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광희 칼럼 - 누리백경(百景)(133)

1950년 6월의 한국전쟁 후, 미군과 함께 이 땅에 흘러들어온 새로운 외래문물의 하나가 미국의 대중음악(팝)과 댄스였다. 이를 뭉뚱그려 ‘양키문화’라고 불렀다.
블루스·재즈·트위스트·맘보·탱고·차차차·부기우기 등의 새로운 양식들이 춤음악을 중심으로 하여 물밀듯 쏟아져 들어오면서 일대 ‘춤바람’이 일었다.

여기저기 무허가 사교춤 강습소와 비밀 댄스홀이 생겨나면서 허영과 퇴폐풍조가 만연해 사회문제로 대두됐다. 그중 대표적인 사건이 박인수 사건과, 소설 <자유부인(自由夫人)> 필화사건 이었다.
‘한국판 카사노바’로 불린 희대의 춤꾼 박인수는, 1955년 현역 해군 헌병대위를 사칭하면서 당시 서울의 사교장 이었던 국일관·낙원장 등을 무대로 춤바람 난 여대생·가정주부 등 70여 명의 여성을 간통해 쇠고랑을 찼다. 이때 이 사건의 1심 재판장을 맡았던 (고)권순영 판사의 판결문이 세상의 눈길을 끌기도 했다.
“법은 보호할 가치가 있는 정조 만을 보호한다.”

정비석(1911~1991)의 소설 <자유부인>은, 1954년 1월1일부터 8월6일까지 215회에 걸쳐 <서울신문>에 연재돼 ‘낙양의 지가’를 올리며 최고의 베스트셀러가 됐다. 사교춤으로 불륜에 빠진 대학교수 부인의 일탈과, ‘춤바람’이라는 파격적인 소재를 통해 당시의 비뚤어진 시대상을 그려 신문독자들의 폭발적 인기를 모았다. 특히 ‘성 윤리의 도덕성’ 문제를 놓고 작가와 황산덕 서울대 법대교수 간의 지상논쟁 등 다섯차례의 격한 필화사건을 겪으면서 더욱더 유명해졌다.

그 적의 사교춤과는 다른 피트니스(Fitness, 건강)춤 -줌바 댄스(Zumba Dance)가 요즘 뜨겁게 화제다. 충남 천안에서 있었던 ‘줌바 댄스 강사 워크숍’이 코로나바이러스 전파의 진원지가 됐대서 그렇기도 하고, 나라 구석 구석이 지금 줌바 댄스 붐으로 넘쳐나서도 그렇다. 어딜가나 과거 에어로빅 강습소엔 어김없이 줌바 댄스 교실이 들어섰다.

줌바 댄스는, 간단하게 요약하면 에어로빅 동작에 쾌활 발랄한 라틴댄스 리듬을 접목시킨 ‘건강 춤’이다. 이 춤은 1998년 중남미 콜롬비아의 무용가 이자 안무가로서 에어로빅 강사활동을 하던 알베르토 ‘베토’ 페레스(Alberto ‘Beto’ Perez)가 고안한 일종의 피트니스 프로그램 이다. 언젠가 그가 에어로빅 수업을 시작하면서 경쾌한 라틴 댄스들인 살사(쿠바 댄스음악)·메렝게(도미니카 무곡)·맘보(라틴아메리카 댄스음악)·플라멩코(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 지방 전래민요)·차차차(멕시코 민요 리듬의 재즈음악)·삼바(브라질 흑인계 춤곡) 등이 삽입된 카세트 테이프를 틀고 춤을 추면서 이 춤을 ‘룸바사이즈(Rumbacize)’라고 명명한 것이 ‘줌바 댄스’의 시초가 됐다.

그후 2001년, 10단계별 춤동작과 음악을 담은 <줌바 피트니스 비디오>가 출시 보급되면서 전 세계로 빠르게 확산돼, 5년 전인 2015년에는 186개국 1400만 명이 줌바 댄스 수업에 참여했다. 줌바 댄스의 특징은 남녀노소 모든 연령대가 10가지 단계의 댄스스텝으로 즐기는 경쾌한 ‘전신 강화 유산소 운동’이라는 것. 역동적인 만큼 칼로리 소모도 커 1시간에 약 1000칼로리의 에너지가 소비돼 ‘다이어트의 끝판 왕!’이 되기에도 충분하다는 것이다.
지금의 추세대로라면, 중남미 카리브해의 열정 가득한 줌바 댄스의 열기는 쉬 식을 것 같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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