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봉사는 우리의 힘 - 한국생활개선파주시연합회

132만3000명. 지난해 우리나라에 상주하고 있는 외국인 수다. 경제활동을 하고 있는 노동자는 91만4000명으로 경기불황 탓으로 크게 줄었다곤 해도 여전히 산업계의 중추적인 인력이다. 더군다나 농림어업에 취업하는 외국인 노동자는 계절근로제 확대 등의 영향으로 다른 산업과 달리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제 우리의 또 다른 이웃인 외국인 노동자와 자녀들을 위해 두 팔 걷어붙이고 봉사단체로서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한국생활개선파주시연합회(회장 이형주)를 ‘봉사는 우리의 힘’ 코너에서 만났다.

2014년부터 불법체류자 외국인 노동자를 위한 음식봉사
이형주 회장 “우리나라의 좋은 기억 갖고 고향 돌아갔으면”

아이 엄마들이 딸 같기도…
이형주 회장은 “우리 파주시연합회는 병원을 찾는 외국인 노동자를 위해 매월 둘째 주 일요일마다 김밥을 150줄 정도 싸는데 얼마 전엔 김치도 담가 1박스씩 주기도 했다”면서 “김치를 좋아하는 걸 보니 입맛은 이미 한국사람인 것 같기도 하고, 특히 갓 태어난 아기를 업고 온 엄마를 보면 딸 같다”고 한다.

파주시연합회는 경기도의료원 파주병원이 2008년부터 사회공헌 활동의 일환으로 펼치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 주말 무료진료의 한 축이다. 무료진료는 외국인 노동자, 특히 의료보험의 도움조차 받을 수 없는 인권 사각지대의 불법체류자들이 대상이다. 진료과도 다양하다. 내·외과, 산부인과, 치과, 영상의학과 등에서 진료받는다.

취재를 위해 병원을 찾았을 때 외국인 노동자, 그것도 불법체류자 수백 명이 모인다는데 진행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섰다. 거기다 진료를 보는 병원 바로 옆에 경찰서가 있어 걱정은 더했다. 이 회장은 “10년 넘게 하는 일이라 경찰서도 알고 있어 단속 걱정은 안 해도 된다”며 “그러니까 할 때마다 100명이 넘는 외국 사람들이 오고, 아이도 데려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회장의 말처럼 비록 불법체류자 신분이긴 하지만 같은 여성으로서 엄마로서 배부른 산모를 보거나 아이를 데리고 온 엄마를 보면 짠한 마음이 앞선다는 파주시연합회원들. 그래서 5년 넘게 한 번도 빠지지 않고 김밥을 마는 것일 터. 그들이 마는 건 한 줄의 김밥이 아닌 엄마의 정이지 않을까.

파주시연합회 구미우 부회장은 “지난 겨울 산달이 얼마 안 남은 엄마가 왔었는데 얼마 전에 순산해서 갓난 애기를 데리고 왔을 땐 얼마나 반가웠는지 몰랐다”면서 “이역만리 타국에서 친정엄마도 없이 애기도 낳고 고생하는 것 같아 갓 담근 김치로 마음을 대신했다”고 한다.

온정의 손길 더해져
현재 불법체류 외국인은 38만 명으로 추정되는데 가장 문제가 되는 건 그들의 아이들도 의료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단 점이다. 출생기록조차 없기 때문에 보험이 되지 않고, 그래서 병원비는 몇 배나 비싸다. 그래서 아이와 함께인 가족, 친구, 고향 선후배, 부부 등 다양한 외국인 노동자들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마치 병원에 온 게 아니라 인천공항에 온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무엇보다 10년 넘게 하고 일인데다 진료과도 워낙 다양해 많았을 땐 500명 넘는 외국인 노동자가 병원을 찾기도 했다. 정식 입국절차를 밟은 외국인 노동자들도 입소문을 듣고 모여든 탓에 병원에선 일일이 여권이나 비자가 없는지 확인 후 불법체류자만 진료를 받게 할 정도라고.

무료진료엔 병원과 생활개선회만의 온정에 머물지 않는다. 외국인 노동자 통역과 진료 시 안내에 도움을 주는 중학생, 파주시 보건소와 파주시자원봉사센터도 힘을 보탠다.

경기도의료원 파주병원 공공사업과 최재호 의료사회복지사는 “2020년 첫 주말진료라 그런지 평소보다 적은 100명의 외국인 노동자가 병원을 찾았다”면서 “필리핀, 태국, 방글라데시, 몽골 등 아시아 노동자뿐만 아니라 아프리카 나라 사람들도 왔는데 신분증 검사로 불법체류자임을 확인한 후 체온·혈압검사를 시작으로 원하는 과에서 진료를 받고 약도 지어준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진료 건수로 4000여 건, 인원으론 2300여 명이 혜택을 본 무료진료는 이곳에서 일반진료로 치료가 힘들다고 판단되면 보건복지부 등과 연계해 완치에 도움을 주고 있기도 하다.

이형주 회장은 “병원을 찾는 외국인들이 이슬람을 믿는 사람들이 많아 고기나 햄 없이 오이, 우엉, 단무지, 맛살, 어묵 등 5가지 재료로 간단하게 싸는데 김밥 한 줄, 음료수 하나에 감사하다며 받아갈 때 그렇게 뿌듯할 수 없다”면서 “한 달에 1번이라도 여기 병원에서 고향사람 만나 마음 편히 얘기 나누고, 한국사람들이 좋은 사람들이었단 기억을 갖고 몸 건강히 고향으로 돌아갔으면 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현장인터뷰-파주시자원봉사센터 김은숙 총괄팀장

“엄마처럼 포근한 생활개선회”

2014년부터 우리 봉사센터와 함께 불법체류자들을 위해 김밥봉사를 하고 있는 생활개선회는 큰 힘이 되고 있다. 1년 내내 10명 내외 회원분들이 빠지지 않고 참여해줘 개인적으로 감사하다.

다들 딸 가진 엄마들이라 그런지 애기엄마들을 보면 김밥도 한 줄 더, 귤이라도 하나 더 주려 하고, 두 손 붙잡고 등 토닥이며 ‘고생 많지’라는 말을 건네는 모습에 진심이 느껴진다. 비록 말이 안 통해도 아마 마음은 전해지지 않을까 싶다. 엄마처럼 마음 쓰는 생활개선회에 다시 한 번 감사함을 전한다.

저작권자 © 농촌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