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시 -‘한국 근현대인물화-인물, 초상 그리고 사람’

근현대 미술 대표화가 54명의 인물화 71점 전시
김환기, 천경자 등 거장 작품...인물화로 돌아보는 역사

인물화는 다양한 인간상을 담아낸 역사의 ‘자화상’이다. 우리는 작품에 재현된 인물들의 얼굴, 의복과 생활양식 등을 통해 시대의 흐름과 사회상의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

갤러리 현대(서울 종로 사간동)의 2020년 개관 50주년을 기념한 ‘한국 근현대인물화- 인물, 초상 그리고 사람’전시회에서 100여 년에 걸친 한국 미술사에서 시대정신을 구현하며 독창성을 보여준 인물화를 대거 만나 볼 수 있다.

▲ 김관호 1916년 ‘해질녘’

전시 1부에서는 서양화 기법으로 그려진 우리나라 최초의 누드화인 김관호의 ‘해질녘’이 전시돼 눈길은 끈다. 1916년 평양출신 김관호는 도쿄예술학교에서 유학하던 중 일본 최고 권위의 ‘문부성미술전람회’에서 특선을 차지했다. 한국인으로는 유일했기에 ‘매일신보’ 등 신문이 대서특필했다.

“평양의 능라도 부근을 배경으로 두 여인이 냇물에서 목욕하는 모습을 그린 것”이라는 작가 인터뷰는 실렸지만 정작 그림은 빠졌다. 나체를 그림으로 옮긴다는 것이 불온하다는 이유에서였다. 103년 전, 인물화를 대하는 우리사회의 태도와 입장이 그랬다.

▲ 배운성이 1930~35년 무렵 그린 ‘가족도’

독일로 유학가 그림을 공부한 배운성의 ‘가족도’는 화가가 더부살이했던 부잣집을 배경으로 한국의 대가족을 그린 독특한 작품이다. 당시의 가족구성과 복식, 주거 등을 보여줘 등록문화재 534호로 지정되기도 했다.

전시 2부에서는 인물화의 변화와 더불어 시대변천사를 느껴볼 수 있다. 광복 이후 펼쳐진 파란만장한 현대사와 실존의 문제, 폐허를 치열하게 극복하는 인간 군상이 깊이 아로새겨져 있다.

박수근의 ‘길가에서’는 전쟁이 끝난 후 갓난쟁이 동생을 업고 누군가를, 아마도 먹을 것을 구하러 간 부모님을 기다리는 단발머리 딸의 모습을 담은 작품이다. 화면 가득히 주변을 소거한 채 인물만 있는 박수근의 회화에서 전쟁으로 폐허가 된 터전에서도 꿋꿋하게 생을 이어가려는 의지와 희망이 스며듦을 느낄 수 있다.

▲ 김환기 1951년 ‘항아리와 여인들’

김환기의 ‘항아리와 여인들’에서 바다를 배경으로 선 인물들은 민족을 상징하는 달항아리와 함께 등장한다. 여인과 항아리, 바구니와 같은 기물로 상징되는 고향과 고국의 이미지는 민족에 대한 상징이 반영된 결과다.

▲ 천경자 1978년 ‘탱고가 흐르는 황혼’

여인들 그림 중에서 단연 눈길을 끄는 작품은 천경자 화백의 1978년 작 ‘탱고가 흐르는 향연’이다. 푸른 담배 연기를 내뿜는 여성의 옆모습을 그린 이 작품은 작가의 자화상이자 변화한 여성상을 대변하고 있다. 

또한 전시회에선 민주화운동이 거센 1980년대 오윤이 ‘애비’, 임옥상의 ‘보리밭’등 민중미술화가의 작품도 만나 볼 수 있다. 그들의 붓을 거치면서 이전의 근엄하고 어여쁜 인물들은 살아 숨 쉬며 땀 흘리고 일하는 ‘사람’으로 거듭나게 된다.

 

 

(매일 오후 3시 작품설명회, 전시는 3월1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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