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고- 김유호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농업공학실장

매실 유통구조 혁신과
가공산업 활성화 위해
기계화․공장화가 필수

▲ 김유호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농업공학실장

매년 또는 격년마다 집에서 매실청을 담가 먹는데, 만들어진 농축액은 양념으로 사용하고 매실은 대개 음식물쓰레기로 버린다. 1년에 한 번 고생해서 만들어두면 좋은 걸 알면서도 번거로운 건 어쩔 수 없다. 복잡한 과정보다 더 큰 문제는 걸러낸 매실을 음식물쓰레기로 버리는 것이다. 부지런한 가정에서는 씨를 제거하고 과육만 반찬으로 만들어 먹기도 한다.

씨가 제거된 매실 과육은 3~4쪽으로 먹기 좋게 잘라 씻어낸 후 표면만 말려서 다음 가공공정으로 보내진다. 가장 많이 이용되는 매실 가공품은 청이나 장아찌. 예부터 청은 많은 가정에서 배앓이 등에 상비약처럼 써 왔으며, 다양한 요리에 두루 이용하기도 했다. 장아찌는 여름철 별미 반찬으로 제격이다.

통계에 따르면, 국내 매실 생산량은 2000년 7743톤, 2007년 2만7099톤, 2017년 3만6644톤으로 점점 늘어났다.  생산량이 증가하면서 공급 과잉이 발생하고 있어 소비 확대를 위한 새로운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에 매실의 생산과 소비 활성화를 위해 몇 가지 제안을 한다. 먼저 생산과 유통을 이원화해서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 지금도 개별 생산해 공동출하하고 있으나 작목반 활성화와 수매제도를 통해 더욱 강력한 이원화가 이뤄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기계화·공장화가 필요하다. 농촌에 일손이 부족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이를 해결할 방법은 기계화뿐이다. 매실 수확에 노동력이 많이 들어가지만 수확 후 가공과정에서도 일손이 많이 필요하다.

가공된 매실이 창출하는 가치는 매우 크다. 생매실과 매실장아찌의 가격 차이는 10배 이상 난다. 가격이 비싸더라도 편리하게 매실을 맛보기 위해 소비자는 기꺼이 지갑을 연다.
다음은 유통구조를 개선하는 것이다. 지금 매실 유통은 대부분 생과로 이뤄지고 있다. 이렇게 유통된 매실은 가정에서 청으로 만들어진다. 손이 많이 가니 점차 매실청을 담가 먹는 가정도 줄어든다.
가정에서 쉽게 청을 만들 수 있도록 생과에서 씨를 제거한 후 판매하거나 아예 청으로 만들어 판매량을 늘리는 것이 좋다. 생산지에서 매실 씨를 빼고 매실을 3~4조각으로 잘라 진공 팩에 담은 후 유통한다면 소비지에서 음식물쓰레기로 버려지는 매실도 줄어들고, 편리성이 높아져 누구나 쉽게 매실청을 만들어 먹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매실청을 숙성시키는 기간도 2개월이면 충분하고, 농축액과 분리한 매실은 바로 장아찌로도 먹을 수 있다.

유통구조를 바꾸려면 가공품을 만들기 위한 기계가 필수다. 농촌진흥청은 매실 수확후처리 기계시스템을 개발해 실증연구를 하고 있고, 이 과제가 끝나면 보완 후 시범사업으로 추진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 시스템에는 매실 씨를 제거하는 것과 동시에 3~4조각으로 자르고 씻는 기술, 씻은 매실 표면의 물기를 없애주는 탈수 기술이 포함돼 있다. 이번에 개발된 매실 수확후처리 기계시스템이 매실 생산과 소비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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