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연천 우영자씨 “시작부터 빚잔치, 앞으로가 더 걱정”

▲ 오이가 커야 할 자리엔 잡초만 올라와 안타깝기만 하다는 우영자씨. 결국 외국인근로자를 구하지 못해 작년보다 농사규모를 절반으로 줄일 수밖에 없게 됐다.

고용노동부 자료에 의하면 농업부문 업종별 고용허가제 신청건수는 시설채소 등 작물재배업 비중이 제일 높았다. 축산업보다 3배 이상 신청건수가 많았으며, 계속 증가세인 것으로 조사됐다. 축산업은 외국인근로자를 상시 고용하는 형태라 당장은 코로나19로 인한 피해가 덜한 편이지만 단기간 인력이 필요한 시설채소 농가들은 상황이 급박하다.

오이 심을 사람 없어 육묘값 고스란히 날려
단기적 고용형태의 시설채소농가 피해 더 커

“올 농사는 시작부터 빚잔치다. 코로나가 이런 식으로 계속되면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경기 연천에서 오이농사를 짓고 있는 우영자씨의 말이다. 오이는 대개 3월과 7월, 2모작을 짓는다. 오이농사의 절반은 육묘를 심을 때 땅에 뿌리를 잘 내리는가에 결정된다. 2월 말부터 오이육묘를 가져와 농사를 시작해야 할 시기에 하필 코로나19가 급격하게 퍼지면서 우 씨는 큰돈을 물어줘야 했다.

여느 해처럼 1월에 오이육묘상과 계약을 하고, 한달간 육묘를 키운 다음 하우스에 옮겨 심을 계획이었던 우 씨. 규모는 1만5000주로 1주당 510원에 계약을 맺었다. 보통 오이육묘를 심을 때면 4~5명의 외국인근로자를 사설 인력중개업소를 통해 공급받았는데 입국이 막히면서 1만5000주는 도저히 심을 수 없었다. 결국 절반 가량인 7500주 정도만 가족들과 겨우 심었고, 나머지 7500주는 이미 계약을 해둔 터라 고스란히 물어줄 수밖에 없었다. 거의 400만 원 되는 돈이었다. 그래서 올해 농사를 빚잔치로 시작했다는 것이다. 회수할 도리 없는 400만 원은 그냥 허공으로 날린 셈이다.

우영자씨는 “오이농사는 사람 손이 많이 필요한데 오이순 지르기, 지지대에 고정하기, 22cm 이상 되는 오이만 수확하는 일은 경험이 중요해 처음 하는 사람은 두 번 일해야 해서 어느 정도 숙련된 사람이어야 한다”며 오이농사처럼 경험이 있는 외국인근로자를 써야 하는 경우엔 코로나19 때문에 입국이 막혀버려 피해가 더 크다는 것이다.

농촌경제연구원의 자료에 의하면 농가의 임시근로자 평균 고용인원은 봄철에 6.25명으로 가장 많고, 그 다음이 수확철인 가을에 4.62명 순이었다. 우 씨처럼 3~4월에 일손이 많이 필요한 시설채소농가에게 2월부터 시작된 코로나19로 인한 피해는 치명적이다. 암암리에 쓰던 불법체류 외국인근로자들도 본국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지금은 이마저도 구할 수 없는 지경이다.

연천에는 군부대가 많다. 국방부도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을 준수하면서 군부대 인력을 농촌일손돕기에 지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우 씨는 “벼농사도 짓고 있는데 모내기처럼 힘쓰는 일이면 모를까 오이농사 특성상 군장병을 부르긴 어렵고, 아직 연천에 코로나19 확진자가 없는데 우리 농사 돕다가 혹여라도 무슨 일이 생길까 싶어 도움을 요청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연천농협을 통해 가락동시장으로 오이를 납품하는 우영자씨는 작년과 비슷한 가격을 받아 그나마 다행이지만 지난해보다 농사규모가 절반이나 줄었기 때문에 수익도 절반이나 줄어 걱정이다. 하지만 걱정은 거기서 끝나질 않는다.

“타지 사람은 부를 수가 없어 몇몇 동네사람이 품앗이로 도와주고 있지만 7월이면 또 오이육묘를 해야 하는데 그때도 사람을 못 구하면 올해 농사는 완전 마이너스”라며 “평소엔 보지도 않던 뉴스를 언제 코로나가 끝나는지 요즘엔 뉴스만 보는데 하루라도 빨리 끝나야 조금이나마 손해를 덜 볼 것”이라고 안타까운 속내를 털어놓으며 대책다운 대책이 하루빨리 나와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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