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구실 노크 - (23)국립농업과학원 이경용 연구사

곤충과 작물의 융복합 연구, 현장에 즉각 적용 ‘장점’
화분매개곤충 및 고품질 농작물 시장의 동반성장 기대

▲ 이경용 연구사는 그간의 공로를 인정받아 2016년 농업기술대상 융합기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인위적 수분보다 곤충 이용한 수분은
안전한 농작물의 출발점, 국민 건강에 기여

“연구의 대부분이 농업의 현장을 기반으로 이뤄지다보니까 농민들과 많은 대화가 필연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은 그날그날 농업 현장의 상황에 따라 연구의 즐거움도 힘겨움도 다 다르지요. 연평균 출장거리로만 3~4만㎞ 되는 것 같습니다. 전세계 주요 농작물 70%는 수분(꽃가루받이)을 해주는 곤충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최근 기후변화, 도시화, 농약의 오남용 등으로 수분을 해주는 곤충의 밀도는 급격히 감소하고 있지요. 반면에 화분매개가 필요한 시설재배 면적은 증가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작물의 착과를 위해 수분을 인위적으로 하다보니까 농업인의 부담이 큰 실정입니다. 인위적으로 곤충을 수분에 이용하는 기술의 요구는 그래서 시대적 과제라고 할 수 있지요.”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농업생물부 이경용 연구사(42·박사)는 곤충을 이용한 수분 관련업무만 15년째다. 권위자·베테랑 이라는 수식어가 무색하지 않다. 이 연구사는 그렇게 화분매개곤충의 농가현장적용 확대를 위해 과수(사과·배), 시설작물(딸기·수박)에서 현장적용기술을 꾸준히 개발해오고 있다. 이 기술을 통한 농작물의 고품질화 및 비용절감, 화분매개곤충시장의 확대 등 곤충 작물시장의 동반성장 또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 연구사는 곤충 수분과 관련한 논문으로 ‘한국산 배의 다양한 품종에서 꿀벌과 뒤영벌의 수분효과’-Pollination Efficiency of Honeybees (Apis mellifera L.) and Bumblebees (Bombus terrestris L.) in Different Cultivars of Asian Pear (Pyrus pyrifolia Nakai)를 비롯해 ‘화분매개용 뒤영벌 전용 봉군상자의 온도습도조절장치’로 특허를 받았다. 영농활용 기술로는 사과의 수분을 위한 머리뿔가위벌의 방사기준 설정, 씨 없는 수박 벌 수분 전용 수분수 선발, 배의 수분을 위한 꿀벌의 사용방법 등 무수히 많다.

“작물 수분에 곤충을 사용하는 기술은 곤충의 생리, 생태와 작물의 개화생리, 재배환경 및 작부체계 등을 고려해 작물의 개화기에 최적의 착과 효과를 거두는데 목적이 있습니다. 따라서 작물과 곤충간의 상호작용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기 때문에 작물과 곤충이라는 서로 다른 학문분야의 결합, 융복합이 요구되는 분야입니다.”

▲ 화분매개곤충 세미나에서 발표하고 있는 이경용 연구사.

그런 만큼 곤충 수분관련 기술은 기관과 단체 간 협업연구가 절대 중요하다는 것이 이 연구사의 설명이다. 꿀벌, 뒤영벌 등의 화분매개곤충 활동 특성연구는 곤충전담 연구기관에서, 대상 작물의 개화생리 및 화분매개효과 검증은 작물 특화연구부서에서 그리고 농가 실증연구와 보급, 교육 등은 지자체 작목특화 시험장 또는 농업기술센터와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곤충 수분 기술의 장점이나 특징은 농가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는 현장적용기술이라는 것이에요. 농가에서 본 기술을 쉽게, 바로 활용해 착과율, 품질향상을 높일 수 있습니다. 그러면서 농가소득 증대 및 수분 노동력 대체를 위한 농가비용 감소 효과 등이 즉각적으로 나타난다고 할 수 있지요.”
이 연구사를 비롯한 다양한 분야의 협업 연구는 먼저 과수에서는 화분매개곤충 뿔가위벌류의 사과 부분 현장이용기준을 확립했다. 이를 통해 기존의 자연수분 대비 중심화수정률 22%, 정형과율 2.4배 향상됐다. 또한 배의 착과를 위한 꿀벌 적용기술 개발을 통해 인력에 의존하던 배의 수분작업을 꿀벌로 대체 인공수분 대비 수분에 필요한 비용을 68% 감소시켰다.

시설채소에서는 꿀벌을 통한 하우스 수박의 착과방법도 확립했다. 특히 겨울과 이른 봄 같은 동절기의 재배환경에서 꿀벌의 최적 활동온도와 벌의 수에 따른 수박의 착과량, 품질변화를 구명해 기존 인공수분 대비 수분비용을 50% 절감하기도 했다. 또한 인력을 통한 수분에 의존하고 있는 씨 없는 수박에서도 꿀벌을 통한 수분기술을 개발, 수분비용을 86.7% 절감하는 효과를 구명했다.
이밖에도 딸기 수분을 위한 꿀벌 이용방법 표준화기술을 확립했다. 단위면적 당, 딸기품종별 가장 효과적인 꿀벌의 이용밀도를 구명해 기존 대비 기형과율을 64% 감소시키는 효과도 거뒀다.

“곤충을 통한 수분 기술은 곤충과 작물간의 상호작용을 농업적으로 이용하는 응용연구로서 가치가 큽니다. 작물의 재배환경 조건에 따른 곤충의 행동특성, 생태특성에 대한 기초기반연구로서의 가치 그리고 곤충을 통한 농작물의 수분개선 및 고품질 농작물 생산 및 화분매개곤충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재배환경 및 작부체계 연구 등 응용연구로서의 확장도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아울러 농업생산력 강화를 위하여 스마트팜에서 연동 수 있는 ICT 기술을 결합한 화분매개서비스 등 4차 산업기술과의 융복합을 기대할 수 있다.
“곤충 수분 기술의 현장 적용을 통한 고품질 농작물 생산과 화분매개시장 확대 등 엄청난 경제적 파급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국가 농업으로 볼 때도 농업융복합 산업의 사례로서 고품질 농작물 생산과 양봉·화분매개곤충 시장의 동반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고 봅니다. 또한 국민에게도 곤충을 통한 안전하고 고품질의 농작물을 제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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