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토불이 - 전북 군산 홍윤베이커리

▲ 우리밀, 보리, 쌀로 만든 빵을 끊임없이 연구하는 홍동수 사장과 그의 아내 윤순경씨

농민의 아들로 태어나 우리 농산물 애용 다짐
팔고 남은 빵은 지역사회 기부하며 나눔 실천

“국산 밀로 만들어 우리집 빵을 먹으면
 농민에게 이익이 돌아가요”

빵집에 들어가니 군산보리로 만들었다는 빵이 눈에 띈다. ‘보리는 밥을 해도 까슬한데…’라는 의구심이 들어 “보리로 만들면 빵이 맛있나요?”라고 조심스레 물었다. 홍윤베이커리 홍동수 사장이 자신 있게 되물었다. “한 번 드셔보실래요?”
홍 사장이 가져온 보리 쉬폰 케이크는 손으로 뜯을 때부터 촉촉하고 부드럽더니 입안에서 보리향을 은은하게 내며 사르르 녹는다.

▲ 홍윤베이커리에서 판매하는 모든 빵은 우리 농산물로 만들어진다.

보리뿐 아니다. 홍윤베이커리에 있는 모든 빵은 모두 우리밀, 우리쌀, 우리보리, 우리농산물로 만들어진 것들이다. 밀과 보리, 쌀, 찹쌀 등을 적절히 섞어 수입밀 못지않게, 더 맛좋은 빵을 만드는 방법은 홍동수 사장만의 무기다.
홍 사장이 이 같은 기술을 터득해 우리 농산물로 빵집의 모든 빵을 만들 수 있게 된 것은 하루아침에 이뤄진 일이 아니다. 제빵인생 36년 경력과 우리 농산물에 대한 애틋한 애정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 제빵사 이전에 농민의 아들
그가 우리 농산물로 만든 빵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1990년대 초반 우리밀살리기운동본부가 발족했을 때부터다. 군산 성산의 가난한 농민 아들인 홍 씨는 부모님이 농사로 고생하는 모습을 보며 우리 농산물에 대해 남다른 애정을 가졌다고 한다. “우리 농산물도 빵의 재료가 될 수 있다는 사실에 관심이 절로 갔어요.”
그러나 쉽지 않았다. “지금 통밀보다도 못했어요. 빵을 만들기에는 모든 점이 열악했죠.”

광주의 한 대형 빵집에서 10여년 간의 경력을 쌓은 후, 아내 윤씨와 결혼하며  빵집을 차린 홍 사장은 이때 부터 우리밀빵을 조금씩 만들어 판매했다. “식빵 같은 간단한 것 위주로요. 우리밀에 계속 관심이 있었고 우리 빵집만의 차별화 전략이기도 했어요.”
그사이 우리쌀빵이 등장하고 우리밀빵 또한 계속해서 주목 받았다. 홍 사장도 그 비율을 늘려갔다. 그러나 빵 하나에 우리밀의 비율을 50% 이상 높이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밀에 찹쌀도 넣어보고 보리도 섞어보고 쌀로도 해보고 많이 연구했어요. 어떻게 발효되는지 보려고 잠잘 때 머리맡에 반죽을 두고 자기도 하고요.”
그는 이러한 노력으로 우리밀 100%인 빵 만들기에 성공했다. “우리밀은 수입밀보다 건강에 좋죠. 뿐만 아니라 우리집 빵을 먹으면 농민에게도 이익이 돌아가요. 우리 농산물을 고집하는 이유입니다.”

# 늦깎이 학생으로 기초부터 탄탄하게
중학교 졸업후 바로 생업의 현장으로 뛰어들었던 그는 배움에 대한 열망이 컸다. 군을 제대한 뒤, 광주제일 방송통신고등학교에 입학해 일과 학업을 병행했다. 평일에는 라디오로, 주말에는 학교로 쉬는 날을 반납하며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이후 빵집을 운영하면서도 서해대학교 호텔조리영양학과를 다니며 공부를 계속했다. 대학에 다니면서는 한식조리사 자격증과 전라북도에서 세 번째로 제과기능장 자격증을 따기도 했다. 뒤늦게 교육을 받으면서 제빵실력을 한층 더 탄탄하게 쌓아갔다.
“이러한 과정들이 모두 우리밀, 보리, 쌀로 맛좋은 빵을 맛들 수 있는 밑거름이 됐다고 생각해요.”

# 못 말리는 빵덕후
아내 윤 씨는 홍 사장에 대해 “빵에 대해서는 하루 종일 얘기하는 사람이다”고 설명했다. 가끔은 가정보다 빵에 더 관심이 많은 것 같아 내심 서운한 마음이 들 때도 있다고.
실제로 그는 새로운 메뉴개발을 위해 끊임 없이 연구하고 아이디어를 떠올린다. 지금은 홍윤베이커리의 대표 빵으로 자리잡은 짬뽕빵을 만들기 위해 중국집 주방장을 찾아가기도 했다.
“짬뽕이 군산지역의 명물이잖아요. 지역을 상징하는 빵을 저도 만들고 싶었어요.”

평생 제빵만 하던 홍 씨는 생물을 조리하려다 보니 어려움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고 한다.
“짬뽕 영상을 계속 찾아 보기도 하고 예전에 빵집 옆에서 요리하시던 분을 찾아가 짬뽕만드는 걸 보여달라고도 했지요. 다시 혼자 고추기름, 마늘, 파기름 넣어가면서 만들고 또 만들고…”
평소 매운걸 못 먹는다는 홍 씨는 그렇게 고생하며 짬뽕빵을 만들었다. 매콤하면서도 짬뽕의 불맛이 나는 짬뽕빵은 홍윤베이커리의 이색적인 별미다. 최근에는 군산의 꽃새우를 이용해 꽃새우빵을 개발하기도 했다고 한다. 

계속해서 새로운 메뉴를 개발하고 더 맛좋은 빵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빵덕후 홍 씨의 목표는 무엇일까.
“지금 익산에 홍윤2호점이 있는데 지점이 더 많이 늘었으면 좋겠어요. 우리빵이 많이 팔리고 지점이 늘수록 농민에게도 좋을 거라고 믿어요.”
홍윤베이커리는 그날 그날 팔고 남은 빵을 지역사회 이웃들에게 전달한다. 다음날 다시 팔거나 더 싼값에 파는 방법도 있지만 나눔을 택했다. 월·수는 푸드뱅크에, 화·목은 청소년상담복지센터, 금요일에는 경찰서, 주말에는 아동센터로 전달된다. 농민과 고향을 사랑하는 그의 진심이 전달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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