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벚꽃만 예쁜 줄 알았다. 배 꽃이 예쁜 줄은 몰랐다. 취재차 들른 음성의 배 과수원에서 유심히 배꽃을 들여다보니 배꽃이 너무 예뻤다. 코로나19로 취재약속을 잡기가 예전보다 힘들어졌다. 그러다 보니 매사에 시간에 쫓기지 않고 오래 들여다보는 버릇이 최근 생겼다.

약속도 취소되고, 친구들과도 만나지 않고, 외식도 하지 않으니 남는 게 시간이 돼 버렸다. 의도치 않게 많은 시간이 선물처럼 주어지자 처음엔 우왕좌왕 마음의 갈피를 못 잡았는데, 지금은 매사에 꼼꼼하게 시간을 투자하게 됐다. 요리할 때 칼질도 세심하게 하고, 뭉텅뭉텅 개던 수건도 유튜브에서 ‘호텔식 수건개기’를 검색해 봐가며 예술로 접어 놓는다.

고백컨대 나는 미스터트롯 영탁의 왕팬이다. 시간이 날 때마다 영탁에 대해 검색한다. 영탁이 실은 몸이 불편한 아버지를 극진히 돌보는 엄청난 효자에 외아들이고 발라드전공자에 대학교수였다는 사실까지 줄줄 꿰게 되니 더욱 더 애정이 샘솟는다.

지금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한 순간 순간 집중하는 게 명상의 기본 이라고 한다. 자세히 보면 예뻐 보이고 정성을 들이니 매사가 재밌어진다. 코로나19를 겪으며 의도치 않게 명상의 기본을 실천하는 자(?)가 돼 버렸다. 시련 속에서도 얻어지는 건 있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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