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생활개선연합회장 탐방-권혜련 태백시연합회장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봄이 왔지만 봄이 아닌 요즘이다. 만물이 소생하고, 새로운 희망을 꿈꿀 시기이건만 전국이 코로나19로 인해 스치는 옷깃조차 조심스러운 탓으로 봄을 전혀 느낄 수 없어서다. 하지만 이런 때일수록 서로를 향한 격려와 응원은 어느 때보다 큰 힘이 된다.

내년 농업기술센터 이전으로 농산물가공 희망 꿈꿔
난타·요리·댄스동아리 만들어 회원들 소통창구로

▲ 태백의 황지연못은 1300리 낙동강의 시작이다. 권혜련 회장은 그 시작점에서 응원의 마음이 경상북도와 경상남도, 모든 곳에 퍼지기를 염원했다.

응원합니다!
“1300리 낙동강 시작이 우리 태백의 황지연못이에요. 가뭄과 장마에도 변함없이 매일 5000톤의 물이 솟아나요. 해발 700m가 넘는데도 황지연못이 있어 물 걱정 없이 살았다고 하더라구요. 황지연못처럼 현실이 아무리 어려워도 버텨내야 하지 않겠어요. 말뿐이지만 힘내란 말을 꼭 하고 싶네요.”

사실 권혜련 회장 또한 지난해 맞닥뜨린 어려움이 만만치 않았다. 태백농업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건 단연 고랭지배추다. 권 회장도 곰취와 산마늘, 고추농사를 짓고 있었지만 가장 큰 농사는 배추농사였다. 작년까지 3000평의 배추농사를 지었는데 가격폭락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수확하는 게 오히려 손해라 눈물을 머금고 배추밭을 갈아엎었다.

갈아엎은 밭은 땅심을 살리기 위해 호맥을 심었다. 수확한 호맥은 소 키우는 이웃에 주기로 해 수익은 제로나 마찬가지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지만 결코 하고 싶지 않았던 선택이었다는 권 회장. 더 큰 규모로 배추농사를 짓는 농업인들이 많은 태백에서 그런 선택을 한 이들은 수두룩했다. 하지만 언제까지 좌절할 순 없는 법. 권 회장은 내년에 들어서는 태백시농업기술센터에 큰 희망을 걸고 있다.

“우리 농업기술센터는 예전에 동사무소가 통폐합되고 남은 건물을 리모델링한 것인데 워낙 좁아서 공무원들도 그렇지만 농업인들도 어려움이 많았어요. 다행히도 내년에 농업기술센터가 이전을 하게 됐는데 농산물가공실도 만들어져요. 제가 고추농사를 짓고 있는데 그 고추로 농산물가공실에서 부각을 만들면 어떨까 생각하고 있어요. 아직 1년 남짓 남았지만 그렇게만 된다면 저한텐 큰 도움이 될 것 같네요.”

산나물축제서 맹활약
태백시연합회의 중점사업은 바로 5월에 열리는 산나물축제다. 지난해 처음 열린 산나물축제에서 태백시연합회는 산나물을 활용한 먹거리부스와 농산물 전시 등을 도맡았다. 곰취가루를 활용한 떡과 피자 등은 관람객의 눈과 입을 사로잡았다.

“처음이라 그런지 서툰 점이 많았어요. 올해는 먹거리부스 대신 시식과 체험활동 위주로 회원들과 할 생각이에요. 하지만 코로나가 계속 길어지면 축제도 열 수 없을 것 같아 걱정이 많아요. 하루빨리 진정이 돼서 태백뿐만 아니라 지역의 축제들이 무사히 열렸으면 좋겠네요. 다른 생활개선회도 축제에서 여러 활동을 하고 있을 텐데 무산되면 같이 피해를 보잖아요.”

110명의 회원이 가입된 태백시연합회는 그동안 마땅한 동아리가 없어 회원들이 정기적으로 모이기가 쉽지 않았다. 회원들의 구심점 역할을 고민하던 권 회장은 지난해 난타, 요리, 댄스동아리 3개를 한꺼번에 만들었다. 물론 농업기술센터 김석윤 소장의 든든한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댄스와 난타동아리는 농한기 때 몸을 움직일 수 있는 좋은 운동이 되고, 요리동아리는 태백의 자랑인 곰취를 활용한 요리를 연구해요. 지난해 원주에서 열린 강원음식 세계화 페스티벌에 내놓은 태백의 대표음식이 바로 곰취카스테라와 곰취피자였어요. 아직 보완할 점이 있지만 아이디어가 좋다는 평가를 받았어요. 다만 아쉬운 건 코로나 때문에 이제 활동을 시작해야 하는데 계속 미뤄지고 있네요. 그리고 김석윤 소장님 덕분에 동아리가 생겨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요. 동아리는 배우기만 하는 곳이 아니라 소통하고, 활력도 생기고, 생활개선회 활동을 열심히 해야겠다는 의지도 생길 수 있다고 믿어요.”

권 회장은 다시 한번 어떤 일이 있어도 마르지 않는 황지연못처럼 어려움에 굴하지 않는 전국 10만의 생활개선회원들에게 지금의 어려움을 함께 극복하자는 메시지를 꼭 전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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