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집 - 코로나19가 농촌일상도 바꿔놨다

■ 전국의 농촌여성들이 전해 온 농촌 분위기

코로나19로 모든 것이 올 스톱됐다. 교육을 비롯한 모든 활동은 연기됐고, 농촌마을의 사랑방인 마을회관과 경로당이 폐쇄됐다.
봄이 왔건만 코로나19로 여전히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전국의 생활개선회원들의 목소리를 통해 들어봤다.

▲ 지난 5일 공주시 사곡면 우체국에 공주시민들이 공적 마스크를 구매하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11시부터 공급되지만 우체국이 문을 열기 전 이른 시간에 줄을 서야 마스크 5장을 구매할 수 있다.

<충남북>

코로나19가 농촌여성들의 일상을 바꿔놓고 있다. 눈 뜨면 열심히 농사 일 하고 에너지 넘치게 지역주민들과 어울리며 활기찬 일상을 보내던 그들이 지금은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우체국으로 향한다.
한국생활개선공주시연합회 최정희 회장은 한창 밤나무 전지작업을 할 시간에 우체국 앞에 줄을 서 있는 상황이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

“아침 8시에 마스크 사러 사곡우체국 앞에 줄 섰어요. 늦게 나오면 마스크를 살 수가 없네요. 밤나무 전지작업하고 일하려면 원래 먼지 때문에 마스크를 쓰고 일하는데 요새 마스크 대란이어서 마스크 구하기가 시골에서는 쉽지 않아 불편이 커요”라며 “11시엔 우체국 앞에 줄 서고 좀 있다 2시엔 농협에서 마스크 1인당 5매씩 판매한다고 하니 다시 줄서서 마스크 구매해야 해요. 농사일로 바쁜데 요즘은 하루에 마스크 사는 게 일과가 돼버렸다니까요”라며 어리둥절해 한다.

이렇게 한가해도 되는 건지....
바쁜 농번기임에도 한가한 지금의 상황이 이해 안 되기는 한국생활개선보은군연합회 박영옥 회장도 마찬가지다. 박 회장은 “담배농사를 짓고 있어서 3월 말이면 퇴비도 내고 망도 씌우고 비닐도 보수하는 등 분주히 움직여야 할 때인데 이렇게 조용히 있어야 하니 걱정이네요”라고 말한다.
 코로나19는 산 속 마을 깊숙이까지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천안목천면생활개선회 노신자 회원이 사는 곳은 독립기념관 위쪽 산골짜기로 4km나 더 들어가야 하는 곳이다. 마을에 몇 집 안 되는 주민들이 한 식구처럼 모여 살고 있는 고요했던 이 마을 주민들은 요즘 하루에도 수 없이 울리는 긴급재난문자 벨소리에 마음이 심란하다.

위생관념 철저해져
청주에서 과수원을 하고 있는 한국생활개선청주시연합회 어미선 총무 역시 요즘 적적하고 고요하기는 마찬가지.
“사과 과수원을 하니까 중간 중간에 커피타임이 있었어요. 엄마들끼리 보리밥도 나눠먹고 콩나물밥도 해먹고 했는데, 요즘은 코로나19 때문에 과수원 하고 집만 왔다 갔다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살아요”라며 사람 사는 맛이 안 나고 좀 우울한 기분이 든다고 한다. 하루 빨리 코로나19의 상황에서 벗어나 과수원 식구들과 한 차를 타고 수다 떨며 시내 대형마트로 쇼핑가는 일상을 누리고 싶다는 어미선 총무는 그러나 “코로나 19 이전엔 일하다가 옷에다 쓱쓱 손 문지르고 밥 먹고 했는데 요샌 철저히 손을 씻게 되네요. 같이 일하는 남편도 수시로 손 씻었나 체크하게 되고요”라며 코로나19로 위생관념이 철저해 진 것은 좋은 점의 하나라고 덧붙인다.

봉사활동은 계속 이어진다
지역경제가 침체됐지만 그렇다고 봉사의 끈을 놓을 수는 없다. 한국생활개선태안군연합회 윤미자 회장은 “특히 노인회관이 문을 닫아서 혼자 사시는 노인 분들이 식사해결에 어려움을 많이 겪고 계세요. 나라에선 많은 사람이 모이지 말라고 하지만 아무리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려도 먹어야 사는 거니까 회장들 몇 분만 모시고 고추장 담고 밑반찬 몇 가지 만들어서 봉사하려고 생각 중이에요”라고 말한다. 어려운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생활개선회의 다양한 봉사활동은 끊이지 않고 있다.
한국생활개선충주시연합회 곽애자 회장은 지난 5일 충주시농업기술센터를 찾아 250만 원 상당의 쌀국수 100박스를 기탁했다. 곽 회장은 “코로나19의 지역확산 방지를 위해 일하는 보건소와 재난안전대책본부 직원들이 끝까지 분투하기를 기원한다”는 격려의 말도 함께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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