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일 심농(心農)교육원 원장

▲ 박영일 심농(心農)교육원 원장

"자신의 소신과
철학이 담긴 농업경영은
험난하고 외로운 길이지만
결국 나중에 가면
성공의 봉우리에 이르게 된다."

제주도산 비트와 콜라비, 강원도 양구의 두릅순, 엄나무순, 다래순과 아스파라거스 또 경북 김천 대덕산 산중턱에서 자란 고사리와 지레 흑돼지고기 그리고 저 멀리 울릉도에서 생산한 부지깽이나물 등 이들은 모두 코로나 사태로 약 두 달 간에 걸쳐 아내가 생산농가에 전화나 문자메시지로 주문해 서울 우리 집으로 배달된 농산물이다. 이들 농산물은 한결같이 싱싱하고 입맛을 돋우는 매력 만점이었다. 주문 농산물이 집으로 배달될 때마다 시골 봄나물의 향기가 집안을 가득 채우기도 했다. 마트에서 구입한 농산물과는 그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아내에게 “이런 우수농산물을 어떻게 알았느냐?”고 물으니 “가까이 지내고 있는 주부들의 입소문을 통해 들었다”고 말한다. 특별히 온라인상으로 검색해본 것도 아니고 알음알음 알게 돼서 주문한 농산물이었다는 것이다. 입소문마케팅의 파워가 역시 대단함을 실감했다. 소비자들의 경험 이야기는 가까운 지인들끼리 카카오톡, 밴드, 페이스북 등 SNS매체를 통해 정보공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품질과 가성비 좋은 농산물은 금세 소문이 퍼져나가기 마련이다.

또 특이하게 관심을 끈 것은 울릉도 부지깽이나물 주문상품에는 덤으로 야생달래 한 묶음, 양구에서 온 두릅순·엄나무순 주문농산물에는 방풍나물 한 묶음을 얹어서 보내주기도 했다. 덕분에 생각지도 않은 야생달래와 방풍나물을 맛보게 됐다. 보내준 농부들의 마음에 훈훈한 감정을 느껴보기도 했다. 바깥세상은 코로나 사태로 온통 뒤숭숭했지만 한편으로 산지에서 안방으로 직송한 싱싱한 농산물과 훈훈한 인정미에 잔잔한 감동의 의미는 컸다. 

이처럼 자연 발생적 입소문마케팅은 하루아침에 생겨나는 것이 아닐 것이다. 오랜 기간 동안 소비자와 신뢰를 형성했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본다. 온라인상의 오픈마켓이나 소셜마켓의 쇼핑을 통하지 않고서도 소비자와의 신뢰관계형성으로 이루어지는 소규모 직거래유통채널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안전하고 품질 좋은 농산물은 언젠가는 소비자들이 그 가치를 알아주게 된다는 사실이다.

소비자와의 신뢰마케팅 형성에는 확고한 자신만의 농사철학이 깔려 있어야 가능할 것이다. 신뢰마케팅을 형성해 성공한 어느 농업인들의 농사철학을 보면, ‘생산량이 떨어지더라도 절대 농약이나 화학비료를 쓰지 않겠다’며 학교급식용 농산물을 공급하는 친환경농업인, ‘소가 쓰러져 죽기 직전이 아닌 한 항생제 사용은 자제한다’는 우수 육질의 소고기 생산 축산경영인, ‘진실성이 제일’이라는 신념으로 사양벌꿀 유혹을 떨치고 최고 꿀 생산에 노력하고 있는 양봉농업인 등을 들 수 있다. 자신의 소신과 철학이 담긴 농업경영이 험난하고 외로운 길이지만 결국 나중에 가면 성공의 봉우리에 이르게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시대 변화에 따라 농축산물의 온라인·모바일 유통, 새벽배송 등 다양한 유통채널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우리 아파트에서도 새벽배송전용 가방을 종종 볼 수 있다. 시간의 효율성을 중시하는 소비자들에게는 앞으로 온라인마케팅이 더욱 활성화될 것이다. 소량농산물 택배주문도 더욱 늘어날 것이다. 이번에 코로나로 촉발된 비대면 소비열풍이 한때의 유행이 아닌 소비트렌드의 한축임을 인정하고 대처해 나가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농산물 온라인구매 시 오프라인에서처럼 오감을 사용할 수 없다는 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도 신뢰마케팅으로 승부를 해야 한다.
농가의 명품브랜드는 농가 스스로 만들어간다는 자부심을 가져보자. 진심의 농산물가치는 소비자로부터 늘 한결같은 사랑을 받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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