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생활개선연합회장 탐방-박영옥 보은군연합회장

▲ 조용한 카리스마로 보은군 생활개선회를 이끄는 박영옥 회장이 사과창고에서 사과를 선별하고 있다.

17년째 내려온 장담그기는
보은생활개선회의 자랑

박영옥 회장의 집은 한적한 시골마을의 고즈넉함을 그대로 품은 편안한 곳이었다. 사람 좋은 미소로 자그마한 체구에 다소곳한 느낌을 주는 박 회장은 그러나 반전의 인물이었다. 대규모 담배농사, 과수원과 사과체험장 운영, 사슴 기르기, 황토방 펜션 운영, 사과즙 가공까지 혼자서 다 해치우는 일꾼 중의 일꾼이었다.
박 회장은 “오빠 4명에 막내로 귀하디 귀하게 자란 내가 보은에서 농사꾼으로 살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친정인 괴산에서 산 세월보다 이 곳 보은에서 산 세월이 더 길다”며 “힘든 세월을 견뎌내고 지금은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한 때를 보내고 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지금만 같았으면 좋겠다”라고 말한다.

담배농사를 짓지 않은 자
인생을 말하지 말라

여러 가지 농사일을 하지만 박 회장의 주 작목은 담배다. 다른 작물과는 달리 판로가 확보돼 있고 매년 고정수익을 보장해 주는 장점이 있기는 하지만 담배농사는 너무 어렵다고 한다. 한 여름 삼복더위에 수확을 해야 하고 찐득찐득한 담배잎 때문에 작업 난이도가 상상 이상으로 높다.
“한 여름 뙤약볕에서 일해야 하는 운명인데 아이러니하게 햇볕 알레르기가 심하다. 햇볕을 조금만 쐐도 피부가 뒤집어지기 때문에 남보다 괴로움이 두 배다. 여름철 담배 수확할 때 보면 거지꼴이 따로 없을 정도다(웃음)”라고 말하는 박 회장은 그래서 담배 수확이 한창 일 때는 가족이나 친지들의 방문은 절대 사절이라고.

꽃차 교육 받으며
읍·면·동 회장과 친분 다져

그래도 특유의 낙천성으로 상황을 긍정적으로 넘겨낸다. 보은군생활개선회장을 처음 맡았을 때도 겨를 없이 회장이 되는 바람에 두려움이 많았지만 이내 교육에 적극 참여하면서 친목을 다지고 생활개선회를 가족처럼 잘 이끌어 나가고 있다.

박 회장은 “부회장, 총무 순서로 일을 맡았으면 좋았으련만 보은군의 특별한 상황으로 덜컥 회장직을 맡게 됐다. 그러다 보니 회장들과 안면이 없어 처음엔 일을 진행하기가 힘들었다”며 “그러나 회장단 꽃차교육을 받으며 여성농업인으로 서로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지금은 한 가족 같다. 코로나19로 오랫동안 못 보니 너무 보고 싶다”고 그리움을 전했다. 조용한 카리스마로 보은군생활개선회를 이끌며 봉사활동에 앞장서고 있는 박영옥 회장은 여러 가지 봉사활동 중에서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봉사는 ‘장 담그기’ 봉사라고 한다.

매년 콩 한가마 반 15말
메주로 장 담가

보은군연합회원들은 매년 메주로 장을 담그고, 된장과 간장으로 장 가르기를 한 뒤 2차 발효로 숙성시킨 된장 4.5kg과 2L씩 통에 담은 간장을 어려운 이웃에 전달하고 있다. “지난 2월 장류체험장에 임원 15명이 콩 한가마 반 분량의 메주로 장을 담갔다. 장 담그기는 올해로 17년 째 한 해도 빠짐없이 하고 있는 우리 보은의 대표적인 봉사활동”이라고 말하는 박 회장은  누구보다 사랑의 장 담그기 행사가 자랑스럽다고 한다.

김치, 떡, 밑반찬 봉사도 꾸준히 해오고 있지만 생활개선회란 한 단체가 17년을 똑같은 형식으로 매년 거르지 않고 꾸준히 봉사활동을 펼친다는 게 결코 쉬운 일만은 아니다. 특히 사랑의 장 나누기 행사는 생활개선회의 자체회비와 기금으로 메주를 구입해 장을 담근 뒤 홀로 사시는 노인과 이웃에 전달되기에 더 의미가 크다.
“내가 어려울 때 생활개선회는 나에게 숨통을 틔워주는 곳이었다. 사람은 사람으로 치유된다.  내가 받은 사랑을 봉사활동을 통해 어려운 사람에게 다시 돌려주고 싶다”고 하는 박영옥 회장의 마음이 봄꽃처럼 예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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