 두 명도 20년 동안 우정을 나누며 동고동락한사이다. 힘든 일에도 함께 웃으며 시간을 나누고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을 지켜 보는 시간은 내내 흐뭇했다. 행복은 거창하거나 멀리 있지 않은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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