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고- 이성현 농촌진흥청 수확후관리공학과장

▲ 이성현 농촌진흥청 수확후관리공학과장

"잘 키우고 선별 힘써야
우리농산물이 신뢰 얻고
가치도 높일 수 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선택의 연속이다. 당장 점심메뉴로 짜장이냐 짬뽕이냐, 된장찌개냐 김치찌개냐를 놓고 고민하니 말이다. 농산물도 똑같다. 정성을 다해 키운 농산물을 시장에 출하하기 위해서는 우선 골라야 한다. 농산물은 살아있는 생명체이기 때문에 모든 수확물이 똑같을 수만은 없다. 따라서 각각의 특성에 따라 잘 선별해야 한다. 농산물을 선별하는 목적은 단순하다. 생산된 농산물에 그에 합당한 가치를 매기고,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를 가늠하기 위함이다.

종종 농산물 과잉생산으로 가격이 생산비를 밑도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때는 농산물을 잘 선별해 좋은 상품은 유통하고 그렇지 않은 것은 폐기함으로써 생산량을 조절할 수도 있다. 이것은 애써 생산한 농산물을 버리는 것이 아니라 선별을 통해 수급 안정을 도모하는 셈이다. 또한, 최고 품질의 농산물만을 유통함으로써 우리 농산물의 가치를 높이는 길일 수도 있다.

농촌진흥청은 농산물을 선별하는 다양한 기술을 개발해 보급하고 있다. 근적외선 분광법으로 매운맛 지표인 캡사이신 함량을 검출해 고춧가루의 매운맛을 등급화했다. 방울토마토처럼 크기가 작고 생산량이 많은 농산물은 형상식선별기로 크기를 여러 단계로 나눌 수 있다. 마늘은 줄기를 절단해 크기에 따라 등급으로 분류한다. 사과 등 과일은 영상처리와 근적외선 분광법으로 외관의 결함이나 익은 정도를 판별하고 내부의 당도를 측정할 수 있다. 조직이 연한 농산물은 난좌라고 부르는 접시 위에 농산물을 올려놓고 크기와 무게 등에 따라 분류한다. 오이처럼 길쭉한 농산물은 영상처리를 통해 곧고 크기가 일정한 것을 골라낼 수 있다. 크기가 작고 그 수량이 많은 곡물은 바람을 일으켜 쭉정이 등을 날리는 풍구나 체 등 다양한 원리를 적용해 곡물과 이물질을 분류해 낼 수 있다.

현재 농산물 선별은 대부분 기계장치를 통해 이뤄지는데, 사람보다 정확하고 처리 속도도 매우 빠르다. 앞으로는 국내에서 생산되는 다양한 농산물을 대상으로 선별기술과 빅데이터를 적용해 농산물산지유통센터에서 사용하는 당도선별 예측모델 등을 개발·보급할 계획이다.

농산물의 선별과 바른 포장은 일차적으로는 농산물을 구매하는 소비자를 만족시키기 위함이다. 그리고 애지중지 기른 농산물에 제 가치를 매겨주고 농산물을 생산한 농업인의 자부심을 높이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국민에게서 우리 농산물이 신뢰를 얻고, 이를 바탕으로 우리 농산물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니 농산물을 잘 키우는 것만큼 선별에도 힘을 쏟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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