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고- 이천일 농촌진흥청 농촌지원국장

▲ 이천일 농촌진흥청 농촌지원국장

영농보조자 역할을 넘어
여성이 농업경영 주체로
인정받는 ‘가족경영협약’

5월은 신록의 계절이며, 남도에서는 모내기 시작을 전해오는 시기이기도 하다. 이앙기가 일반화되기 전에는 품앗이로 남자들이 모내기를 도맡았던 시절도 있었다. 어느덧, 우리농업은 전문화·기계화의 빠른 진전으로 여성의 참여 비율이 50%를 넘어서고 있으며, 여성농업인의 농업 참여만큼이나 양성평등을 위한 환경 조성 또한 중요시 되고 있다.
농촌진흥청은 한국생활개선중앙연합회와 함께 2015년부터 2019년까지 ‘가족경영협약’ 교육을 추진해왔다. 이 교육을 통해 가족간 화합과 공동경영주에 대한 개념 전환으로 여성농업인 지위와 권리 확보는 물론, 농업경쟁력 향상에도 크게 기여했다.

‘가족경영협약’은 공동경영을 하는 농업인 부부의 합리적 의사결정과 대외 여건 변화에 능동적으로 함께 대응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서로 합의해 공동의 경영목표를 정하고 계획을 세워 이를 서약서로 만들고 이행하는 것을 말한다. 서약서에는 일반적으로 공동경영 목표와 계획, 역할과 책임, 이익 분배, 근로조건, 가사, 사생활 존중, 장래 경영이양 등을 담는다. 지난해 가족경영협약 교육에는 35농가 72명의 부부, 자녀(영농승계자)들이 참여한 가운데, 농가경영 합리화를 위한 부부의 역할과 파트너십 경영방안, 파트너십 살리기와 가족경영협약서 구상하기, 사례발표 등의 내용으로 교육이 진행됐다.

가족경영협약 교육에 참여한 이들은 교육 이후 설문조사에서 ‘가족경영협약이 여성과 가족의 지위향상에 도움이 된다(98%)’, ‘일과 생활을 균형 있게 하는데 도움이 된다(92%)’, ‘여성과 가족들이 농업에 의욕을 갖고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되는데 도움이 된다(95%)’고 응답했다. ‘가족경영협약을 실천하면 농가의 경영개선에 도움이 된다(93%)’거나, ‘집에 돌아가면 가족경영협약 내용을 가급적 실천(51%)’하거나, ‘적극 실천하겠다(41%)’고 응답하는 등 대부분 긍정적인 반응이었다. 가족경영협약 교육을 다른 사람에게 권하겠다는 사람도 94%나 됐다.

가족경영협약은 여성과 가족의 지위 향상, 일과 생활의 균형, 여성과 가족의 영농의욕 증대, 농가경영 개선 등의 효과가 있다. 최근 몇 년간 이 교육에 참여한 승계 청년농업인들은 성장과정에서 부모의 농업활동을 자연스럽게 경험하고, 그 기반 위에 본인의 온라인마케팅 활용능력과 새로운 영농기술 등이 더해져 농업·농촌에 연착륙 할 수 있으므로 적극 권장할 필요성이 있다. 영농기술을 공유하는 부모와 자녀가 마음을 열고 영농승계 의지를 함께 나누며, 지속가능한 농업경영을 위한 목표설정, 가치도출 등을 구상하는 자리이기에 큰 의미가 있다.

올해 가족경영협약 교육은 7~10월에 70농가로 대상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농업인 자녀들이 많이 참여해 가족간 이해의 폭을 넓히고 자존감을 높이며 영농의지를 다지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특히 가족의 중심인 여성농업인이 영농보조자 역할을 넘어 농업경영의 주체로 새롭게 인정받는 자리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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