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희 칼럼 - 누리백경(百景)(136)

예전 시골 어머니의 주된 경제활동은 물물교환이었다. 비교적 여유있게 논농사를 지을 때였으니, 쌀이 돈 대신이었다. 그때 그때 시장의 쌀 시세를 돈으로 환산해 물건 값을 되나 말 단위의 쌀로 치렀던 것이다. 특히 돈 씀씀이가 많아지는 명절 때가 되면, 집 앞 너른 마당 한 귀퉁이에 가을 타작 때 만들어 놓은 둥그런 벼 저장고인 ‘통가리’에서 벼를 가마니로 몇짝 내어 방아를 찧고, 그 쌀짝을 꼭두새벽에 동네에서 십리 길 7일장(아산 둔포장)에 나가는 우마차에 실어 내보낸다. 그러고는 시장에 내다 팔 요량으로 뒤꼍 울안 닭장의 장닭 두어 마리를 산 채로 다리를 묶어 장 망태기에 넣어 들고는 부리나케 집을 나서는 어머니였다.

그 일들이 불과 50~60년도 채 안됐을 적 얘기인데, 지금은 스마트폰 하나로 집에서 먹고 자고 쉬고 노는 것 등 모든 것이 다 되는 상전벽해의 세상에 살고 있다. 이름해서 ‘홈코노미’ 세상이다. 홈코노미는, 가정의 ‘홈(home)’과 경제의 ‘이코노미(economy)’를 합성한 말로, 집에서 하는 각종 경제활동 즉, ‘온라인 쇼핑’을 의미한다.

스마트폰 앱을 통해 유명식당에 갈 필요없이 맛있는 음식을 집으로 배달시켜 먹는다. 시장이나 마트에 갈 필요도 없이 집안 침대에 누워 스마트폰으로 필요한 물건을 주문하고 결제하면 끝이다. 영화를 보고 싶으면 시내 영화관을 찾아가는 대신 넷플릭스 같은 온라인(인터넷) 동영상(TV) 서비스(OTT)에 접속해 선결제를 하고 보고싶은 영화를 보면 된다. 자녀·반려동물 돌봄서비스, 출장청소와 세차, 그리고 영상·음악·도서·게임 등 홈 엔터테인먼트 관련 업종들도 집에 누워 주문·결제를 하면 간단히 해결된다.

국내의 한 카드사가 분석한 주요 ‘홈코노미’ 업종은… 음식 배달 앱·가전 렌털(임대)·일상용품 배송·출장청소 등 집안, 차량 관리·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Over The Top) 등 다섯 가지 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성장세가 가장 두드러진 비중이 큰 업종은, 음식 배달 앱으로 홈코노미 관련 총 결제건수의 절반이 훨씬 넘는 63.5%를 차지했다. 이 음식 배달 앱을 이용하는 연령대는 25~34세의 젊은 층이 전체의 절반 이상(56.3%)을 차지 했으며, 이들은 ‘집에서 편하고 간편하게 주문·배달·결제 할 수 있어서 주로 이용한다’고 답했다. 이 음식 배달 앱은 ‘무인 배달 앱’으로까지 진화했다.

그러다 보니, 우리 국민들의 소비생활 3대 축이 의(의류)·식(식품)·주(주거)에서 식·주·금융으로 바뀐 것으로 한국소비자원의 ‘2019 한국의 소비생활 지표’ 설문조사를 통해 밝혀졌다. 과거 의·식·주의 의(의류)는 이 조사에서 병원·의료, 교육에 이어 중요도가 6위로 밀렸고, 금융·보험이 3대 분야의 하나로 올라선 건 2013년 첫 조사 이후 6년만에 처음이라고 한국소비자원은  밝혔다.
두말 할 것도 없이, 문명의 이기 덕에 점점 더 이기적인 ‘나 혼자만의 홈 스위트 홈(Home sweet home:즐거운 나의 집)’이 돼가고 있는 것이다. 예전 어느 인사의 일갈이 새삼스럽다.…  “혼자만 잘 살면 무슨 재민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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