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업·농촌 이색유망직업 - 나무의사 권정미씨

나무의사란 나무가 아프거나 병들었을 때 진단하고 치료하는 사람으로 쉽게 말하면 의사가 사람의 몸을 치료하듯 나무가 병에 안 걸리게 예방하고 아프면 치료하고 돌보는 사람이다. 산림청은 생활권 수목과 산림을 보다 체계적이고 전문적으로 진단·관리하기 위해 2018년 나무의사 국가자격제도를 처음 도입했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제 1회 나무의사 자격증을 취득한 권정미씨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 나무의사 권정미씨가 자신이 직접 조성한 시민정원 '해마루' 앞에서 나무의사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나무의사가 되기 전엔 어떤 일을 했나?
경영학을 전공하고 세무와 기업자금, 마케팅 분야에서 일했다. 20년 정도 일하다 2008년부터 아파트 통장을 하며 살림하는 아줌마로 살았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마을만들기’ 활동을 시작하게 되면서 동네주민들과 함께 마을에 꽃밭을 조성했다.
사람에게 ‘경작 본능’이 있다는 것을 그때 느꼈다. 아파트 주변에 꽃을 심고, 물을 주고 또 꽃나무들이 무성해 지도록 흙을 보살피는 과정에서 건강이 많이 좋아졌다. 나무와 가까이 하면서 동네주민들과 서로서로 교류 하고 인사도 나누며 푸근한 정을 나누다 보니 본의 아니게 오지랖 넓은 아줌마가 돼 버렸다(웃음). 요즘엔 어딜 가나 성남시 ‘꽃통장’ 으로 통한다.

- 나무의사 자격증을 취득한 이유는 무엇인가?
마을정원을 꾸미다보니 식물에 대한 전문지식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무 한 그루, 꽃 하나를 심어도 계절이나 생장주기에 맞춰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싶었고, 오가는 꼬마들의 천진한 질 문에도 막힘없이 대답해 주고 싶었다. 그리고 나무나 꽃을 심을 때 의견이 다를 경우가 생기는데 자 격증이 있으면 공동체 구성원을 설득하거나 함께 이끌어 나가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도 있었다.
마침 그즈음 금융계통에서 일하던 남편이 이른 퇴직을 하게 되면서 부부가 함께 방송통신대학교 농학과에 편입해 공부 하게됐다. 인생 2막은 갑갑한 사무실이 아닌 땅과 호흡하며 살려고 공부를 하게 됐는데 거기서 나무의사 국가자격제도에 대해 알게 됐다.

- 늦은 나이에 공부하는 게 어렵진 않았나?
내가 관심 있고 필요로 하는 분야를 공부하는 게 너무 좋았다. 방송통신대 농학과는 귀농이나 귀촌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도 좋은 학과라고 생각한다. 관심분야가 비슷한 동료들끼리 다양한 정보를 나누며 필요한 여러 가지의 자격증을 딸 수 있었다.
내 경우엔 학기 중에 ‘식물보호산업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했는데, 식물의 약리성분을 알고 실생활에 적용하는 과정이 너무 재미있었고, 이 후 나무의사 자격증을 공부할 때도 많은 도움이 됐다.

- 나무의사가 되려면...
시험은 1차 수목병리학, 수목해충학, 수목생리학, 산림토양학, 수목관리학 등 5과목이고 2차는 수목 피해진단·처방의 서술형 필기와 실기시험으로 진행된다. 또 ‘나무의사 양성기관’에서 일정기간 (약 150시간) 교육을 이수해야 한다.
솔직히 공부해야 할 내용이 많아 자격증 취득이 쉽지는 않다. 공부해본 지가 오래돼 젊은 사람들과 같이 공부하지 않았으면 많이 힘들었을 것 같다. 양성기관인 신구대학교에서 여러 박사님들이 열정적으로 가르침을 주셨고 학생들끼리 스터디도 많이 했다. 돌아보면 공부했던 기간 과정 자체가 행복했다.

- 나무의사 권정미로서 앞으로 행보는?
일단은 성남시 꽃통장으로 역할에 충실하며 마을 만들기 활동을 계속해 나갈 예정이다. 언젠가는 남편과 함께 나무병원을 차리고 싶다. 앞으로 나무의사가 있는 나무병원을 통해서만 수목진료가 가능하기 때문에 전망이 좋다고 생 각한다. 무엇보다도 아름다운 나무를 돌보며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에게 나무의사 만한 직업은 없을 것으로 자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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