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희 칼럼 - 누리백경(百景)(131)

#중국 춘추전국시대(기원전 770년~기원전 221년)때, 제나라 환공은 ‘관포지교’ 고사로 널리  알려진 명재상 관중(기원전723~기원전645)의 충실한 보좌에 힘입어 중원의 패자가 됐다.
그 관중이 노년에 이르러 병석에 눕자 환공이 직접 병문안을 갔던 차에 관중에게 물었다.
“혹시라도 내게 특별히 당부할 말이 있소?”
그러자 관중이 주저없이 말했다.
“폐하께서 역아·수조·위공자 등의 소인배들을 더이상 가까이에 두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그 말을 듣고 환공이 이렇게 대답했다.
“역아는 자신의 아들을 삶아서 나에게 요리를 해 주고, 수조는 자신의 생식기를 거세하면서까지 나를 극진히 섬기고, 위공자는 자기 부친상을 당하고도 나를 위해 집에 가지도 않은 재상인데, 이런 사람들을 어찌 내치란 말이오?”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관중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주군을 위한답시고 자기 아들을 삶아 임금에게 요리를 해줄 정도로 잔인한 사람, 자신의 생식기 거세로 충성·맹세하며 자기자신에 대한 사랑이 없는 사람, 부모에게 무정한 사람이 어떻게 자기 주인을 잘 섬길 것이며, 다른 사람에게 사랑과 정을 줄 수가 있겠습니까? 이는 모두 권력욕에서 나온 가식입니다.”
그 말을 듣고 환공이 무릎을 탁 쳤다.

#기원전 517년, 중국의 공자가 37세 때 노나라의 난을 피해 이웃 제나라에 가 있을 때, 제나라 경공이 찾아와 물었다.
“어찌해야 정치를 잘할 수 있겠습니까?”
그러자 공자가 대답했다.
“군군(君君), 신신(臣臣), 부부(父父), 자자(子子)니이다.”
즉, 임금은 임금다워야 하고, 신하는 신하다워야 하며, 아버지는 아버지다워야 하고, 자식은 자식다워야 한다는 말이다. 다시 말하면, 각자의 위치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제대로 다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말을 듣고 경공이 말했다.
“좋은 말씀이오. 진실로 군주가 군주노릇을 제대로 못하고, 신하가 신하노릇을 제대로 못하며, 아비가 아비노릇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자식이 자식노릇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비록 곡식이 있다 한들 내가 그것을 어찌 먹을 수 있겠소?”

#최근 코로나19의 대환란 속에서 정부 각료들이나 정당지도자들의 국가재난 대처 모습을 보면서 새삼 그들의 됨됨이와 품격을 다시 새겨보게 됐다. 두 달이 지나도록 정책의 일관성 없이 갈팡질팡 갈피를 잡지 못하고, 제각각의 목소리로 국민들에게 불안감만 증폭시키는 그들이 진정으로 나라의 위기를 타개해 나갈 의지가 있기는 한건가… 하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 오로지 자신의 입신양명과 권력욕에만 매달려 ‘보국(報國)’이라는 대의를 내동댕이 친 그 그릇 됨됨이의 바닥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냉정한 인내를 가지고 현실·팩트를 제대로 읽어내지 못하는 탁상행정이 빚어낸 마스크 공급대책에 한달 넘게 발목 잡혀 마트며 약국 앞에서 두세시간씩 줄을 서서 떨면서도, 국민들이 듣고 싶은 진정어린 한마디는, 주무장관의 뜬금없는 자화자찬이 아니라 “예스, 위캔!(Yes, we can!-우리는 할 수 있어!)힘내세요!”란 것을 왜 모르는가. 하루속히 코로나사태가 종식되기만을 하늘에 빌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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