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마을 명물 - 김천마을주민연극단

▲ 유튜브에‘행복빨래터’를 검색하면 찾아볼 수 있다고 한다.

주민자치 문화프로그램 공모사업으로 마을극단 출범
직전 면장 ‘극본’ 마을주민이 ‘배우’로 나서 열연 펼쳐

주민들이 모인 마을에는 왁자지껄수다 소리로 메워졌다.
“대본 연습할 때 ‘왜 코빼기도 안 보이는 데’라는 대사를 실수로 ‘왜 코딱지도 안 보이는 데’, 라고 잘못 말한 거있죠?”
한 에피소드로 웃음꽃이 가시지 않은 이들은 경북 김천시 구성면 주민들로 구성된 연극단이다. 지난해 6월 경북도 주민자치 문화프로그램 공모사업으로 선정된 연극을 지난해 12월 처음으로 면사무소 회의실에서 ‘행복빨래터’란 제목으로 무대에 올랐다. 배우들은 대부분 65~80세 사이 노인들. 연극을 시작하기 전에는 평범한 마을주민이었지만 이제는 어엿한 아마추어 배우들로 자리매김했다.

삶이 녹아있는 연극
연극단은 이삼근 직전 구성면장이 직접 극본을 쓰고 의상, 소품, 등은 주민배우들이 전부 준비하거나 직접 만들었다고 한다. 또한, 김천의 유일한 연극극단인 ‘삼산이수’의 연기 지도와 청년농부들의 음악연주 등 모두 재능기부 받았다. 연극단은 이들 덕분에 첫무대가 더욱 가치 있었다고 한다. 직전면장이쓴 극본이지만 그 안에는 마을주민들의 경험과 삶이 녹아져 있다.

연극단 배상철 팀장은 “연극이라는건 나의 삶이 아닌 다른 사람의 삶을 연기해야 하는데 행복빨래터는 그것이 아닌, 옛 여성들의 한과 주민들의 삶을 그린 거예요”라며 “배우들도 자신의 삶과 관련된 이야기라서 더욱 몰입해서 연기를 할 수 있었어요”라고 말했다.

이어 연극배우들은 “삼산이수 극단의 노하룡 선생님께서 첫 연기 지도시간 때 ‘내 안의 한을 꺼내는 게 연극’이라며 속에 감춰뒀던 자신들의 이야기를 꺼내라고 했어요. 그래서 대본에 저희의 삶이 스며들어 있습니다.”

성공은 노력에서부터...
단원들은 매주 월요일 오후 4시에 모여 연습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농사를 짓는 사람들이기에 매번 모이는 게 어려웠다. 연로하신 배우분들과 일부는 부녀회, 새마을회 등 지역활동 중복 때문에 연습하는 게 만만치 않았다고. 그래도 단원들은 연습할 시간이 없는 와중에도 집에서 틈틈히 연습을 했다고 한다.
배 팀장은 “다들 꾸준히 연습을 해주신 덕분에 당일 훌륭하게 공연을 마쳤어요. 특히 시어머니역의 여갑남 배우는 연세가 있으신데도 긴 대사를 통째로 외워 놀랐어요. 또 남편역의 이근호 배우는 공연 직전까지 대사를 못 외웠는데도 공연 시 집중해 해내셨죠. 이런 모습에 경륜을 느껴 인상 깊었습니다.”

예산과 장소문제로 난관
구성면 연극단은 예산 문제 등에서 힘이 들었다고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적은 예산과 연로하신 배우들의 교통문제, 연습 장소 물색의 어려움 등 연극단을 운영하는데 힘이 들었던 게 많아요.”라며 “연세가 있으신 분들은 대부분 대중교통을 이용하시는데, 농촌에는 교통이 부족해요. 연극단 버스를 대절해 다 같이 이동하는 방법을 고민했는데 예산이 적어 사용하지 못해 아쉬움이 크죠.”
배 팀장은 도시만큼은 아니더라도 농촌에 조금 더 지원을 해주고 관심 가져준다면 훨씬 많은 문화프로그램이 돌아갈 수 있다고 전했다.

새로운 문화로...
인접이 드문 농촌에서 연극이 성공할 수 있을지 염려와 우려를 표하는 분 들도 많았다고 한다. 이 때문에 쉬운 노래교실 등을 하자는 의견이 대다수 였다고.
“많은 사람이 걱정을 보내는 이유는 문화사업을 한번 실패로 만들면 기회가 없어질 수 있어요.”
이러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구성면 연극단은 지역에서 많은 관심을 갖거나 언론에서도 주목을 받았다. 또한, 연극 덕분에 소극적이고 수동적이었던 단원들은 적극적인 자세로 변하는 등 많은 변화가 이뤄졌다고 한다.
“연극을 성공적으로 이뤄냄으로써 자존감과 성취감이 생기고 자신을 한 단계 성장하는 원동력이 됐죠. 또한, 혼자 계시는 어르신들은 밖에 나옴으로써 이야기 상대도 생기는 등 연극 덕분에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났어요.”
이어 배 팀장은 “‘농촌주민들은 못할 거다’라는 편견은 버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연극 등 주민 참여형 문화활동은 치유의 효과와 지역민 상호 간 관계도 좋아지는 훌륭한 소통의 수단이라 생각해요. 저희 연극은 잊혀져 가는 옛 이야기를 관객에게 전함으로써 새로운 문화로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합
니다. 그러기 때문에 조금만 관심과 지원이 있다면 옛문화를 전파하는 가치있는 사업이 될 겁니다.”
연극단은 지난해 ‘행복빨래터’ 무대를 올리고 아쉬운 부분이 많아 올해는 더 보완해서 재무대 예정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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