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음식모형 장인 두리모형 홍경택 대표

세상에 음식모형 장인도 있나?~ 란 의구심을 가지고 사무실에 들어선 순간 의심은 끄덕임으로 바뀌었다. 사무실에 있는 음식들이 다 가짜란 이야기에 명인은 달리 명인이 아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세계 명인 문화 예술 축제 조직위원회로부터  ‘대한명인’으로 추대된 두리모형 홍경택 대표를 만나무궁무진한 음식모형의 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두리모형 홍경택 대표. 그 앞에 놓인 군고구마와 딸기는 모두 모형이다.

드라마 ‘대장금’에 모형음식 협찬
전통음식모형 박물관 전시… 보람 느껴

“진짜 군고구마와 모형 군고구마를 섞어 놓으면 어떤게 진짜인지 구별을 못합니다. 모형족발은 뜯어먹어 보는 사람도 있었어요.”
음식모형 제작업체인 두리모형 홍경택 대표의 이야기다. 홍 대표가 만든 모형을 보고 있으면 경력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구나 하는 걸 인정하게 된다. 색감을 넘어 질감, 디테일을 살려낸 그의 모형을 보면 아무나 섣불리 도전할 수 있는 분야는 아니란 생각이 든다.

회갑, 돌잔치 고임상 특허 내기도
원주에서 태어나 학교를 졸업한 홍 대표는 우연한 기회에 친인척의 권유로 음식모형 일에 뛰어들게 된다. 1994년 모형음식이 불모지였던 시기에 사업을 시작하고 IMF를 겪느라 고생도 많았지만 회갑이나 돌잔치에 쓰이는 고임상을 특허로 한 때는 돈을 많이 벌기도 했다.
홍 대표가 개발한 고임상 모형은 색상의 선명도가 뛰어나고 규격, 모양이 일정해 고희 회갑연에서 한창 인기를 끌었었다. 지금은 잔치상에 음식을 많이 쌓아올리지 않지만 예전 사진에서 볼 수 있는 대부분의 모형 고임틀은 거의 홍 대표의 작품들이었다.
“모형을 한 개 한 개 쌓는 방식에서 벗어나 고임상 특허 틀을 아예 만들었었죠. 기술을 개발하는 재미가 있는 분야입니다”라고 말하는 홍 대표는 모형작업이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직업은 아니지만 꾸준한 성실함으로 일을 하면 서서히 기술이 쌓이고 일의 보람을 찾을 수 있는 직업이라고 평가한다.

색을 찾아내는 눈썰미 있어야
음식모형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직업이다. 의뢰가 들어오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틀을 만드는 일이다. 틀을 정교하게 만드는 게 첫 단추다. 정교한 틀을 제작하기 위해선 굽기와 온도조절이 필수다. 끈기와 성실성이 무엇보다 필요한 모형제작자의 덕목이다. 이전에 안동박물관에 진열될 허벅지 몰딩작업을 맡게 됐는데 사람 허벅지 틀을 구할 수 없어 결국 홍 대표의 아내 허벅지로 몰딩 작업을 한 일화는 아직도 웃음과 함께 회상하고 있다.
“제 성격이 워낙 꼼꼼한 편입니다. 내 사전에 대충하는 건 없어요. 진짜 먹음직스러운 기름이 좔좔 흐르는 족발의 갈색을 찾기 위해 직원들과 함께 밤을 세기도 합니다.” 
모형의 색은 단순하게 선택해서 칠하는 것이 아니다. 여러 가지 색을 섞어서 가장 근접한 색을 찾아내야 한다. 비슷한 색을 찾아내는 눈썰미가 있어야 한다. 40여 년 경력 홍 대표만이 찾아낼 수 있는 족발의 갈색이 있다. 그래서 일까. 15년 경력 이상의 두리모형의 직원들은 홍 대표와 손발이 척척 맞는다.

전통음식모형 박물관 전시도
홍경택 대표는 드라마 ‘대장금’에 모형음식을 협찬한 이후 한식문화 관련 전시행사에 초대를 많이 받고 있다. 특히 홍 대표는 박물관 음식 전시에서 두각을 나타낸다. 음식모형을 장인의 경지로 제작하는 홍경택 대표의 기술과 정성에 감동한 관계자들의 의뢰가 끊이지 않고 있다. 영국여왕 방한 시 제작했던 생일상차림 모형은 아직도 박물관에 전시돼 있다.
“탄생에서 죽음까지를 테마로 한 박물관의 전통 상차림은 철저한 고증을 거쳐서 제작됩니다. 모형음식이 전통 한식문화 계승에 일조하는데 보람을 느낍니다”라는 홍 대표는 자신의 전통음식모형이 우리나라 뿐만아니라 중국의 박물관에 전시됐을 때 큰 보람을 느꼈다고 한다.
최근에는 각 지자체의 농업기술센터에서 교육용 농산물 모형 제작의뢰가 많이 들어오고 있어 음식모형 뿐만 아니라 교육자재모형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것이 홍 대표의 포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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