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세대 여성운동가, 대학에 여성학과 탄생 기여
‘호주제 폐지’ 등 여성운동과 남북여성교류 물꼬

▲ 이이효재 선생의 약력과 기고문 등을 볼 수 있는 이번 인물전은 소규모로 진행하고 있다.

‘미투’ 운동부터 페미니즘 열풍 등 양성평등을 위해 여성운동이 활발하게 불고 있다. 언뜻 보면 여성운동이 최근 에서야 일어난 것처럼 보이지만, 과거에도 양성평등을 위해 노력한 이들이 있었다. 1세대 여성학자이면서 분단 사회학의 개척자인 전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 이이효재 선생이다.

이이효재 선생의 일대기를 다룬 인물전 ‘24년생 이이효재가 온다’가 서울혁신파크 공유동에서 서울시 성평등활동지원센터 주최로 3월27일까지 열리고 있다. 이곳에서 그의 숨결을 느껴본다.

가부장적 인식 깨뜨리다
이이효재 선생은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대화론의 입장에서 도시가족 연구를 시작했다. 연구를 통해 한국사회 민주화에 여성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어렵다는 인식을 받고 여성의 의식변화와 사회참여를 주장하기 시작했다.
1976년 ‘여성능력 개발을 위한 여성학 과정 설치의 제안’이라는 논문을 통해 이화여대 여성학과를 개설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이효재 선생은 이런 큰 역할에 미치지 않고 가부장적인 사회와 남아선호사상, 자본주의 산업화 과정에서 여성의 희생이 강요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현실을 넘어서 양성평등을 실현하기 위한 여성운동의 능동적 역할을 강조했다.

호주제 폐지 앞장서다
1980년 군사정권에 맞선 시국선언으로 교수직에서 해직된 후에도 1987년 한국여성민우회 초대회장, 1990년한국여성단체연합 2대 회장을 맡으며 직장에서의 남녀차별 철폐, 비례대표제 도입 요구, 모성 보호 등 양성평등한 세상을 만들기 위한 여성운동을 이끌었다. 이런 활발한 움직임 중 유독 돋보이는 여성운동이 있다.이이효재 선생은 한국여성단체연합고문 시절 한겨레에 ‘아들숭배를 뿌리뽑자’라는 제목으로 기고를 냈다. 이 기고에는 호주제와 가부장적 의식으로 인해 아들을 낳아야 한다는 강박감으로 여자 태아가 1년에 3만여 명이 살해당한다는 내용이 적혀져 있다. 남성중심의 사회로 부계로 성만 따라가는 불평등을 벗어나기 위해 이이효재 선생은 호주제 폐지 등의 변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부모 성 함께 쓰기’ 선언 이후 자율적인 운동으로 전개돼 2005년 호주제가 폐지되는 전환점 역할을 했다. 그는 “태아 성감별에 의한 여아 낙태로 인간 생태계가 파괴되고 있는 현실을 통탄하면서 남아선호의 고정관념을 깨뜨리기 위해 ‘부모 성 함께 쓰기 선언’을 채택하게 됐다. 오늘부터 내 이
름은 이이효재다”라는 선언문과 함께 자신의 성을 부모의 성을 함께 쓰며 이이효재로 이름을 바꿨다

남북 여성교류의 주역

▲ 지금은 구입할 수 없는 책을 포함해 총 21종의 책이 전시돼 있다.


이이효재 선생은 1990년 한국정신 대문제대책협의회 창립과 함께 공동대표를 맡으면서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활동을 펼쳤다. 그는 위안부의 억울함과 목소리를 되찾기 위해 1992년 정신대 문제를 달라는 청원 보고서 를 유엔인권위원회와 여성지위위원회에 제출했다. 8월에는 ‘정신대문제 아시아 연대회의’를 열어 위안부 문제를 상정해 국제적인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이뿐만 아니라 1992년 지금까지 이어진 ‘일본군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수요시위는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밖에도 남북 여성교류 촉진에 대한 포부를 밝히면서 1991년 ‘아세아의 평화와 여성의 역할에 관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처음으로 남북여성들의 육로를 통한 만남을 성사시켰다. 이후 2015년에는 ‘한반도의 평화를 이루고자 호소하는 1000인 선언’을 제안해 남북평화시대를 펼치는데 여성의 역할
이 중요하다는 걸 보여줬다.

그가 살았던 시대는 가부장제 사회였다. 하지만  양성평등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지금 이이효재 선생은 고향인 진해에 머물고 있지만, 그가 여성을 위해 노력해온 길은 오늘날 여성인권 향상에 큰 족적을 남겼다.

신문기사 통해 바라보다
인물전은 이이효재 선생의 1960년대 후반부터 보도된 신문기사와 기고문, QR코드가 포함된 기사 등 총 92건으로 구성돼 있다. 또한, 이이효재 선생의 저서를 실물로 확인할 수 있는 ‘효재의 서재’도 한 켠에 마련돼 있다. 현재 절판돼 구입할 수 없는 책을 포함해 총 21종의 책이 전시돼 있다.
서울시성평등활동지원센터 신민자 기획운영팀장은 “이번 전시는 1960년대 후반부터 신문에 보도된 기사를 통해 당시의 사회상과 이이효재의 활동을 살펴보는 것으로 여성운동의 계보를 잇고자 하는 마음에서 비롯됐다”며 “외롭고 고립됐다고 느끼는 활동가들이 1960년대부터 여성의 사회참여와 역할을 강조해 왔던 이이효재 선생의 활동을 간접적으로 경험하며, 연대감을 느꼈으면 바란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 농촌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