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생활개선연합회장 탐방-권오경 가평군연합회장

▲ 어려웠던 서울살이를 뒤로 하고 찾은 가평에서 비로소 인생의 봄을 맞았다는 권오경 회장.

한겨울 같던 서울살이 접고 가평에 안착
딸 출산·생활개선회·한지공예 등으로 새 인생

IMF 광풍 한가운데에서
‘제일은행의 눈물’이란 8분짜리 비디오 1편. 1997년 통폐합을 앞둔 제일은행의 15년차 은행원은 비디오에서 “남은 사람들이 잘해서 예전의 제일은행으로 살려내주길 바랍니다”며 눈물로 응원했다. 당시 IMF의 광풍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알 수 있는 자료였다. 권오경 회장 역시 그 은행원처럼 제일은행에 15년간 몸담고 있었다. 그것도 종로 본점에서. 당시 많은 직장인이 실직의 아픔을 겪었던 것처럼 권 회장도 한겨울 같던 서울살이를 접고 남편과 함께 시부모님이 계시던 가평으로 오게 됐다.
“IMF 한가운데 있었던 셈이죠. 회사가 얼마나 어려웠는지 사무실에 종이 1장, 휴지 1장이 없었어요. 결국 서울생활을 접고 가평으로 내려왔죠. 가평으로 오면서 봄 같은 인생이 시작돼 참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인생사 새옹지마라더니 그 말이 저한테 딱 들어맞네요.”

가평으로 내려와 맞은 첫 번째 경사는 늦둥이 딸이었다. 큰 아들과 18살 터울이 나는 딸은 어느덧 대학새내기가 됐다. 딸을 낳고 우연한 기회에 생활개선회에 가입한 권 회장은 올해 2년차 회장이다. 그 생활개선회와의 인연은 두 번째 경사였다.
가평은 축제의 고장이다. 수도권 지척거리에 위치한 이점과 남이섬과 자라섬, 청평댐 등의 놀거리와 볼거리가 즐비하다. 축제에서 먹거리가 마땅치 않은 문제를 단박에 해결한 게 가평군연합회다.

“5월 이슬라이브 축제에선 먹거리부스를 이틀간 운영했는데 과일청으로 대박을 쳤어요. 오디, 포도 등 10가지나 되는 과일청이 더운 날씨와 맞아떨어져 불티나게 팔렸어요. 6월 레인보우 축제 때는 가평에서 유명한 한우로 만든 불초밥이 대박을 쳤죠. 가격이 만만치 않았는데도 없어서 못 팔 지경이었어요. 10월 자라섬 남도에서는 농부카페를 열었었는데 그것도 반응이 좋았어요. 콘셉트가 독특한 게 통한 것 같아요.”

새로운 꿈 꿔요
가평군연합회 활동 중 빼놓을 수 없는 게 바로 자라섬 남도 꽃길·꽃동산 조성이다. 자라섬은 동도, 서도, 중도, 남도가 합쳐진 것인데 그 중 남도는 불모지나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계속 방치할 수 없어 가평군농업기술센터와 함께 누구나 오고 싶어하는 꽃길과 꽃동산을 조성하기로 뜻을 모았다. 이제 남도에는 구절초 동산, 백일홍과 코스모스 꽃길, 핑크뮬리 꽃밭 등의 꽃테마공원이 조성돼 있다.
“허허벌판이었던 남도가 이젠 꽃천지로 바뀌어 놀라울 따름이에요. 환경정화활동도 꾸준히 하고 있는데 군청과 농업기술센터에서 평가가 좋아요. 회원들 덕분이죠.”

찾아오는 봄엔 권 회장은 또 다른 희망을 가져본다. 아이가 다니는 초등학교에서 우연히 접하게 된 한지공예에 푹 빠져 자격증을 취득하고 강사로도 활동하고 있는 권오경 회장. 회장일을 하느라 잠시 소홀했지만 3월부터 다문화가정 여성을 위한 한지공예 활동을 계획하고 있다.
고즈넉한 전원주택으로 이사할 계획을 가지고 있는 권 회장은 한켠에 카페를 차리고 싶다는 소망도 가진다. 바리스타 자격증을 가진 남편이 커피를 내리고, 본인은 그 옆에서 한지공예 클래스를 열고 싶다는 것이다. 가평에서 인생의 봄을 맞았다는 권 회장은 2020년, 또 다른 봄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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