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달 동안 집에만 가면 트로트가 흘러나왔다. 미스터트롯에 푹 빠진 부모님 때문이다. 프로그램이 종영한 뒤로는 미스터트롯 참가자들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을 챙겨보기 바쁘다. 평소 내가 예능프로그램을 보고 있으면 ‘한국인의 밥상’이나 ‘나는 자연인이다’로 채널을 돌리던 부모님이었는데 신기하고 반가웠다.

“엄마는 누가 제일 좋아?” 함께 TV를 보다 물었다. 누구는 구슬프고, 누구는 맛깔나고, 누구는 춤을 잘 춰 고를 수 없단다. 마치 아이돌 경연프로그램을 보는 내 모습 같아 친근했다.

“저금은 하고 있니”, “택시 좀 그만 타라”로 시작하면 “알아서 하겠다”로 끝나는 게 대화의 전부였던 요즘, 엄마와 TV를 보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눈 것이 오랜만이었다. 어릴 때는 곧잘 주말 연속극을 보며 같이 웃고, 울고 ,욕하기 바빴는데 머리가 좀 큰 뒤로는 함께 TV 보는 일이 드물었다.

그런데 미스터트롯 덕분에 잊고 있던 소소한 즐거움을 찾은 것이다. 나만의 시간도 중요하지만 가족과 함께 콘텐츠를 즐기고 이야기하는 것도 무척 소중한 시간임을 새삼 다시 느꼈다.

거실에서 또 트로트 소리가 들렸다. 알량한 의무감에 거실로 나갔다. 소파에 앉자 “내 친구는 딸이 미스터트롯 콘서트 보내준다더라”는 소리가 들린다. 괜히 나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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