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명예기자 통신 - 강원 평창 이정인 명예기자

유난히도 힘들었던 지난 겨울, 꽃샘이가 변덕을 부리고 코로나19로 인한 충격으로 요즘 모든 게 의기소침된 기분이다. 지금은 모두 힘을 합쳐 지혜롭게 헤쳐 나가야 할 시기인 듯, 봄이 한걸음씩 우리들 곁으로 다가오면서 힘을 내라고 속삭이고 있다.

비가 추적추적, 그러다가 갑자기 함박눈이 펄~ 펄~ 언제부턴가 기상 이변이 생기면서  불규칙적으로 눈이 내리고 나서야, 모든 것이 진정된 듯~ 정화되고 단조롭고 순화된 세상에 비로소 봄을 선사하니 때 아닌 눈임에도 잠시나마 반갑기도 하다.

평창군에서 봄을 제일 먼저 맞이하는 남쪽 미탄면의 기화천에는 동강과 합류돼 만나는 수직절벽과 모래사장, 호박돌과 세찬여울이 있다.

평창의 오대천, 골지천, 임계천, 송천 등이 모여 정선의 조양강의 동남천 물줄기가 합쳐지는 수미마을에서 영월까지의 약 51km 구간을 동강이라 부른다. 평창군 미탄면 마하리 백룡동굴 아래 동강변 바위 절벽은 동강할미꽃의 자생지로 매스컴을 타면서 자연생태의 훼손으로 한때 멸종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故이영로 박사에 의해 동강변 석회암 절벽에만 서식하는 새로운 종으로 밝혀져 국제식물학계로부터 생태계 보존의 대명사인 ‘동강할미꽃’이라는 학명을 받았다. 세계적 희귀종인 동강할미꽃이 한때 자취를 감췄지만 주민들의 노력으로 자생력을 되찾고 혹독한 겨울을 이겨내고 봄을 맞으면서 꽃을 피우기 시작한다. 1991년 동강댐 건설계획을 저지시킨 일등공신인 동강할미꽃이 동강을 병풍처럼 둘러싼 수직절벽 바위에서 강인한 생명력으로 피어난 자태는 더욱 황홀하다.

웨딩드레스를 입은 듯 하얀 잔털에 둘러싸인 동강할미꽃의 황홀한 자태는 동강의 선녀를 떠올리게 하고 여러해살이 풀로 보라색, 흰색, 자주색으로 다양하다.

일반 할미꽃이 고개를 숙이는데 비해 고개를 빳빳하게 세우고 하늘을 우러러 보고 피는 꽃봉오리가 작은 것은 양분이 적은 바위틈새에서 자라기 때문이다. 본래 조양강 석회암 뼝대(절벽)에서만 자생한다고 하여 바위할매 라고 불렸던 꽃으로 꽃과 잎에 난 잔털이 역광으로 하얗게 빛날 때 가장 황홀하다.

동강할미꽃은 칼자국 같은 바위틈에 뿌리를 내리는 것이 특징인데 척박한 바위틈새 무엇이 그리 좋아 보라 빛 연정으로 피어 나는지, 오랜 세월 외부와 단절된 동강의 환경에 적응한 탓에 꽃의 모양과 색깔도 조금씩 다르게 진화하면서 농도가 다른 경우는 영양분과 관계가 있다.

무덤가에 핀 검붉은 색깔의 할미꽃은 손녀의 집 앞에서 쓰러져 죽은 할머니의 전설과 흰 털로 덮인 열매의 덩어리가 할머니의 흰머리 같아 슬퍼 보인다. 동강 할미꽃은 백두옹 또는 노고초라고도 부르고 유독식물이지만 뿌리를 이질 등의 지사제로 민간에서는 학질과 신경통에 사용한다.

절벽 위에 동강 할미꽃과 동강 할배로 불리는 동강 고랭이,  돌단풍 같은 희귀식물이 자라는데 뻥대 삼총사로 불리우고 있다. 동강 할미꽃은 강원도 동강 일대에 자생하는 우리나라에만 분포하는 특산종으로, 한창 꽃이 피는 요즘 훼손되지 않게 철저히 보호해야 할 식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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