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11조7000억 추경안 내놨지만 농식품부는 농안기금 변경만

▲ 지난 10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출석해 추경안을 설명하고 있는 행정안전부 진영 장관.

화훼농가 재난 수준…특단 대책 시급
개학 연기되면서 판로 막힌 친환경농산물도 어려움 가중
메르스 사태 때보다 장기화 가능성 농가들 한숨

코로나19 파급효과 최소화와 조기 극복을 위해 정부가 추경안 11조7000억 원을 편성했다. 신속하게 시행할 수 있는 대책 중심으로 예산이 투입되는데 크게 ▲방역체계 고도화 ▲소상공인·중소기업 회복 ▲민생·고용 안정 ▲지역경제·상권 살리기 등이다.

행정안전부가 이미 시행한 20조5000억 원과 합하면 31조6000억 원이다. 방역체계 고도화 부분은 구체적으로 의료기관 손실보상에 1조7000억 원, 격리치료자 생활지원과 의료기관 융자에 5000억 원, 감염병 전문병원과 음압병실 등 확충에 800억 원 등 2조3000억 원이 투입된다.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회복을 위해 긴급경영자금 1조7000억 원, 소상공인 경영부담 경감에 6100억 원, 온누리상품권 발행 확대와 전통시장 회복지원에 1400억 원 등 2조4000억 원이 투입된다. 민생·고용 안정을 위해 취약계층 쿠폰 지급과 양육수당 대상 확대 등에 2조4000억 원, 사회보험료 경감과 청년추가고용장려금 추가 등에 6300억 원 등 3조 원이 투입되고, 지역경제·상권 살리기에 8000억 원이 투입된다. 대구·경북지역은 8000억 원이 별도로 투입된다.

정부의 추경안에 관해 국회는 지난 10일부터 상임위별로 전체회의를 열고 기획재정부, 행정안전부, 보건복지부, 고용노동부, 산업통상자원부, 중소벤처기업부 등 부처별로 심의했다.

행정안전부는 지역사랑상품권 발행규모를 3조 원에서 6조 원으로 늘리면서 발행비용 2400억 원을 지원해 4개월 동안 할인율을 10%로 일시 상향하기로 했다. 하지만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는 대구는 지역사랑상품권을 발행하지 않고 있고, 경북은 약 70%의 시·군만 발행하고 있어 전체 도(道)중 발행비율이 강원도 다음으로 낮아 이번 대책의 효과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보건복지부는 2조9671억 원의 추경안을 편성했다. 음압병동을 보유한 권역 감염병 전문병원 2곳 확충에 45억 원을 편성했다. 국가지정 음압병실을 281개로 늘리고, 음압 구급차도 확대키로 했다. 감염병 검사를 신속·정확히 하기 위해 질병관리본부 내 유전자증폭기 등 검사·분석장비 62대 구입과 각 시·도 유전자추출기 1개 지원에 98억 원, 국가 바이러스·감염병 연구소 설립에 30억 원 투입한다. 의료기관 손실보상과 격리치료자 대상 생활비와 유급휴가비 지원에 800억 원을 편성했다.

또한 가정돌봄으로 전환하는 어린이집 이용 가정 지원을 위해 가정양육수당 예산 2개월분 271억 원을 편성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가 2개월로 정한 건 메르스 사태 때 2개월 만에 사태가 진정된 걸 기준으로 삼은 것인데 코로나19는 향후 추이가 불확실해 편성된 예산보다 더 소요될 가능성이 커 검토가 필요하단 지적이 나왔다. 아동수당 대상자에게 상품권 4개월분을 지급하는 예산이 1조539억 원 편성됐다. 월 10만 원씩 263만4761명에게 지급하는 것으로 양육부담 완화와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건복지부는 내다봤다.

▲ 각 학교의 개학이 연기되면서 친환경농산물을 생산하는 농가의 피해 역시 계속 커지고 있다.

하지만 각 부처의 움직임과 달리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번에 추경안을 편성하지 않았다. 다만 지난 5일 482억5000만 원의 농산물가격안정기금 운용계획 변경을 통해 화훼소비 촉진, 식품·외식업계와 수출지원책을 내놨다. 이와 별도로 개학 연기로 친환경농산물 소비감소가 우려됨에 따라 올해 91억 원을 편성해 새롭게 추진하는 ‘임산부 친환경농산물 지원 시범사업’ 지역과 대상 확대에 예비비를 활용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기존 16개 시범지역을 더 늘리고, 4만5000명이던 대상자를 8만 명으로 늘린다는 것이다. 하지만 예비비를 활용한다는 농식품부는 얼마의 예산이 언제 어떻게 투입될지에 대해선 구체적 입장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특히 이번 코로나19로 입학식과 졸업식 등 각종 행사가 취소돼 직격탄을 맞은 화훼농가와 개학이 계속 연기되면서 학교급식으로 공급되는 친환경농산물에 대한 추경편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외면했다는 비판도 일고 있다.

이에 대해 한 화훼농가는 “1월부터 각종 행사가 취소되면서 화훼시장이 얼어붙은 게 2달 가까이나 되고, 농업계 중 가장 큰 피해를 본 분야임에도 피부로 느낄만한 대책은 여전히 없다”면서 답답함을 토로했다. 파주의 한 농가는 “파주시에서 소비활성화를 위해 사무실마다 꽃나눔을 진행해 숨통이 좀 트였지만 앞으로가 걱정”이라며 “특히 화훼농가는 지금이 재난상황이라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래서 주목받는 게 재난기본소득이다. 재난 시기에만 한정해서 일정액의 소득을 지급하자는 것인데 전국 최초로 전주시가 취약계층 5만 명에게 1인당 50만 원씩 지급하기 위해 543억 원의 추경안을 심의 중이다.

친환경농업계 역시 타격이 만만찮다. 어린이집과 유치원, 학교 등의 개원과 개학이 계속 연기되면서 급식이 중단됐기 때문이다. 학교급식 공급을 약정했던 친환경농가들은 언제 끝날지 모를 코로나19로 인한 피해가 얼마나 될지 예측조차 안 되는 상황이다. 이에 지난 10일 친환경농업인연합회는 궁여지책으로 학교급식으로 공급될 계획이던 친환경농산물을 꾸러미로 만들어 판매하기로 했다.

서울시 초·중·고교 937곳 급식에 친환경농산물을 하루 평균 113톤, 금액으로 9억1300만 원을 공급하는 서울친환경유통센터 관계자도 지금 상황에 우려를 나타냈다. 이 관계자는 “지난해 기준으로 농산물과 축산물의 친환경공급비율이 63%, 55%를 기록하는 등 친환경농가에게 안정적인 판로로 인정받고 있던 시기에 이번 코로나는 정말 큰 타격”이라며 “지금 상황이 길어질수록 급식업체와 농가들의 피해가 눈두덩이처럼 커질 텐데 마땅한 해결책이 없는 게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

남양주에서 시설채소농사를 짓는 한 농업인은 “급식업체를 통해 상추와 열무 등을 납품하고 있는데 언제 공급이 중단될지 몰라 하루하루 피가 마른다”고 안타까운 심경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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