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겨울은 유난히도 따듯했다. 정월 초부터 산과 들에 모습을 드러낸 진달래 개나리꽃들이 요즘 들어서는 아예 꽃봉오리를 터뜨리며 사람들의 발길을 붙들고 있다. 섬진강에 버들강아지와 야생화가 한들거린 지도 오래다. 성급한 들녘 매화는 금방이라도 터질듯 한 꽃망울로 가득해 벌써부터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이쯤 되면 눈 내리는 올 겨울은 이미 물 건너간 듯하다. 꽃피는 춘삼월도 더 이상 봄이 갖는 고유의 수식어가 아니다. ‘꽃피는 겨울’이 결코 어색하지 않은 2월의 날씨다.

그러다보니 작금의 겨울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겨울이 겨울 같지가 않다는 것이다. 딱히 매서운 추위도 없었고, 첫눈이라 할 만한 눈 한번 내리지 않은 이런 겨울은 난생 처음이라고 이구동성이다. 그러다보니 지구 온난화의 심각성부터 농작물 생태계의 급격한 변화 우려까지 불안의 목소리가 높다. 설상가상 최근의 코로나19까지 덮치면서 따듯한 겨울을 맞는 농민들의 우려는 더 깊은 듯하다.

이럴 때 일수록 관계당국과 농민들은 유비무환의 대비가 중요하다. 3월의 꽃샘추위가 엄청난 한파로, 강풍의 모습으로 우리 곁에 나타날지도 모르는 것이 요즘의 기후변화다. ‘꽃피는 겨울’을 보냈으니 ‘눈 내리는 춘삼월과 사월’이 오지 말라는 법도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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