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희 칼럼 - 누리백경(百景)(135)

# 코로나19 사태로 세계 77억 인구의 절반이 넘는 40억 명이 자택 격리에 들어갔다. 그러나 그와 같은 강력한 강제적 제재에도 불구하고 확진자와 사망자가 계속 늘어나고 있어, 우리가 다소 진정세에 접어들었다고 결코 안심할 수만은 없다.

특히 미국의 경우, 지난 16일 현재 감염자 수 59만4207명, 사망자는  2만5551명을 넘어섰다.(하루 사망자 2000명 넘겨. 참고로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 40만 명이 사망했다.) 이 숫자는 세계에서 둘째로 확진자 수가 많은 스페인(17만2541명)과, 셋째인 이탈리아(16만2488명)를 훨씬 뛰어넘는 큰 피해다. 미국 전체 사망자의 절반에 가까운 7000여 명의 시신 뿐 아니라, 매일 800명씩 늘어나는 사망자를 감당못한 뉴욕시가 뉴욕 근처의 한 작은 섬(하트 섬)에 무연고 시신들을 가매장 하는 모습이 세계에 알려져 서글픔을 더해 주고 있다. 결국 인간이 죽으면 아이러니하게도 마지막 돌아가는 곳이 한줌 흙, 자연의 일부라는 사실을 상기해 보면, 감염병의 역설과 인간들의 끝없는 욕망이 망가뜨려 놓은 커다란 지구 환경의 생명순환과 그 논리를 다시금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 손톱 만큼도 개선과 회생의 기미가 없이 대기오염으로 가쁜 숨을 몰아쉬던 지구 환경이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병으로 인간들의 일상이 일시에 멈추기 시작하면서 아주 조금씩이나마 생기를 찾고, 제 자리를 되찾아 가는 모습이어서 경이롭기까지 하다. 된 몸살을 앓던 지구가 본래의 자기 몸을 되찾아 가는 모습이 세계 곳곳에서 관찰되고 있다.

수상관광도시인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는 서울 한강만큼이나 탁했던 물이 맑아지면서 물고기와 강바닥이 훤히 보인다는 것이다.

무지스러우리만치 크고 넓은 중국의 대도시들도 봉쇄령과 이동제한으로 도시가 유령도시처럼 텅텅 비고, 공장 가동이 올스톱 돼 미세먼지로 가득차 있던 하늘이 맑게 개어 모처럼 푸른 하늘을 볼 수 있다는 낭보다. 그런가 하면, 인구 13억 명의 인구밀집국가로서 세계 최악의 대기오염국가로 첫 손에 꼽혀왔던 인도는 강력한 국가봉쇄령을 내려 모든 산업시설 가동중단과 차량운행 금지, 자발적 통행금지 등의 영향으로 공기가 맑아져 대기오염으로 악명 높았던 뉴델리의 밤하늘에서는 오리온 별자리를 관측할 수 있다는 것. 또한 인도 북부 펀자브 주 잘란다르 지역에서 200km 떨어진 히말라야 산맥과 에베레스트산이 무려 30년 만에 흰 만년설이 덮인 아름다운 자태를 드러냈다고 인도의 매체들이 보도했다.

# 2019년 유엔보고서에 따르면, 지구 생물 중 50만~100만 종이 멸종위기에 처해 있고, 야생포유류의 82%가 이 지구상에서 사라졌다. 더 말할 나위도 없이 인간들의 지구생태계 파괴와 그에 따른 지구온난화가 주원인 이다. 지난 세기동안 대규모 산업화와 급격한 인구증가, 그에 따른 고도의 소비증가와 산업경제 확장으로 자연생태계의 ‘수와 다양성’이 급격히 감소하고, 환경파괴에 따른 지구 온난화는 가속됐다.

불편하지만 인간들이 모든 걸 (잠시라도)멈추고 내려놓으니, 비로소 예전에 건강했던 지구의 모습이 조금씩 보인다. 지구가 보여주는 마지막 희망… 우리 인간들이 앞으로 어찌해야 할 지도 어렴풋이나마 보인다. 이제부터라도 진정 ‘인간우월주의’에서 생명윤리에 바탕한 ‘자연존중’으로 되돌아가야 한다. 아직도 늦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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