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곳에 가면 - 안성3.1운동기념관

수형자기록카드서 발견한 유일한 여성 ‘유해길’
전국 3대 실력 항쟁지로 ‘2일간의 해방’ 쟁취

▲ 안성시는 '2일간의 해방'을 맞았지만, 일제의 잔혹한 보복으로 많은 피해를 받았다.

3.1절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일제강점기 우리 민족의 역사는 치욕적이며 암울했지만, 순국선열들의 노력 덕분에 독립하게 됐다. 이렇게 뜻깊은 날이지만 점차 3.1절의 의미가 ‘쉬는 날’로 퇴색되는 게 아닌가 싶다.
다가오는 3.1절에는 피와 눈물로 독립을 이끈 순국선열들의 흔적을 잠시나마 글로 만나보는 건 어떨까. 그 흔적을 찾아 남녀노소가 독립을 위해 함께 항쟁했던 안성3.1운동기념관으로 떠나보려 한다.

이틀의 해방...대가는 혹독했다
전국에 펼쳐진 3.1 만세운동 중 유독 경기도 안성시는 실력 항쟁지로 눈길을 끈다. 단순한 비폭력만세운동이 아닌 일제에 맞서 싸웠기에 전국 3대 실력 항쟁지 중한 곳으로 꼽힌다.
3월11일 양성공립보통학교 학생들에 의해 독립만세시위를 시작으로 안성 전 지역에서 만세운동
이 일어났다. 특히 4월1~2일에는 양성면 주민을 포함한 2000여 명이 경찰주재소, 우편소, 면사무소를 파괴했으며 일본인이 운영하는 가게를 부수고 항거했다. 이러한 실력항쟁을 통해 ‘2일간의 해방’ 을 쟁취하게 된다. 항쟁에는 대다수 농민을 비롯해 학생, 기생, 상인 등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참
여했다. 하지만 이런 2일간의 해방에는 혹독한 대가가 따랐다. 전국적으로 가장 많은 희생자가 발생했기때문이다. 안성 만세운동 주동자에게는 민족대표보다 더 높은 형량이 선고됐고, 127명이 한꺼번에 재판에 회부돼 당시 가장 큰 규모의 재판이 진행됐다.

그날을 기억하는 전시물들

▲ 독립운동가 유해길의 수형자기록카드

안성 3.1운동기념관은 선열들의 숭고한 자주독립과 정신을 발전시키고자 3.1운동 전시관, 만세고개
기념비, 체험관 등의 다양한 주요 시설이 마련돼 있다. 광장에는 여러 조형물이 세워져 있는데, 각각의 조형물들에는 깊은 의미를 확인할 수 있다. 또 2000여 명이 불태우고 파괴했던 양성주재소와 양성우편소의 모습도 재현돼 있어 그 당시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광장을 지나 전시관 입구에는 수감방, 고문방 등이 재현돼 있으며 일제의 만행을 체험할 수 있는 고
문도구들이 있어 체험을 통해 순국선열들의 아픔을 되새기게 한다. 전시관에서는 기획전시와 상설전시가 마련돼 있다. 특별전시관에서는 3.1운동 100주년 기념으로 갖춰진 전시를 만나볼 수 있다.
상설전시관에서는 안성지역의 만세운동과 관련한 유물과 기록들이 전시돼 있으며 대한민국 전역
에서 펼쳐진 시위운동과 역사적인 자료, 실물 전시, 영상물을 관람할수 있다.

전시관에서 특히 눈에 들어왔던 한 인물이 있었다. ‘수형자기록카드’ 유물 전시에서 대덕면 진현리가 고향인 유해길(柳海吉)의 기록카드를 확인할 수 있다. 현재까지 안성시 수형자기록카드에 확인된 인물 중 유일한 여자로 치안유지법위반으로 서대문형무소에 수감됐으나 1937년 5월 경성지방법원 검사국에서 기소유예 처분을 받아 석방됐다. 이런 기록카드를 통해 안성에서는 기생 말고도 여성이 주도적으로 3.1운동에 참여했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이밖에 안성3.1운동기념관에는 ‘만세고개 기념비’와 사당 ‘광복사’ 등이 마련돼 있다.

한편,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3.1절 기념 행사들이 연달아 취소되거나, 안성3.1운동기념관 포함한 기념관들도 임시휴관했다. 3.1절 기념식은 코로나19로 인해 대폭 축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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