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명견 교수의 재미있고 유익한 옷 이야기(81)

"거울 속에 비치는
내가 아름다울 때
내 옷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어쩌다 무심코 거울 속에 비치는 한 모습을 보며, 섬뜩 놀라곤 한다. 코로나19의 공포로 속칭 ‘방콕’ 생활이 길어지면서 거울 속의 그 ‘모습’을 마주하는 순간이 늘고 있다. 머리는 길었고, 머리카락의 색깔은 코로나19 이전과 이후가 확연히 구분되는 흉한 모양새다.

몰골이 말이 아니다. 예쁜 옷도, 신발도, 치장도 잊은 것 같다. 누구를 위해서 필요했던 것들이었던 걸까. 나를 꾸미는 하나하나가 오로지 관계 유지에서만 필요한 것들이었단 말인가. 한없이 흐트러진 내 모습에 놀라며, 나는 누구를 위해 살았던 것일까 하는 철학적(!)인 생각을 해보기도 한다.

이 같은 현실은 우리 모두가 서로 연결돼 있고, 함께 살아가야 하는 존재라는 사실을 각성 시킨 코로나19의 영향이 크다. 하지만 이런 소중한 교훈을 새삼 되새기기까지 우리가 치른 대가가 너무 엄중하다. 귀한 생명을 잃었다.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거나 생업을 접는 것은, 우리의 삶에 사형선고가 내려진 것처럼 최악의 상태다. 경제적 어려움과 그로 인한 공포로 당장 살아가야할 일이 막막해진다. 만남이 끊어지면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누리던 우리의 일상도 잃었다. 모든 운동시설들이 문을 내렸고, 몸은 ‘확찐자(갑자기 살이 확 쪘다는 신조어)’가 됐다고도 한다.

그러나 조금만 더 생각해보면 코로나19 때문에 얻은 것들도 많다. 왕족도, 최고 권력자도 바이러스의 침입을 막을 수 없듯이 인간은 평등하며, 맑은 하늘과 상큼한 공기를 찾았고, 나 자신이 이웃과, 나라와 세계가 하나로 연결돼 있어, 나의 불행이 바로 세계의 불행이 될 수 있음을 경험했다. 무심히 보내는 하루하루의 일상이 얼마나 귀하며, 내 곁의 사람들이 얼마나 소중한 보물인지 새삼 느꼈다. 곳곳에서 헌신하는 사랑의 나눔이 말할 수 없는 감동으로 내게 되돌아온다는 사실도 큰 깨우침이었다.

그러나 이 모든 변화 위에 가장 절실한 것은 ‘나를 지키는 것이 가장 큰 의무이고 행복의 시작’이라는 점이었다. 코로나19 사태가 끝난다 해도 제2, 제3의 코로나 사태가 어딘가 도사리고 있을 것이고 우린 끊임없이 이들과 싸워 이겨야할 것이다.

코로나19 사태는 우리의 생각과 삶의 방식을 여러 가지로 바꿔놓고 있다. 특별히 재택근무 등으로 사람의 얼굴을 마주하는 기회가 줄면서 혼자만의 시간의 늘어날 것이다. 이런 극한 상태에서 심신이 위축되거나 패닉상태에 빠져있는 것보다는 삶을 나름대로 즐기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찾아야한다고 본다. 영국의 바스대학교(Bath University)의 푸닛 샤 박사는 이 강요된 ‘감금’에서 잘 적응하고 있는 자신을 칭찬해주라고 조언했다. 사소한 행동이 큰 변화를 가져온다며, “재택근무를 할 때 정장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도 했다.

예쁜 옷, 곱게 손질된 머리 스타일, 나를 힘 있게 어필할 수 있는 액세서리들은 언제 있을지 모르는 외출을 위해서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온 세상의 중심에 있는 나를 꾸며 나를 기쁘게 하는 것이 그것들의 가장 큰 역할이다. 거울 속에 비치는 내가 아름다울 때 내 옷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상기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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