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절밥상 – 자연요리전문가가 이정란이 전하는 5월의 텃밭 & 요리 이야기

손수 가꾼 텃밭채소로 만든 자연요리를 선보이는 이정란씨가 앞으로 한 달에 한 번 옆집언니처럼 절기별로 자연이 무엇을 내주는지, 그 식물을 어떻게 키워 거뒀는지, 그걸로 무슨 요리를 할 지 조곤조곤 일러준다.

초등학교 5~6학년 즈음 이었던 것 같다. 마라도를 제외한 우리나라 최남단인 서귀포에서 살았다. 그때는 요즘처럼 여기저기 학원으로 바쁜 초등학생이 거의 없었기에 학교수업이 끝나면 대부분 동네 친구들과 해질녘까지 고무줄이며 망까기, 말타기를 하며 놀았다. 한번은 친구들과 어울려 놀다가 동네에서 좀 떨어진 곳까지 가게 됐는데 그 곳에 딸기농장이 있었다. 아침, 저녁으로 바람은 차가웠지만, 점심 즈음엔 여름 날씨처럼 더웠던 기억이 나는 것으로 보아 아마 5월이었던 것 같다.

더운 날씨에 목이 탔는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남의 밭으로 들어가 딸기를 따먹기 시작했다. 요즘 같아서는 큰일 날 일이지만 그때만 해도 수박이나 옥수수, 귤 같은 것을 키우는 동네 밭에 들어가 한두 개씩 따먹는 것은 애교로 봐주던 시절이라 친구 한 명은 누가 오지 않나 망을 보고, 나머지는 가능한 만큼 두 손 가득 딸기를 채워 담았다.

‘훔쳐 먹는 음식이 가장 맛있다고 했던가?’ 드문드문 하얗고 앙증맞은 꽃이 떨어진 자리에서 자라는 딸기는 봄 햇살을 가득 머금은 듯 탐스럽고 진한 향기를 내는 것이, 작지만 새콤달콤한 맛이 났다. 음양오행의 기운으로 보면 딸기의 붉은색은 심장의 기운을 받쳐주는 여름의 기운을 띠고 있고 딸기의 새콤한 맛은 봄철 피로해진 간에 도움을 주는 봄에 약이 되는 음식이다.

         딸기의 붉은색 심장의 기운 받쳐주고
         새콤한 맛은 피로한 간 회복에 도움

음기가 강한 겨울철에는 우리 몸을 따뜻하게 해줄 식재료를 먹는 것이 건강을 지키는 방법이지만 겨울철 부족해진 비타민을 보충할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인지 성질이 찬 딸기가 자주 식탁에 오르고 있다. 초가을에 심어 다음 해 봄에 먹는 노지 딸기는 많이 재배되고 많이 소비되는 시기인 1~2월 딸기에게 제철의 자리를 내어준 셈이다.

요즘은 검색사이트에도 딸기의 제철은 1~2월로 나오는 것을 보면 딸기는 제철의 개념을 바꿔버린 일등공신인 것 같다. 제철 식재료는 인공적인 방법이 아닌 자연의 흐름에 맞게 자란 식재료를 말한다. 자연의 흐름에 맞게 자연스럽게 자란 제철 식재료는 그 시기에 맞는 영양소와 에너지를 내준다. 식재료의 영양학적 가치도 중요 하지만, 계절에 맞는 음식을 먹는다는 것은 계절의 기운을 담고 있는 식재료를 때에 맞게 먹는 것이다. 때에 맞는다는 것은 몸에서 필요하다는 얘기이고, 가장 수확량이 많으므로 저렴하게 먹을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5월이 되면 들나물들은 대부분 꽃대가 올라오고 억세져서 먹기가 힘들어지니 지난달 씨앗을 뿌려 놓은 잎채소들이 밥상에 자주 오르는 시기다. 입하(立夏)가 지나면 대부분 냉해에 대한 걱정이 사라지니 모종은 입하가 지나고 심는 것이 안전하다. 며칠전 밭에 나가보니 주말농장 개장과 함께 비닐 멀칭을 하고 잎채소 모종을 심은 밭들은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대부분 얼어버리고 말았다. 작은 텃밭이지만 농사를 하게 되면서 절기의 의미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5월 21일경 소만(小滿)이 되면 여름의 기운이 차오르며 본격적인 농사가 시작되는 시점이다. 튼튼하게 자라도록 고추, 가지, 토마토, 오이, 참외, 애호박 등은 버팀목도 세워줘야 하고 줄기가 아닌 열매로 영양이 많이 가도록 곁순도 따줘야 한다. 이 시기엔 상추, 쑥갓, 열무, 아욱, 근대, 루꼴라처럼 잎채소가 가장 맛있는 시기이기 때문에 부지런히 솎아 먹으며 텃밭을 꾸리는 행복을 즐긴다.

▶ 5월의 제철요리 ‘딸기 콩포트’
      
-콩포트(compote)는 과일을 통째로 설탕 조림한 프랑스 디저트-

▲재료
*딸기 콩포트: 딸기 1kg, 원당 30g, 레몬즙 1개 분량, 화이트와인 5T, 레몬밤 약간(생략 가능),                       유리병 1ℓ
* 딸기 샌드위치: 식빵 1장, 루꼴라 잎 5장, 딸기 콩포트 3T, 리코타치즈 3T, 생딸기 2개
* 딸기에이드: 딸기 콩포트 3T, 각얼음 6~7개, 탄산수 1컵, 허브

▲만드는 방법
1. 콩포트를 담을 유리병을 먼저 소독한다. 넓은 냄비에 수건을 한 장 깔고 병을 뒤집어 넣은 후에 물을 병 높이의 1/3 정도 부어 보글보글 끓어 오르면 꺼내준다. 이 때 주의할 점은 병을 꼭 처음부터 넣어줘야 깨지지 않는다.
2. 딸기는 꼭지 부분을 먼저 제거하고, 베이킹소다와 식초를 풀어 넣은 물에 30초 정도 뒀다가 흐르는 물에 헹궈낸다.
3. 냄비에 딸기와 원당(비정제 설탕)을 넣고 살짝 뒤적인 후 30분 정도 그대로 둔다.
4. 원당이 딸기에 스며들면 보통 불에 15분 정도 거품을 거둬내며 끓인다.
5. 보글보글 거품이 올라오면 약불로 줄여 눋지 않도록 저어주며 끓인 후 레몬즙과 화이트 와인, 레몬밤을 넣고 5분 정도 더 끓여준다.
*보통의 레시피보다 설탕양이 적기 때문에 레몬즙과 화이트와인, 허브를 이용해 보존시간을 늘려 준다.
6. 불을 끄고 한 김 식혀 병에 담아 냉장 보관한다.
7. 식빵을 노릇하게 구워준 후 루꼴라잎, 딸기콩포트, 리코타치즈, 생딸기를 취향에 맞게 얹어 딸기 샌드위치를 만든다.
8. 유리잔에 딸기 콩포트와 각얼음, 탄산수, 허브를 넣어 만든 딸기에이드를 곁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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