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 - 청계농원 박경동 대표

사과농사는 다양한 기술과 많은 노동력이 요구되는 힘든 농사다. 이 사과농사를 24살의 젊은 나이에 남의 땅을 빌려 시작해 현재는 2.5㏊의 규모로 늘려 연간 1억5천만 원의 순수입을 올리는 경북 포항시 북구 청하면 청계농원의 박경동 대표를 만나 영농성공담을 들어봤다.

못나고 흠 있어도 당도는 최고
70% 직거래, 나머진 공판장 출하
체험농장 통해 미래소비자 교육

임차로 시작한 사과농사, 이젠 부농
박 대표는 중고등학생 시절, 작은 규모로 사과농사를 짓던 아버지 밑에서 잔일을 거들며 사과농사를 배웠다. 군 제대를 하던 1983년에 아버지의 주선으로 남의 땅 1만 평을 빌려 사과농사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그때가 그의 나이 24세였다.
사과농사 12년 만인 1995년에는 땅 4천 평을 구입해 비로소 자신의 농장을 갖게 됐다. 그리고 지금은 2.5㏊가 넘는(8천 평)으로 농장규모가 커져 연간 1억5천만 원의 순소득을 올리는 부농으로 우뚝 섰다.

“2.5㏊의 과수원에 심은 사과는 후지품종이 80%이고 기타 여러 품종이 재배되고 있습니다. 사과나무가 너무 많아 정확한 식재 주수는 모르지만 대개 5천주가 자라고 있을 것으로 봅니다. 수령은 1~8년생으로 다양합니다.”
박 대표는 사과농사 중 가장 어렵고 중요한 것은 판매라고 말한다. 가을에 수확을 하고 나서 본격적으로 판매가 시작되는데, 70~80%는 이메일과 밴드를 통해 주문을 받아 전자상거래를 한다고 한다. 남은 물량 중 대과는 소비자가 잘 찾질 않아 공판장에 내다 판다고.

“70~80%에 이르는 직거래 소비자들은 사과 모양이 못나거나 흠이 있어도 크게 불만을 제기하지 않습니다. 그 소비자들은 당도가 높은 사과를 최고로 여기기 때문이죠. 그리고 요즘 가족형태가 소가족이나 1인가구 중심이다 보니 대과(大果)보다는 소과(小果)를 하루에 한 개씩 먹으려고 합니다. 그리고 재배법도 소과가 대과를 생산하는 것보다 쉬워 사과농사가 소과 위주로 바뀌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도 소과를 재배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청계농원은 서울, 경기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전국에 4천여 명의 직거래 단골고객이 있다고 한다.

사과매출 2억, 경영비 제하면 순소득 1억5천
청계농원의 연간 사과판매량은 총 100톤에 이르며, 연간 매출액 2억 원이라고 박 대표는 말했다.
“경영비 지출 내역을 보면, 적과 고용인력 연간 50명, 사과의 색을 예쁘게 내기 위해 잎을 따주는 적엽 고용인력은 연간 50명이나 됩니다. 12월초부터 2월까지 진행되는 전정 고용인력도 연 17명으로 인건비 총액만 해도 2천만 원 정도 들어갑니다.
농약과 택배, 농자재 구입비는 2천만 원, 농기계 수리와 유류대, 저온창고 3동의 전기료를 합쳐 1천만 원이 들어가므로 이를 모두 합친 연중 경영비는 5천만 원 정도 됩니다. 총 매출에서 경영비를 제외하면 연간 순수입은 1억5천만 원이죠.”

청계농원의 인부는 박 대표 부부와 28세 아들까지 전부 세 명이다. 그는 농업소득이 적다고 해도 1억5천만 원의 소득으로는 평생직장 못지않은 안정적인 생활이 보장된다고 말한다. 그래서 아들에게 농원을 물려주겠다는 약속을 하고 함께 농사를 짓는다.
박 대표의 사과 재배기술은 남보다 한 발 앞서간다. 무엇보다 고품질 사과를 생산하려면 수세와 잎의 탄력이 좋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렇기에 그는 남들과 차별화된 기술을 더 먼저 익히고 실천해 오고 있다.

우분․깻묵․쌀겨로 자가 발효퇴비 제조
객토와 방조망 설치로 고품질 사과 생산

박 대표는 시판 우분(소똥) 퇴비를 직접 사서 쓰지 않고 우분을 연간 50톤 구입해 여기에 깻묵과 쌀겨를 섞어 1년간 발효시켜 사용한다. 그래서인지 그의 사과는 품평회에서 맛이 좋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고 한다. 퇴비를 직접 만들어 쓰는 게 힘들지만 결과가 좋아서 계속 이 방법을 고수하고 있다.
그는 과원 토양관리에도 각별한 노력을 기울인다. 한 작물을 한 곳에서 오랫동안 재배하면 토양 양분의 불균형이 일어나게 되는데, 이에 그는 정기적으로 칼슘이나 마그네슘 등이 함유된 점질토양을 검정 후 2.5㏊ 전 과원에 객토를 한다.
태풍과 돌풍에 따른 낙과피해와 조류 피해를 막기 위해 그는 25년 전에 이 지역에서는 처음으로 2천500만 원을 들여 과수원 전체에 모기장을 두르듯 방조망을 설치했다. 그 덕에 바람과 새 피해를 완벽하게 막을 수 있었다. 남쪽지역이라 눈이 적게 와 방조망이 주저앉을 걱정은 없다는 그는 2013년에 거금을 들여 방조망을 새로 설치하기도 했다.

프로폴리스․콜로렐라로 나무 면역력 높여
박 대표는 나무와 과일의 건강(?) 관리에도 남다른 신경을 쓴다. 수세 강화와 면역력 증진, 그리고 당도를 높이기 위해 양봉 부산물인 프로폴리스를 봄 개화기에 두 번, 가을에 한 번 잎에 SS농약살포기를 이용해 살포한다. 프로폴리스는 봄철 냉해와 겨울철 동해에 견디는 면역력을 높여주고 사과 품질도 좋아지는 등 큰 효과가 있다고 한다.

그는 요즘 과학적으로도 그 효능이 검증된 클로렐라를 살포해 잎의 탄력을 높여주고 있기도 하다. 클로렐라는 종균을 구입해 자가배양을 거쳐 대량 생산한 다음 잎에 살포하고 있는데, 클로렐라를 사용하지 않는 농가보다 잎 건강에 큰 효과를 봤다고 자랑한다.
이러한 과학영농 실천으로 그의 사과는 2011대한민국과실대전에서 대상인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뤄냈다.

“포항은 해양성 기후여서 사과꽃 개화부터 사과가 익을 때까지 다른 지역보다 일조량이 많습니다. 그래서 당도도 다른 지역의 사과보다 4~5브릭스 높은 17브릭스나 됩니다.”
현재, 청계농원은 전국 독농가의 견학농장으로 지정돼 있고, 포항시농업기술센터와 교육청으로부터 체험농장으로 지정받아 수확기가 되면 유치원생과 초등학생 체험객들이 많이 찾는 인기 체험농장이다.

“9월20일경부터 11월초까지 연간 600~700명의 체험객들이 농원을 찾아옵니다.마트나 시장에서만 봤던 사과를 나무에서 직접 따서 먹어보는 재미에 학생들이 신기해하고 즐거워합니다. 훗날 맹렬 사과 소비자가 될 학생들이므로 좀 더 각별한 신경을 쓰며 체험교육을 시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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