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명견 교수의 재미있고 유익한 옷 이야기(75)

"속옷은 시대에 따라
그 기능이 다양하게 변화돼 왔다"

속옷은 겉옷 안에 받쳐 입는 옷이다. 때문에 속옷은 사람 몸을 따뜻하게 감싸주기도 하고, 땀 등의 분비물을 흡수해 인체를 쾌적하고 깨끗하게 하는 보건위생상의 목적과, 몸매를 보정해주는 기능을 지닌다. 따라서 보온성·흡수성이 높고 촉감이 좋아야 하며, 특히 위에 입는 옷이 아름답게 보일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속옷은 그래서 시대에 따라 그 기능이 다양하게 변화돼 왔다.

속옷은 고대 이집트 시대에도 특수 계층에서 입었을 만큼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으나, 중세 때까지는 주로 남성들의 옷이었다. 여성들은 대체적으로 겉옷 안쪽에 겉옷과 비슷한 튜닉(통자루 같은 옷)을 하나 더 껴입는 정도였다.

오늘날의 팬티처럼 하의로 된 속옷을 입은 것은 18세기 중엽부터였다. 여성의 인체 곡선을 강조하기 시작한 시기는 그보다 앞선 르네상스 시대였다. 그 무렵 여성들은 모두 곡선을 나타내려 안간힘을 썼다. 가능한 한 허리를 조이고 궁둥이를 부풀렸다. 이로부터 수백 년 동안 짤록한 여성의 허리가 강조되는 유행이 반복돼 왔다.

속옷이 한 몫을 해야 했다. 바로 코르셋의 등장했다. 코르셋은 고래수염이나 나뭇가지 등으로 심을 넣어 누벼 만들기도 하고, 급기야 철로 만들어 가슴부터 허리까지 살이 헤질 정도로 졸라매는 ‘고문기구’였다. 프랑스 궁정의 패션리더였던 마리 앙투아네트가 코르셋을 통해 허리둘레를 32.5cm까지 조여 사람들의 부러움을 샀다는 일화도 전해진다. 코르셋으로 인해 신체 장기가 원래 자리에서 이동되거나 갈비뼈가 구부러지는 현상까지 일어났다고 했다. 코르셋이 너무 조여 파티 중에 기절하는 경우도 적지 않게 벌어졌다. 이렇게 성적 매력을 위해, 600년 가까이 여성의 허리는 수난의 역사를 이어왔다.

19세기 말경 브래지어가 나오면서 숨쉬기조차 어려울 정도로 몸통과 허리를 졸라매던 코르셋이 상하로 나뉘게 됐다. 새로 등장한 브래지어는 여성의 가슴을 풍만하게 해 더욱 성적 매력을 크게 하는 요소로 발전됐다. 1950년대에 이르러서 브래지어는 유럽여성의 필수품으로 자리 잡았고 성적매력을 강조하는 일등공신이 됐다. 1960년대에 여성해방운동이 일어나면서 여성들이 일시적으로 노브라(no-bra)를 주장하며 브래지어를 소각하는 행사를 벌이기도 했으나, 브래지어를 비롯한 여성의 속옷은 성적매력을 자극하는 도구로 굳게굳게 자리 잡았다.

1980년대 미국의 세계적 가수 마돈나가 속옷차림으로 무대에 서면서 놀라움과 함께 비난이 쏟아졌지만, 이를 계기로 ‘속옷의 겉옷화’란 유행이 일어나기도 했다. 파란만장 속옷의 역사는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속옷 도둑들이 곳곳에서 활개를 치기 시작했다. 이 나라의 30대의 초등학교 교사가 5년여 동안 130여 번 400개가 넘게 속옷을 훔치다 잡혀 1년 6개월의 형을 받았다. 멀쩡한 60대 남성이 여성 팬티와 브래지어 1400여장을 훔쳤다가 쇠고랑을 찼다. 그 속옷들을 찾아가라는 현수막까지 걸렸다. 아마도 ‘속옷 이야기’는 인류의 역사와 궤를 같이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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