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미월의 문학향기 따라 마을 따라 - 전남 목포

▲ 목포내항(사진제공/목포시청)

누가 뭐래도 목포는 항구다.
부산이 여수가 항구가
아닐 리 없지만 눈물 없이
목포를 말할 수 있겠는가...

전남 남서단에 있는 도시 목포는 누가 뭐래도 항구다. 다도해 수역을 사이에 두고 신안군에 속하는 비금도, 가거도, 압해도, 하의도 등 여러 섬들과 접한다. 일본 나가사키와 중국 상해의 중간에 위치해서 19세기 말부터 열강 제국의 주목을 받았던 항구도시다.
2019년 9월에 개통한 목포해상 케이블카는 총연장 3.23㎞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길다. 북항에서 유달산 정상을 지나 고하도 스테이션(승강장)까지 왕복 40분간의 멋진 파노라마와 함께 목포 시내 전경과 유달산의 기암괴석, 다도해, 목포항 등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다. 케이블카 개통 이후 전국에서 사람들이 몰려든다.

▲ 유달산에 있는 목포의 눈물 시비(사진제공/목포시청)

목포의 유명한 횟집에서 한상 딱 벌어지게 나오는 남도음식은 뭘 먼저 먹어야 할지 고민할 필요가 없다. 일단 먹으면 행복해지는 밥상이다. 술 한 잔이 오가고 기분이 고조되면 이난영의 <목포는 항구다> 노래가 절로 나오는 곳이다.

누가 뭐래도 목포는 항구다. 부산이 여수가 항구가 아닐 리 없지만 눈물 없이 어떻게 목포를 말할 수 있겠는가. 연락선을 타고 사랑과 함께 사라져 남이 된 임이거나, 돈 벌러 화물선을 타고 떠나간 임이거나 항구의 님은 쓰라린 이별을 피해갈 수 없는 일이다. 가수 김수희의 비음이 매력 있는 국민가요 ‘비 내리는 호남선 남행열차에~’ <남행열차>의 종점도 목포역이다.

▲ 영산강 하구에 있는 갓바위

예향의 거리 ‘갓바위 문화타운’
<목포, 詩를 품다> 학술세미나가 있어서 지난해 연말에 목포에 다녀왔다.
목포에서 해안가를 달리다 펼쳐지는 ‘갓바위 문화타운’은 갓바위뿐만 아니라 목포 문화예술회관과 목포문학관 등 목포 문화를 한꺼번에 맛볼 수 있는 예술거리다. 목포는 예향(藝鄕)이란 말이 잘 어울리는 곳이다. 서울에서 내려간 시인들과 목포지역 시인들이 모여서 목포 문학의 어제와 오늘을 짚어보고 시낭송과 기타 연주로 뜨거운 시간을 가졌다.
행사를 마치고 갓바위를 찾았다. 삿갓을 쓴 사람의 특이한 형상을 하고 있는 갓바위는 천연기념물 제500호로 해수와 담수가 만나는 영산강 하구에 위치해서 풍화작용과 해식작용의 결과로 형성된 풍화혈(風化穴)이다. 갓바위 일대를 찾았을 때는 일몰 무렵이었다. 저녁노을이 비치는 바다와 절벽에 반사되는 노을빛이 아름다워 발걸음이 떨어지질 않는다. 아버지와 아들 같은 한 쌍으로 이뤄진 갓바위에는 전설이 전해진다.
갓바위를 둘러보고 북항에 위치한 한 식당에 갔다. 목포하면 낙지가 제일 먼저 떠오르지만 전복, 뿔소라, 가리비도 제철을 맞아 싱싱하고 맛있다. 메인 회가 나오기 전 곁들이찬으로 소라 숙회, 골뱅이무침, 옥수수, 인절미, 홍어, 새끼 산삼까지 입이 딱 벌어지는 진미를 맛보았다. 목포는 미각을 만족시켜준다.

