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구실 노크 - (24) 충남 논산 딸기연구소 김현숙 연구사

▲ 논산 딸기연구소 김현숙 농업연구사가 딸기를 살펴보고 있다. 김 연구사는 이런 작업을 매일 오전·오후 반복하고 있다.

 딸기씨앗 로열티 日에 60억 주던 국가서
 매향·설향·킹스베리 등 품종 개발로
 ‘딸기강국’으로 끌어올린 장본인

하루 종일 딸기 먹는 여자
금산엔 인삼연구소가 있듯이 논산엔 당연히 딸기연구소가 하나쯤은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지 않는가. 그렇다. 논산엔 딸기연구소가 있다. 논산딸기는 풍부한 일조량과 딸기재배에 적합한 토양과 기후로 당도와 향기가 좋아 인기가 많다. 특히 겨울철에 맛보는 논산 딸기는 최고의 새콤달콤함을 선사해준다.

최고의 딸기 맛을 선보이기 위해 딸기연구소 김현숙 농업연구사는 오늘도 딸기 하우스로 향한다.
“오전에 딸기 하우스 한 동의 딸기를 먹어보며 우량 딸기를 선별해요. 외양이나 모양보다는 맛에 치중해서 선별하기 때문에 한 입 베어 물어서 맛이 없는 것은 뱉어요. 제가 끝까지 먹는 딸기는 일단 합격이고요. 합격 딸기 옆에는 막대기를 하나 꽂아두죠. 다음에 또 먹어봐서 합격이면 막대 2개가 되고... 결국 5개정도의 막대기를 꽂은 딸기들이 나중에 선별에 들 자격이 생기는 거죠.” 

‘싹수’가 있는 딸기를 선별해 내는 작업은 오후에도 이어진다. 딸기를 오전, 오후 내내 먹어야 하는 김 연구사는 그래서 숙명처럼 위장병을 안고 산다. 그래도 위장약을 먹으면서 딸기 품종육성을 위해 딸기하우스로 향하는 발걸음이 가벼운 걸 보면 이 직업이 천직인 듯 싶다고.

딸기 독립 만세 
딸기연구소에서는 다양한 육종연구와 병해충 연구를 통해 딸기 조직 배양묘를 1996년부터 농가에 보급하고 있다. 종자를 만들고 보급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종자의 국산화가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사실이다. 2005년만 해도 국내에서 생산된 딸기 중 80%는 ‘아키히메’, ‘레드펄’ 등 일본품종이었다. 당시 국산 딸기 품종의 비중은 9.2%에 그쳤다. 우리는 딸기 씨앗만 쓰고 매년 60억 원 가량을 일본에 로열티로 지불했다. 곳곳에서 ‘딸기독립’이 필요하다는 말이 나왔다.

딸기연구소는 2002년 매향을 시작으로  2005년 설향, 2012년 숙향, 2016년 킹스베리, 2017년 써니베리, 2017년 두리향 등 신품종 딸기를 농가에 보급했다. 국산 품종인 ‘매향’이 보급된 이후로 국산 품종이 일본 품종을 밀어냈다. 해외로 수출되는 딸기의 90% 이상은 ‘매향’이며, 또 다른 국산 품종인 ‘설향’은 딸기 품종별 비중의 약 84%를 차지하고 있다.

“딸기에 박혀 있는 하나하나의 씨앗이 신품종이 될 가능성이 있다 보니 연구실에선 딸기하나에 박힌 100여 개의 씨를 핀셋으로 일일이 뽑아냅니다. 씨앗이 탯줄처럼 엄마 딸기와 연결이 돼 있거든요. 세심한 작업이 요구되죠.”
김 연구사의 부단한 노력 끝에 딸기품종의 국산화가 이뤄졌고 지금 최고의 관심을 끌고 있는 ‘킹스베리’ 역시 탄생될 수 있었다.

인스타그램 달구는 킹스베리
어른 손바닥 만한 킹스베리는 과즙이 풍부하고 복숭아 향이 난다. 가격은 일반 딸기보다 훨씬 비싸지만 믿을 수 없는 크기가 신기했는지 젊은이들이 속속 인스타그램에 킹스베리 사진을 올리면서 인기몰이를 계속 해나가고 있다. 딸기의 새로운 소비문화 창출하고 있는 킹스베리는 2018년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공사의 미래클 K-food 수출유망 품목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김 연구사는 “킹스베리는 딸기의 프리미엄 시장을 선도하고 있어요. 특히 과일을 쉽게 접할 수 없는 젊은이들이 편의점에서 킹스베리를 한 개씩 사먹는 문화가 시도되면서 딸기 시장의 새로운 소비문화를 창조하고 있어요”라며 킹스베리에 대한 자부심을 숨기지 않는다.

그렇다면 딸기 전문가가 전하는 딸기 맛있게 먹는 비법은 뭘까 궁금해 진다.
김 연구사는 “딸기는 겨울에 먹는 게 제일 맛있어요. 봄에 가까워지면 딸기 맛이 좀 떨어지죠. 특히 생크림과는 궁합이 좋아요”라며  딸기는 따고 나서 이틀 지나고 난 후 향과 풍미가 증가하기 때문에 충분히 익은 딸기를 사서 냉장고에 보관하지 말고 바로 먹으라는 팁을 준다.

딸기품종의 84%는 설향이 차지
현재 재배되는 딸기 다섯 중 넷은 ‘설향’으로 편중 재배가 심하다. 지나친 편중 재배는 출하 쏠림으로 인한 공급 과잉과 수급 불안의 문제가 있다. 또한 설향 딸기는 기온이 높아지면 고온으로 인해 맛과 품질이 떨어지는 특징이 있는데,  매년 기온이 상승하고 있기 때문에 이 문제는 더욱 심해질 것이다. 온도에 민감한 설향 품종을 대신할 다양한 국산 딸기 품종의 활약이 필요하다.

“제대로 된 딸기를 탄생시키기 위해선 평균 4~5년, 길게는 9년까지 연구자는 노심초사합니다. 수량성, 과실의 품질, 병해충 발생정도 등등 고려해야 할 사항이 한 두가지가 아니죠”라고 말하는 김 연구사. 그는 이제 안정기에 들어간 설향을 대체할 품종을 개발해 내야 할 때라며 새로운 딸기 품종으로 논산, 아니 대한민국이 딸기강국이 됐으면 하는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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