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희걸 본지 고문

"활력 넘치고 시대 부합한
농촌지도사업 새판 짜기를
서둘러야 한다.

이에 농촌지도사업 혁신과
지방의 농촌지도사업을
지휘해나갈 기구와 조직
구성에 조속히 나서
농촌소멸 막고 소득 높여야 한다"

▲ 채희걸 본지 고문

올해 초 현장 인터뷰 차 아열대과일을 재배하는 농민을 만났다. 생소한 아열대과일 농사를 시작하면서 농촌진흥기관의 과수담당 공무원에게 관련기술 자료를 요청하고 상담도 했는데, 기대만큼의 정보를 얻지 못했는지 아쉬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 농민은 오랫동안 농촌지도자회 임원 활동을 해온 터라 농업기술센터와 행정이 통합되면서 농촌지도사업이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필자는 농촌여성신문을 창간한 이래 현재까지 사회각계의 명사들을 만나 인터뷰하고 있는데, 창간 초기에 전국노래자랑 MC인 송해 선생을 녹화현장에서 인터뷰할 기회가 있었다. 송 선생은 인터뷰 도중 느닷없이 통일벼 얘기를 꺼내며 통일벼 재배의 주요기술인 ‘소주밀식’(小株密植 : 모를 낼 때에, 한 포기의 모 수를 적게 하고, 전체적으로 배게 심어 꽂히는 포기 수를 많게 하는 재배법)과 4점5조식, 전진이앙 등 벼농사와 관련된 전문용어를 구사했다. 송 선생은 박정희 대통령으로부터 통일벼 재배 확산을 위한 지도요원으로 위촉돼 코미디언 고 이기동 씨와 함께 전국의 농촌을 순회하며 통일벼 보급 홍보활동을 했다고 한다.

당시 농촌지도직공무원들은 박정희 대통령의 진두지휘 하에 식량자급을 위한 녹색혁명 달성을 목표로 거대하고 위대한 농촌지도사업을 펼쳤었다. 아울러 경제기획원 김학렬 장관을 내세워 통일벼 종자 증식을 위한 세대단축온실 조기 건설을 독려했다. 그리고 마침내 농업계 석학이었던 김인환 농촌진흥청장이 서울대 농대 교수진과 필리핀 소재 국제미작연구소와의 협력을 통해 한국형 다수확 벼 품종인 통일벼 육종에 성공했다. 이후 통일벼 증산을 주제로 한 거국적인 농촌지도사업을 전개해 식량자급의 위업을 달성해냈다.

그러나 지방자치제가 시행되면서 농촌진흥청이 주관하던 지방의 농촌지도조직 지휘체계가 지방으로 이양됐고, 일부 지역은 지자체의 편의에 따라 농촌지도사업이 행정과 통합돼 농민들의 기술습득 체감도가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지방농촌지도직 공무원들은 이 같은 조직체계의 변화로 본연의 농촌지도사업보다 행정 업무에 치우치게 되고, 그로 인해 농촌지도사업의 활력을 찾지 못하고 있다. 특히 요즘 농촌지도직 공무원들은 IT와 소셜미디어의 영향으로 농민과의 대화에 디지털기술을 주로 활용하다보니 직접 대면에 소홀해져 영농의욕 고취와 기술보급에 어려움이 있다.

농촌진흥청은 점점 벌어지는 도농간 소득격차와 농가인구 감소에 따른 농촌소멸의 위기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침체된 농촌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 통일벼 증산 시책과 같이 활력 넘치고 시대에 부합하는 농촌지도사업 새판 짜기를 서둘러야 한다. 이를 위해 농촌지도사업 혁신과 지방의 농촌지도사업을 지휘해나갈 기구와 조직 구성에 조속히 나서야 한다.

또한 농업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작목별 지도요강을 만들어 농가소득 증대를 견인함으로써 도시가구와의 소득격차를 줄여나가야 한다. 아울러 전 농가와 농민이 적극 수용해 실천할 수 있는 거국적인 농촌지도사업을 강력히 추진하고, 농촌지도사업을 원활히 추진하기 위한 시대에 부합한 인터넷 교육과 온라인 농산물 판매교육 등도 주력해야 한다.

취약한 농가소득을 끌어올리기 위해 농산물 가공, 농업체험관광, 스마트팜 운영 등을 소재로 한 농민이 참여하는 경연행사와 성공사례 발표 등을 통해 농민의 영농의욕을 고취시키고 자질 향상에 힘써야 한다. 무엇보다 줄어든 농민·농촌지도직공무원 소집교육을 더욱 확대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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