▲ 구도심 꼭대기에 있는 서산동 시화골목

시 한 편에 가슴이 먹먹해지다
일행들과 1박을 하고 둘째 날에는 서산동에 위치한 근대화 시화 골목을 돌아봤다.  일제 강점기와 근대화 시대의 풍경이 느껴지는 구도심 꼭대기에 있는 달동네 시화 골목에는 초입에 영화 ‘1987’의 촬영지인 ‘연희네 슈퍼’가 눈길을 끈다. 가파르고 좁은 골목길을 따라가다 보면 동네 주민들이 썼다는 글들이 심금을 울린다.

진도에서 태어나/물 건너 하의도로 간/ 시집 첫날밤 신랑이 마음에 안들어/ 어떻게 살까...?/ 그래도 나밖에 모르던 남편 딸 하나 낳고/ 마흔 여덟에 돌아가셔버린/ 연탄지게 져가며 온갖 잡일로 가버린 내 인생   -<내 인생> 김말선-

16살 때 시집와/ 지금도 그 집에서 살고 있는/ 서산동 터줏할매 정점례/ 하루 일하면 보리 쌀 한되 값/ 먼저 간 자식 생각에/ 지금은 배부르게 쌀밥을 먹으니/ 행복하다 말할까      
 -<슬픔> 정점례-

역사의 산 교육장 ‘근대문화역사관’
도심 속에 우뚝 솟은 유달산은 도시와 다도해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이곳엔 이난영의 <목포는 항구다>노래 시비가 있고 애달픈 노래가 흘러나온다. 목포의 맛을 더한다.
목포 근대역사관 1관에는 일제 강점기시대의 목포시가지를 한눈에 볼 수 있게 미니어처로 만들어 놨다. 역사관을 돌아보고 나오면 1층 뒤쪽에는 방공호가 있다. 일본 잔재의 아픈 상처들을 볼 수 있다. 근대역사관 2관은 구 동양척식주식회사로 건축물에서도 벚꽃과 태양 등 일본을 상징하는 문양을 볼 수 있다. 내부에는 목포의 옛 모습 사진 80점과 일제의 침략사 사진 100점이 전시돼 있다.

한국 농민에 대한 수탈을 자행한 일제 식민지 지배의 상징적인 장소다. 근대화거리를 두루 구경하니 유달산에서 오가는 케이블카가 알사탕처럼 하늘을 수놓는다.
목포문학의 출발은 1897년 목포항 개항과 함께 한다. 목포문학이 본격적으로 출발한 시기는 1920년대 들어와서부터다. 그 문을 활짝 열어젖힌 장본인들은 김우진, 박화성, 김진섭이다. 두 사람은 목포를 떠나 타 지역에서 거주한 반면, 김우진은 귀향해 목포에서 창작활동을 펼쳤던 만큼 실질적 주목할 문인은 김우진이다.

김우진(1897~1926)은 ‘사의 찬미’를 불렀던 윤심덕과 현해탄에서 동반 투신자살한 일화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목포에 최초로 근대문학의 씨앗을 뿌린 장본인이고 한국 최초의 극작가다. 그가 남긴 희곡에는 <산돼지>, <난파>, <이영녀> 등이 있다. 시 50편, 소설 3편, 연극과 문학평론 20편 등 문학 전반에 걸쳐 왕성한 창작을 했다. 현대문학 시기에서는 타계한 김현 평론가와 최하림 시인, 생존해 있는 김지하 시인이 목포 출신이다.

목포는 낙지를 비롯한 해산물의 천국이다. 역사적 볼거리에 재미를 더한 해상 케이블카의 개통으로 여행객들에게 풍성한 추억을 안겨준다. 그뿐인가. 기막힌 야경의 목포대교, 다도해에 빛나는 보석 같은 섬들을 둘러보려 해도 시간을 넉넉하게 내줘야 할 매력 있는 항구의 고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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