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 - 경기도 평택 햇살농원 정영현 대표

국민들의 동남아여행이 늘면서 현지에서 망고, 파파야, 패션푸르트 등에 매료돼 열대과일을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 한편, 최근 한반도는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겨울에도 눈보다 비가 더 많이 오는 이상기후를 보이고 있다. 따뜻한 겨울이 지속될 것으로 보이면서 남부지역을 중심으로 아열대과수 재배농가가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지구온난화가 한반도 과수재배지도를 바꾸고 있는 것이다.
경기도 평택에서 패션푸르트(백향과)를 재배하고 있는 햇살농원 정영현 대표로부터 국내 열대과일 재배 상황에 대해 들어봤다.

지구온난화 영향으로 따뜻한 겨울
평택서 패션푸르트 1300평 재배
2기작으로 7톤 생산해 전량 판매

음료로 더 인기있는 ‘패션푸르트’
“패션푸르트는 5년간 자라는 다년생 넝쿨작물로 봄(3~5월), 가을(7~9월)에 두 번 수확하는 2기작 과수입니다. 패션푸르트는 브라질이 원산지인 아열대과일로 맛과 향이 좋아 ‘백향과’(百香果)라고도 불립니다. 당도가 거의 20브릭스로 높아요. 단맛 못지않게 신맛이 강해 과일을 반으로 잘라 설탕에 절이면 달콤새콤한 맛에다 까만 씨까지 마실 수 있어 카페 등에서 인기음료로 많이 팔립니다. 과육을 먹는 것보다는 이처럼 음료로 만들어 먹는 게 좋습니다.”
정 대표는 현대인들이 강한 맛과 열대 건강과일을 좋아한다는데 착안해 5년 전 대만에서 접목된 묘목을 들여와 농원을 가꾸고 있다.

야간난방 잘하면 1년에 두 번 수확
“햇살농원의 규모는 1만560㎡(3200평)입니다. 이중 6270㎡(1900평)엔 블루베리를 재배하고 나머지 4290㎡(1300평)에 패션푸르트를 재배하고 있습니다. 5년 전 패션푸르트 재배를 처음 시작할 때는 1200주를 들여와 심었는데 4~5년이 지나다보니 200주가 죽고 지금은 1000주 정도만 키우고 있습니다.

패션푸르트는 아열대과수로 생장 최적온도는 10~15℃입니다. 그러나 8℃에서도 자란다는 점을 감안해 저희 농원에선 이중비닐하우스를 짓고 겨울철에는 온도를 자동으로 조절하는 난방기 두 대를 돌려 한겨울에도 8℃를 유지하며 패션푸르트를 재배하고 있습니다. 한겨울 야간에는 따뜻한 하우스 내부 열이 바깥으로 빠져나가지 않도록 커튼을 원격조정해 덮어 줍니다.

재배법은 크게 어렵지 않다고 정 대표는 말한다. “비료를 희석한 물을 패션푸르트 뿌리에 관주하면 되니까 기술과 노동면에서 큰 애로가 없습니다. 다만 패션푸르트는 꽃이 아침에 폈다가 저녁이면 집니다. 그래서 아침 11시경 수술에 꽃가루가 형성돼 화접 수정이 이뤄지므로 인공수정을 해줘야 합니다. 다만 열매가 착과되면 어린 열매를 솎아내지 않아도 됩니다. 열매가 익을 때 투광을 좋게 하기 위해 우거진 순을 잘라내는 작업만 하면 됩니다.”

정 대표는 이러한 두 가지 작업은 마치 봉급생활자가 매일 직장에 출근해 일하듯 농원에서 500m 떨어진 집에서 농원으로 출근해 일을 한다고 한다. 둘째 아들은 농사를 잇기 위해 한국농수산대학을 졸업하고 농원 관리를 같이 하고 있기에 굳이 외부인력을 쓰지 않고 있다고 한다.

아직은 생소한 과일…판로 확보가 관건
“제일 큰 고충은 판로입니다. 패션푸르트는 아직 소비자들에게 생소하고 희소성 있는 과일이라 서울 가락시장이나 청과물도매시장에서 경매가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경매 대상 품목이 아니기에 수확한 과일을 팔기가 어렵죠.”
현재 패션푸르트 재배농가가 전국에 거의 없다고 정 대표는 말한다. 경남·전남지역 일부 소수 농가에서 재배 중이고 중부지역에는 그 보다 더 적다고. 햇살농원도 농사 초기에 패션푸르트가 생소하다보니 수확 뒤 판로가 막막했고, 사러 오는 사람도 없어 소비자를 끌어 모으는 일에 고충이 많았다고 한다.
“오프라인 상황이 이러하니 첫 해 수확물은 업자를 통해 인터넷으로 팔 수밖에 없었어요. 온라인으로 패션푸르트를 맛본 소비자들이 지인들에게 소개하면서 입소문을 타고 2년째가 되던 해에는 전화주문이 오게 되고 농원에서 현장판매도 이뤄지기 시작했어요”
현재 햇살농원의 전화주문 단골고객은 500명 정도라고 한다. 단골고객에게는 문자메시지로 수확시기를 통보해 주문을 받는데, 패션푸르트는 음료로 가공하면 맛이 좋아 카페에서도 주문이 쇄도한다고 한다. 이렇게 1년에 7톤 정도가 농원에서 판매가 이뤄진다고 정 대표는 말했다.

연간 순소득 5000~6000만 원
벼농사보다 높은 소득에 보람

“2018년도에는 2기작으로 7톤 정도를 생산했습니다. 도매시장에 출하하면 딱 7톤에 해당하는 값을 받게 되지만 농원에서는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다보니 판매중량이 들쭉날쭉하고 덤으로 더 얹어주기도 하니 정작 제값 받고 판매하는 물량은 6톤 정도인 셈입니다. 보통 최상품은 1㎏에 1만5000원, 바로 아래 등급은 1만 원을 받습니다. 평균을 따지면 1㎏당 1만2000원이므로 조수입은 총 7천200만 원 정도입니다. 여기에서 난방비 500만 원, 비료와 농약값이 700만 원이 들어가니 가족들 인건비는 제외한 연간 순소득은 5000만~6000만 원 정도로 보면 됩니다.”

정 대표는 아직까지는 아열대과일 재배로 많은 돈을 버는 것은 아니지만 벼농사 소득보다 높아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생과 판매 외에도 체험관광을 접목하면 소득이 더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제한을 받고 있지만 우리 국민들의 동남아국가 여행이 계속 늘어날 것 전망됩니다. 패션푸르트 단일작목으로 승부하는 것은 한계가 있죠. 패션푸르트 재배가 1년 2작기이라고 하지만 수확시기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나머지 시간공백을 메울 수 있는 다양한 열대과일을 도입해 1년 내내 고객들이 농원을 찾을 수 있도록 품목 다양화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정 대표는 오래 전부터 도입을 염두에 두고 여러 종류의 아열대과일 재배기술과 소득을 면밀히 따져보고 맛도 보며 다각적인 준비를 하고 있는데, 후보작목은 망고와 구아바라고 한다.
“저희 농원은 수도권 3000여만 명의 소비자가 쉽게 찾아올 수 있는 교통접근성이 좋은 곳입니다. 전철로는 서울-신창간 1호선을 이용할 수 있고, 열차로는 KTX 평택역, 자동차로는 경부고속도로를 이용하면 접근이 쉽습니다. 품목 다양화와 가공시설을 갖춘 체험관광농원으로 확장한다면 수입이 증대될 것이라 자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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