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여성농업인들의 협동적 경제활동

농촌여성들의 협동하는 경제활동은 단지 소득 창출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다.
활동을 공유하며 서로가 서로를 위로하고 응원하고, 지역까지 보듬어
농촌에서의 풍요로운 삶을 위한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

농촌여성들의 경제활동은 농촌여성들의 내 통장 갖기 사업의 일환인 농촌여성일감갖기 사업으로 태동됐고, 공동체의 중요성이 강조되며 협동조합과 사회적협동조합 등으로 진화되고, 이제 사회적농업, 사회적경제로의 발전을 모색하고 있는 중이다.

농촌지역에선 농촌여성단체들이 주축이 된 협동적 경제활동 사례가 많다. 대표적 성공 사례로 제주감귤을 가공한 전통한과인 귤향과즐 제품을 생산․판매해 당당히 수출까지 하고 있는 제주 신효생활개선회의 귤향영농조합법인(대표 오화자)을 꼽을 수 있다.

신효생활개선회는 2009년 농촌여성일감갖기 사업의 일환으로 마을에서 이어져 온 전통제조 비법과 반죽과정에서 물 대신 감귤즙을 사용한 귤향과즐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처리가 어려웠던 비상품 감귤을 활용해 소득을 올리고 농촌여성들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였는데 소비자의 입맛을 사로잡아 큰 인기를 끌며 지난해 매출 25억 원을 달성해, 농촌여성들은 물론 지역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있다. 또 귤향영농조합은 매년 서귀포시교육발전기금과 장학기금을 전달하고 관내 사회복지시설에 나눔활동을 펼치며 지역 활력을 이끌고 있다.

제주도엔 귤향영농조합법인 외에도 여성농업인 수작업 사업장들이 수다뜰이란 브랜드로 뭉쳐서 공동 마케팅과 홍보활동을 펼치며 농촌의 일자리를 만들고 농외소득 창출로 제주 농촌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하고 있다.

▲ 횡성언니네텃밭의 이숙자 대표(사진 오른쪽)와 회원들이 꾸러미에 담을 산나물을 채취하고 있다. 대표적 여성농업인 협동적 경제활동 사례인 언니네텃밭은 농사 규모가 크지 않은 여성농업인들의 경제적 자립을 돕고, 안전한 먹거리를 소비자에게 꾸러미로 보내며 도농상생의 가교역할을 꾸준히 해오고 있다.

#농식품부 사회적 농업사업자로 선정된 언니네텃밭

대표적 농촌여성들의 협동적 경제활동 사례로 언니네텃밭을 빼놓을 수 없다. 그중 횡성여성농민회가 2009년부터 운영하고 있는 횡성언니네텃밭(대표 이숙자)은 횡성지역에서 횡성읍공동체, 횡성오산공동체와 장터공동체로 분화돼 운영 중이다. 역사가 10여 년을 넘다보니 공동체 회원의 연령이 높아져 자연 소멸돼 문을 닫은 곳도 생겨났지만, 회원의 수가 늘어나면 다시 분화돼 새로운 공동체를 형성하는 곳도 생겨났다. 횡성언니네텃밭은 지난해 농식품부의 사회적농업사업자로 선정된 곳이다.

지난 4일 횡성공동체의 활동 현장을 찾았을 때 이곳 언니들은 꾸러미 들어갈 각종 산나물 채취에 한창이었다. 횡성은 다른 곳보다 기온이 낮아 두릅과 밤나물, 취나물, 묵나물 등의 산나물이 아직 제철을 맞고 있었다.

횡성에서 사회복지사로 활동하다 2010년에 횡성여성농민회장을 맡으면서부터 횡성언니네텃밭을 이끌어온 이숙자 대표는 “서로에 대한 배려가 10여 년 넘게 공동체를 이끌어 온 힘”이라며 여성농업인 공동체가 굳건해질 수 있었던 이유를 설명했다.

베트남 이주여성으로 이제 어엿한 횡성의 여성농민으로 횡성읍공동체의 대표를 맡고 있는 박미연(응웬티보티한) 씨는 “언니들 덕분에 횡성에 잘 정착해 농사지을 수 있었다”며 공동체 참여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박미연 씨의 경우처럼 여성농민들은 공동체 활동에서 생긴 수입은 본인의 통장으로 입금 받는 소소한 즐거움도 누리고 있다.

한영미 횡성군여성농업인센터장은 “이곳 언니들은 아직도 통장계좌번호를 남편 것만 외우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며 “언니네 텃밭사업이 여성농민들의 자주적 경제활동과 능동적 농업활동에 영항을 끼쳤지만 아직도 할 일이 많다”며 귀띔했다.

초창기 언니네텃밭 설립 당시부터 꾸러미에 들어갈 농산물 중심으로 다품목 소량재배의 농사를 하고 있는 김명환 씨도 “꾸러미를 만들기 위해 함께 모이는 시간이 제일 재미있다”며 “웃고 농담하며 일하니까 하나도 힘든 줄 모르겠다”고 들려준다. 언니네텃밭에서는 식량주권 사업으로 여성농민 1농가1씨앗 사업을 펼치고 있기에 공동체 회원들은 저마다 토종씨앗 농사를 한 품목씩은 하고 있어 김명환 씨는 구억배추, 박미연 씨는 수수농사를 지어 농산물꾸러미에 담고 있다.

