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푸드를 만드는 맹렬여성-경기 고양 도깨비부엌 영농조합법인

영농조합법인은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기본법’에 의거해 농업생산성을 높이고 농산물 출하·가공·수출 등을 공동으로 하고자 5인 이상을 조합원으로 해 설립한 협업적 농업경영조직이다. 아무리 뛰어난 개인이라도 홀로 할 수 없는 일, 재고부담으로 가공에 도전하려는 농업인에게 영농조합법인은 한 줄기 빛이다. 특히 경기도 고양시 농업인 35인으로 구성된 도깨비부엌 영농조합법인은 소규모 농사에 종사하는 여성농업인에겐 도약의 지렛대가 되고 있다.

▲ 도깨비부엌 영농조합법인은 소규모 농사를 짓는 여성농업인에게 더욱 큰 도움이 되고 있다.

개발부터 판로확보까지 여성농업인에게 큰 힘

농산물가공지원센터 개소가 전환점
도깨비부엌 허연향 이사는 “도깨비들이 방망이로 무엇이든 뚝딱뚝딱 만들어내는 것처럼 고양시 농업인들이 건강한 먹거리를 잘 만들겠다는 의미로 이름을 그렇게 지었다”며 “도깨비부엌의 제품들은 자연의 모든 이로움을 담는다는 고양시 가공브랜드 ‘자연올’을 공동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5인의 이사 중 한 명인 허 이사를 포함해 3명이 여성농업인으로 구성된 도깨비부엌은 2017년 고양시농업기술센터의 농산물가공지원센터 개소가 큰 전환점이 됐다. 가공지원센터는 농축기, 분쇄기, 냉·온풍 건조기, 포장기 등 40여 종 장비와 HACCP 기준에 맞춰 세워졌다.

농사짓는 사람이 본인의 농산물을 가공하려면 제조시설과 식품제조허가가 필요해 돈과 시간이 부담이다. 모든 시설이 갖춰진 이곳 가공지원센터를 이용하면 그런 부담 없이 경쟁력 있는 제품을 만들 수 있어 농업인 입장에서 참 고마운 곳인 셈이다. 거기에 더 중요한 점은 안정적인 판로를 확보할 수 있단 점이다. 고양과 서울 로컬푸드 매장과 식당 등 14곳에서 도깨비부엌의 제품을 만나볼 수 있다.

10여 가지 쌈채소를 키우는 허 이사는 “눈 건강에 탁월해 세계 최고의 채소라는 케일은 그럼에도 많이 먹기 힘든데 김치로 만들어 매장에서 동났다”면서 “앞으로는 케일장아찌도 만들어 매장에 선보일 계획”이라고.

도깨비부엌의 조합원은 농사 종류도 다르고 경력도 가지각색이다. 그래서 서로의 경험, 실패담을 공유함으로써 서로에게 길잡이 역할을 한다는 점도 큰 이점이다. 품목이 겹치는 경우 용량을 달리하는 등의 방법으로 상생의 묘도 발휘하고 있다.

여성농업인에게 큰 힘
이곳의 조합원인 한국생활개선고양시연합회 이명화 회장은 “아로니아로 만든 환과 분말을 출시했는데 자연올 브랜드로 판매하다 보니 재구매율이 높고, 1달에 1번 입급될 때마다 회사원들이 월급 받는 날을 기다리는 심정”이라며 “표시사항, 디자인 컨설팅, 각종 검사와 인허가 대행은 물론이고 수시로 변하는 트렌드도 가공지원센터 도움을 많이 받을 수 있어 200% 만족한다”고 말했다. 이 회장처럼 대농이 아닌 여성농업인에게 더 빛을 발하는 곳이 바로 도깨비부엌이다.

고양시는 열무축제가 있을 정도로 단맛이 강한 열무의 고장이기도 하다. 열무를 포함해 약 1만 평의 채소농사를 짓는 전윤순 이사는 최근 열무·부추·알타리김치로 히트를 쳤다. 전 이사는 “양념을 세게 하지 않은 게 주효했다”며 “안 먹은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먹은 사람은 없다는 평이 있을 정도로 로컬푸드 매장과 친환경급식 등 도깨비부엌과 자연올 브랜드가 사람들에게 각인돼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김영선 조합원은 “조그맣게 복숭아 농사를 짓고 있는데 도깨비부엌에서 복숭아잼을 만들었다”면서 “개발부터 판로까지 도깨비부엌이 아니었으면 절대 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고마워했다.

판로 이외에도 중요한 과정 중 하나가 제품 출시 전 소비자들도 참여하는 리빙랩 테스트다. 제품의 강점과 개선점을 사전에 파악할 수 있는 기회인데, 특히 여성농업인의 소득창출에 포커스를 뒀다. 마음만 급한 농업인들이 대기업들이 반드시 거친다는 소비자들로부터 피드백을 받음으로써 제품의 퀄리티를 높일 절호의 기회다.

최근 출시를 앞둔 블루비양과 밥알없는 식혜도 이 과정을 거쳤다. 기존의 양배추즙에 익숙치 않는 이들을 위해 블루베리와 비트를 추가해 달달한 맛이 강조된 블루비양과 노인과 외국인 등 식혜를 좋아하지만 밥알이 거슬리는 이들을 위해 개발된 밥알없는 식혜는 리빙랩 테스트에서 깔끔한 맛과 목넘김이 좋다는 호평을 받기도 했다.

■현장인터뷰-고양시농업기술센터 이숙향 가공기술팀장

“정당한 가격 받는 게 제1의 원칙”

도깨비부엌엔 남성농업인들도 참여하고 있지만 5명의 이사 중 3명이 여성일 정도로 여성농업인이 핵심인력이다. 도깨비부엌 조합원 대부분이 농업기술센터의 가공창업반 교육은 큰 밑거름이 됐다. 1년 과정으로 운영하다 10주로 압축해 머릿속에만 맴도는 창업이 아닌 실전형 창업을 위한 교육이 이뤄진다.

도깨비부엌의 제품들은 박리다매를 결코 목표로 하지 않는다. 건강하고 안전한 먹거리가 정당한 가격에 팔릴 수 있도록 하는 게 제1의 원칙이다. 돈만 벌고자 한다면 이것저것 섞어 잇속을 차릴 수 있겠지만 그건 절대 오래갈 수 없다. 그 믿음에 공감하는 이들이 도깨비부엌의 조합원들이다. 되도록 많은 농업인이 참여해 그 가치를 널리 알렸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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