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 - 경영컨설턴트 정운진 박사

농협은 농촌의 번영, 먹거리 산업인 농업의 생산성 증대, 농촌을 지키고 가꾸는 농민의 삶을 돌보는 농민자조 경영지원 조직이다. 이런 주요 역할을 하고 있는 농협이 소기의 목표와 국민의 기대를 저버리는 행태를 보여 국민과 언론으로부터 원성과 지탄을 받고 있다.
지금 우리 농촌은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인한 지방소멸론이 대두되고 있으며 취약한 농가소득도 문제다. 반면 수출 부진과 경기침체로 기업들이 도산하는 가운데, 도시 실업자의 귀농·귀촌이 증가하는 추세다. 이런 상황에서 농협 개혁이 매우 절실하다.농협의 문제와 혁신방안을 알아보고자 이에 대한 연구를 해오고 있는 경영컨설턴트 정운진 박사를 만났다.

인구 감소 지방소멸론 대응해
‘건강한 농협’ 운영 도모할
전문경영인으로 개혁 서둘러야

조합장선거와 운영개혁 시급
정운진 박사는 경북대대학원에서 농협 관련 논문으로 경영학석사를 받았다. 이어 동대학원에서 기후변화 관련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그는 경북 관내 축협과 농협에 두루 근무했고 최종적으로 상무이사를 세 번이나 지냈다.
“농협은 농민과 귀농인을 잘 돌봐야 합니다. 농협이 운영과정에서 지탄받는 것은 조합장선거 비리 때문입니다. ‘5당4락’(5억 원을 쓰면 당선되고 4억 원을 쓰면 낙선한다) 등의 웃지 못 할 유행어가 나돌 지경으로 돈선거가 판을 쳐서 2015년 제1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에서 52명이 당선무효 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었죠.

지난해 치러진 제2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도 1303명의 선거사범이 입건되고, 759명이 기소되는 등 조합장선거가 금품선거로 얼룩졌어요. 이중 혐의가 무거운 42명은 구속까지 됐습니다.”
정 박사는 이 같은 금품선거가 농협과 농촌 발전을 그르치는 일인 만큼 후보와 농민 모두 다 이런 일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인터넷에도 떠돌 만큼 조합장 당선 이후에도 많은 비리들이 자행되고 있습니다. 억대의 뇌물 수수, 여직원 성폭행, 지역조합 채용비리 등 적발건수만 자그마치 1040건이나 됩니다. 면세유 판매대금 횡령이나 사료 납품 대가로 공짜 해외여행을 다녀온 비리도 있습니다. 전남의 모 농협은 묵은 쌀을 햅쌀로 둔갑시켜 24억 원을 챙긴 사례도 있죠.”

신뢰기관에 위탁해 전문경영인 선발해야
“국가경제 발전으로 농협의 사업규모가 나날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농산물시장이 글로벌화되는 환경에서 경영 전문화가 요구되는 현실이라 부정부패와 비리 척결 시급합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려고 대통령 후보들을 비롯한 농협 관계자들과 다각적인 협의를 통해 기업이 시행하고 있는 전문경영인제도의 일환으로 상임이사제도가 도입된 바 있어요. 소유와 경영의 분리가 이 제도의 핵심이죠.
하지만 좋은 취지와 달리 형식적으로만 제도를 도입하고 무늬만 포장했을 뿐 실질적으론 오히려 이를 악용해 부정부패의 또 다른 온상으로 변질되고 있습니다.”

정 박사는 상임이사제도가 제대로 시행되기 위한 두 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저는 농·축협을 평생직장으로 삼아 근무했고 상임이사를 세 번이나 지낸 경험과 현재도 조합원으로서 농어촌의 미래 발전을 위해서는 ‘건강한 조합’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역설합니다. 형식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전문경영인제도를 반드시 실질적으로 시행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첫째, 현재 조합의 전문경영인인 상임이사 선출을 완전히 개선해 공정하고 투명성이 담보되는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으로 선발해야 합니다. 현재 이사추천위원회와 대의원회에서 상임이사를 선출하는 방식을 외부의 전문기구에 위탁해 선발하는 것으로 바꿔야 한다는 말입니다.

예를 들어 면접전문교육을 이수한 역량 있는 면접관을 가진 대한상공회의소에 선발을 위탁하거나 TF팀을 구성해야 합니다. 그 구성원은 반드시 자질과 역량, 객관성을 갖춰야 하고 이런 인사추천위원회에 위탁해 전문경영인을 뽑아야 합니다. 상임이사 해임은 대의원총회에서만 해야 된다는 규정으로 바꿔야 합니다.
이와 함께 조합장은 조합원의 대표이자 명예직으로서 ‘경영에는 절대 관여하지 못 한다’는 규정을 둬 경영 배제를 확실히 해야 합니다.”
정 박사는 현재 전문경영인의 직명인 상임이사를 대표이사로 바꿀 것도 제안했다. 이는 이 제도를 먼저 도입한 기업에서도 사용하고 있을 뿐 아니라, 전문경영인으로서 책임과 직위에도 걸맞은 직명이기 때문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이상과 같이 경영능력과 역량을 갖춘 전문경영인이 선발돼야 건강한 조합으로서 자립경영의 안정성을 갖추게 될 겁니다. 또한 농민운동조직으로서 조합의 이념을 실천할 수 있는 교육지원과 활동에도 충실해 본연의 조직기능을 활기차게 수행하는 조직이 될 겁니다.
그렇게 되면 조합장은 농민대표로서 조합 운영에 따르는 비리에 연루되지 않아 농민으로부터 존중받는 인물로 길이 기억될 것입니다.”

부실조합 통합해 실속경영 해야
농촌지역에 존재감이 부실한 농협, 수협, 산림조합 등이 난립해 있는데, 이를 한 개의 조합으로 통합해 운영하자는 여론에 대해 정운진 박사의 의견을 물었다.
“농촌지역은 도시보다 상대적으로 인구가 적음도 불구하고 농협, 축협, 수협, 산림조합 등을 비롯해 다양한 조합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제2의 금융업과 비슷한 기능을 수행하는 조직도 있습니다. 다수의 농민들은 특별히 존재감이 없는 조직을 하나로 통합해 제대로 역할을 수행케 해야 한다는 얘기들을 합니다. 이를 위해 사업규모와 자산이 적은 조합을 한데로 통합해 지역민의 이용을 쉽게 해줘야 합니다. 분산에 따른 과다 인건비와 운영비를 절감하고, 실속 있는 운영을 통해 농민복지와 지역발전에 기여해야 합니다.

통합에 따라 남는 건물은 도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숙박시설이나 고령농민들의 공동주택, 공동식당, 요양시설 등으로 운영하는 방안도 고려돼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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