꾸러미에 들어갈 농산물은 시기가 늦어지면 상품성이 떨어지기에 서로 의논해 물량을 조절하기에 서로 배려와 협력은 언니네텃밭 운영의 필수조건이다.

횡성오산공동체의 박은자 대표는 “60대부터 활동해 이제 72세의 나이에도 여전히 이렇게 모여서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비결은 공동체가 단합이 잘되기 때문이다”며 협동적 경제활동의 보람과 장점을 얘기했다.

이숙자 대표는 “처음 언니네텃밭을 시작할 때는 여성농민의 내 통장 갖기와 고정으로 월 30~40만원 소득을 목표로 했는데 이미 그 목표는 모두 이뤘다”며 “이제 여성농민이 지역사회를 성장시키고 귀농귀촌인의 멘토 역할은 물론 공동체의 중심으로 활동하는 것이 목표다”고 밝혔다.

횡성언니네텃밭은 도시소비자와 함께하는 전통체험활동 등을 연 3~4회씩 운영하며 도농상생의 가교역할을 하고 있다. 또 안전한 먹거리에 취약한 한부모가족이나 노숙자 쉼터 등에 기부꾸러미를 보내는 나눔 활동으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며 함께 나누고 가꾸며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해 가고 있다.

▲ 생활개선회 제1호 협동조합인 능주맘심은 농산물 생산과 홍보, 쇼핑몰 관리, 고객 관리 등의 역할 분담으로 협동조합의 목적에 맞게 회원 모두의 이익은 물론 지역사회발전에도 힘을 보태고 있다.

 

# 제1호 생활개선회협동조합 ‘능주 맘심’

선한 영향력으로 지역에 온기 전해
사회 환원과 봉사활동 펼치며 지역사회의 지지 받아

2015년, 전남 화순의 능주면생활개선회원 몇 명이 하나로 뭉쳐서 협동조합을 만들고 직접 재배한 농산물의 유통을 시작했다. 생활개선회 제1호 협동조합인 능주맘심이다. 어머니의 마음이 ‘맘심’이란 이름으로 뭉친 그들이 하는 일은 지역의 우수 농산물판매다. 능주맘심은 활동을 시작한 2015년 전남 IT활용 농산물마케팅 활성화 사례 최우수상을 받으며 변화하는 농산물 유통시장을 선도하며 정예멤버 4명으로 운영되고 있다. 현재 능주맘심의 대표는 박태은 생활개선화순시연합회장이 맡고 있다.

박 대표는 “협동조합 설립 이전부터 능주면생활개선회원들은 소통과 협력하며 회원들이 손수 비누꽃을 제작해 졸업식과 입학식에 판매하며 기금을 조성해 왔는데, 우연한 기회에 SNS를 통한 화순군 내 우수 농특산물 판매에 함께 뜻을 모으고 제대로 허가를 내고 위탁판매를 하기 위해 협동조합을 설립했다”고 밝혔다. 지역의 우수한 농산물을 위탁판매 해 농가 소득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 소비자에겐 우수 농산물을 소개하자는 취지였다.

농산물 홍보, 쇼핑몰 관리, 고객 관리 등 각자의 역할을 분담해 최선을 다하며 7년간 유지 발전할 수 있었던 저력은 무엇일까?

“세심한 입점 농가 선발과 기존 농가와 신규 진입농가에 대한 교육을 철저히 해 생활개선회에 누가 되지 않으려 했다”고 박 회장은 덧붙였다.

직접 발로 뛰며 농산물 생산현장을 방문해 소비자의 눈으로 꼼꼼히 살피는 심사를 거쳐 능주맘심 쇼핑몰에 입점 시키고, 또 조합원 중엔 생산자인 농업인은 물론 소비자도 있어 서로의 시각차이를 조정해 갈 수 있었다.

박태은 대표는 “공판장에 보내기도 어중간하고 소비자와의 직거래도 어려운 농가를 도와 능주맘심에서 위탁판매하면서 농가에 실질적 도움을 줘 농가의 시름을 덜어줄 때가 가장 보람되고 협동조합 운영에 보람을 느낀다”고 말한다.

능주맘심의 판매대행 주요 품목 중에 요즘 인기 있는 것은 파프리카와 토마토다. 여름에는 복숭아, 추석 무렵엔 모시잎 송편과 신안 천일염을 비롯해 단감과 절임배추도 취급한다.

협동조합의 수익금은 판매대행 수수료 10%와 지속적인 사업인 직접 만든 천연비누와 자연화장품 판매 수익이지만 수익금을 분배보다 재투자, 그리고 나눔과 봉사활동으로 지역 공동체에 온기를 전하고 있다.

사업을 하다 보니 점점 주위의 어려운 이웃들도 보듬게 됐다. 능주맘심은 해마다 지역 학교 학생들을 위한 장학사업과 지역 주민들과 소통․공감하는 자리를 만들고 있다.

박 대표는 앞으로도 “능주맘심 생활개선협동조합의 설립취지대로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를 이롭게 하는 활동을 해나가겠다”며 “지역사회에 봉사와 환원사업을 꾸준히 해나가며 지역에 선한영향력으로 함께 하고 싶다”고 여성농업인으로서의 능력발휘를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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