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색탐방 - 대한민국술테마박물관

레트로 감성 물씬 느껴지는 전시물
술의 문화·역사 알고 즐기는 풍토 제시

전라북도 완주군 구이 저수지 인근에 있는 대한민국술테마박물관은 풍류와 여유가 가득했던 우리 술 문화를 알리기 위해 2015년 개관했다. 박물관으로 가는 길에 걸린 프랜카드에는 ‘한잔하세, 자네와 나는 친구야 친구’라고 쓰여있다. 박물관에 가는 길이었지만 편안한 술자리에 가는 것 마냥 들뜨는 마음이 들었다.

▲ 전북 완주군 구이면에 위치한 대한민국술테마박물관 전경

술의 문화 보여주는 기획전시
‘한잔하세 자네와 나는 친구야 친구’는 술테마박물관의 14번째 기획전시 제목이다. 광복 이후부터1960~70년대까지 우리나라 술 문화를 대표했던 대폿집을 주제로 기획된 전시는 디테일하고 관객들이 다가갈 수 있는 연출로 레트로 감성을 물씬 느낄 수 있다. 전시 구석구석에는 유명인들의 대폿집 일화, 대폿집 관련한 대중문화와의 추억, 60~70년대 술의 변화상 등에 대한 설명이 자리 잡고 있다. 기획전시를 담당한 나상형 학예사는 “술 이야기만 하기보다 문화를 함께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해 대폿집을 주제로 기획을 했다”면서 “당시 문화를 더욱 잘 실감하고 다가갈 수 있도록 준비했다”고 말했다.

‘금수강산이 좋아도 술 없으면 적막 강산’, ‘인생은 짧다. 그러나 술잔을 비울 시간은 충분하다.’ 등 술에 관한 재밌는 격언이 쓰인 계단을 따라 오르면 상설전시관이다. 전시관은 주제별로 술꽃 피는 역사관, 재료와 제조관, 역사와 문화관으로 구성돼 있고 마지막에는 색다른 체험을 해 볼 수 있는 체험관이 있다.

내용과 즐거움 모두 잡은 전시관
술꽃 피는 역사관은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5만여 점의 방대한 유물을 우리 술과 양조에 관한 기록, 국내외 다양한 술, 술 제조 도구와 생활유물 등의 주제로 선별해 꾸몄다.

알코올의 발효온도를 낮추기 위해 쓰였던 동수 동아리, 누룩 디디기, 누룩 분쇄기 같은 핵심기구부터 쳇다리와 체, 되, 말 같은 기본적인 도구, 일제강점기 주세 점검용 술독 같은 역사가 담긴 술독 등 호기심을 자아내는 각종 술 도구를 살펴볼 수 있다. 도구 옆에는 국내외의 다양한 술이 방대하게 자리하고 있다. 명인이 빚은 명주, 청주, 지역별 소주와 전통주, 형형색색의 술잔까지…, 옛날 자료에서만 보았던 술, 최근까지 마시고 있는 술, 처음 보는 술 등 다양한 술을 주제별로 구경할 수 있도록 했다.
전시장을 가득 채우고 있는 술에 조명을 비추니 그 모습이 마치 유리공예품 같아 감탄을 자아내기도 한다. 나 학예사는 “생활 속 유물인 만큼 기획 하는데 있어 많은 내용을 전시하기 보다 사람들이 지루하지 않게 볼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다음은 술의 원료와 술 빚는 과정을 알 수 있는 제조관이다. 우리 조상들은 좋은 술을 빚기 위해서는 술의 원료인 ‘쌀’과 ‘물’ 그리고 이를 술로 만드는 ‘누룩’, 발효를 위한 알맞은 온도와 술을 담는 ‘그릇’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술을 빚는 사람의 ‘마음’인데 이것 모두를 술 빚는 여섯 가지 재료라고 해 육재(六材)라 한다.

제조관을 지나면 우리나라의 역사 속 술 이야기를 알 수 있는 술 역사·문화 관이다. 우리 민족의 역사와 함께 부침을 거듭해온 우리 술, 우리 민족이 걸어 온 삶과 문화 속 술의 흔적들을 볼 수 있다. 특히나 시대별 연출이 잘 돼 있어 사진을 찍으며 즐기기에도, 옛 생각을 하며 추억에 잠기기에도 좋다. 나 학예사는 “술이 인류 역사문화와 그 궤를 같이한 만큼 술의 문화와 역사성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이를 알고 마신다면 술자리가 좀 더 풍요롭고 풍족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색적인 체험까지
마지막은 체험관이다. 향음주례 체험과 같은 풍속체험뿐 아니라 음주 자각 체험, 음주문화 서약, 내 몸에 맞는 전통주 찾기 등의 이색적인 체험도 있다. 특히 향음주례체험은 크로마키를 통해 가상으로 체험해봄으로써 풍속에 대한 교육적인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음주자각 체험은 과도한 음주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 준비됐다.

박물관을 모두 둘러봤으면 전망대에 올라가 보는 것도 좋다. 완주의 구이 저수지와 모악산이 한눈에 들어와 탁트인 자연을 느낄 수 있다. 매주 주말에는 체험교육프로그램도 이뤄진다. 2월에는 전통주, 발효빵, 쿠키 등을 만들면서 직접 음식이 발효되는 과정을 느낄 수 있는 발효체험교실이 진행되며 프로그램은 매달 달라진다.

이번 주말, 밤새 술자리를 달리기보다 대한민국술테마박물관으로 달려가 술의 모든 것을 음미해 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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