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호 국회입법조사처 경제산업조사실 입법조사관(농업·농촌정책)

"공익직불제는
농업·농촌의 공익기능 증진에
 초점이 맞춰져야 하는 것이
대전제다. 이를 위해
관련 예산을 확보하고
늘리기 위한 꾸준한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공익직불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농업소득의 보전에 관한 법률 전부개정법률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올해 5월1일부터 시행될 예정으로, 현재 정부와 지자체, 민간단체, 학계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공익직불제 개편 T/F에서 세부시행방안이 논의 중이다. 이를 토대로 농림축산식품부는 2월 ‘공익직불제 개편 협의회’를 개최했고, 곧 이어 시행령과 시행규칙 등 하위법령 제정 작업에 착수했다.

법에 따르면 공익직불제는 ‘기본형 공익직접지불제(기본직불제)’와 ‘선택형 공익직접지불제(선택직불제)’로 구성되며, 기본직불제는 다시 소규모농가에 일정액을 지급하는 ‘소농직불제’와 농지면적을 기준으로 역진적 단가를 적용하는 ‘면적직불제’로 구분된다. ‘소규모농가’의 정의와 지급액, 면적 구간별 단가, 필요 시 재배면적 조정 의무와 관련된 사항, 선택직불제의 지급요건과 기준 등이 모두 시행령에 위임돼 있으므로 아직 제도의 구체적 내용이 갖춰졌다고 보기는 어려우나, 법에 규정된 사실만으로도 몇 가지 중요한 의미를 짚어볼 수 있다.

우선 기존 ‘농업소득의 보전에 관한 법률’이 표방한 농업인의 소득안정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농업·농촌의 공익기능을 중심으로 농업·농촌의 새로운 역할을 모색하고 국민적 요구에 부응하기 위한 제도적 틀을 마련했다는 점이다.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기본법’ 제2조에 따르면 국가의 기간산업인 농업은 경제적 기능뿐 아니라 공익적 기능을 함께 수행하는데, 이는 같은 법 제3조에 의해 ‘식량의 안정적 공급, 국토환경 및 자연경관의 보전, 수자원의 형성과 함양, 토양유실 및 홍수의 방지, 생태계의 보전 등’을 가리킨다.

또한 논·밭에 동일 단가 적용을 원칙으로 하는 공익직불제는 특정 품목의 생산을 유도하지 않아 WTO 농업협정에서 인정하는 ‘허용보조’의 성격을 띤다. 그런 만큼 국제통상규범 제약 안에서도 감축의무를 지지 않고 예산 증액의 여지가 생기는 것이다. 행정적으로는 복수(複數)의 기존 직불제를 통폐합해 보다 통합적이고 일관된 체계 하에서 직불행정을 추진할 수 있게 된 것도 의미 있는 일이다. 기본직불제는 기존의 쌀소득보전직불제(고정 및 변동), 밭농업직불제(고정 및 논 이모작), 조건불리지역직불제 등을 통폐합한 결과이며, 선택직불제는 기존의 친환경농업 및 친환경안전축산직불제, 경관보전직불제 등을 포괄한다.

공익직불제는 농업·농촌의 공익기능 증진에 초점이 맞춰져야 하는 것이 대전제다. 이를 위해 관련 예산을 확보하고 늘리기 위한 꾸준한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올해 공익직불제 예산 2조4000억 원이 2019년 예산 대비 1조 원 가량 늘었다지만, 작년에 쌀 변동직불금이 제때 지급되었더라면 그 차이는 그리 크지 않았을 것이다. 정부가 2017년 8월에 발표한 ‘100대 국정과제’에서도 공익직불제 관련 계획은 2022년까지 밭 고정 및 조건불리직불 단가 단계적 인상 등의 내용으로 제시되고 있어 예산 확대의 필요성을 뒷받침한다.

또한 농업계 각 주체의 논의와 공감대에 기반해 실질적이고 합리적인 수준의 농가 준수사항과 그 이행방안을 도출해야 한다. 이는 농업·농촌의 가시적인 변화를 불러와 납세자인 국민이 재정지출의 명분과 필요성을 체감하게 만드는 핵심 요소가 되리라는 점에서 중요하다. 영세 고령농이 다수인 국내 농업 현실상 인프라나 행정서비스 차원에서 국가나 지자체, 혹은 중간지원조직의 역할이 때로 필요할 수도 있다. 늘어난 예산과 보다 효율화된 직불제 운용체계가 공익 증진을 위한 개별 농가의 실천을 고무하고 지원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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