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생활개선연합회장 탐방-구연옥 서천군연합회장

▲ 사람 좋은 푸근한 미소의 구연옥 회장 주변엔 늘 사람들이 끊이지 않는다.

어르신 맞춤형 일꾼
“시할머니, 시부모님에 딸 넷과 아들 하나... 대가족 속에서 며느리로 아내로 어머니로 살다 보니 이제는 어르신들 얼굴만 봐도 어디가 안 좋으신지 금방 알겠더라구요.”
한국생활개선서천군연합회 구연옥 회장의 이야기다.
옛날 한옥집이라 누추하다며 부끄러워하는 구 회장이었지만, 22살에 시집와서 지금까지 계속 살고 있는 구 회장의 시골집은 한눈에 봐도 정갈하고 따뜻함이 묻어나는 집이었다. 사람을 너그러이 품어내는 구 회장의 성격처럼  너른 마당과 마루에서 편안함을 느낄 수 있었다.
“제사만 12번에 추석과 설까지 일 년 내내 손님이 끊이지 않는 세월이었죠. 게다가 사람 좋은 시아버지는 꽃게 장사꾼까지 저녁밥을 먹여 보내는 성격이어서 하루하루가 잔치 상을 차리는 기분이었다니까요.”
지금 생각하면 어떻게 그런 세월을 보냈을까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딸 넷을 내리 낳고 실의에 빠져있을 때 깊은 산속에서 옹달샘을 떠다주는 남편의 사랑이 있어 구 회장은 행복했다고 한다.

효자 남편과 동화 같은 사랑
지금도 남편에게 맛있는 저녁을 차려주는 것이 좋고, 하루 종일 농사일에 힘든 남편에겐 늘 고생이 많다며 어깨를 다독여 준다는 찰떡궁합의 구 회장 부부는 마을에 없어서는 안 될 일꾼이다.
동네에 고령 어르신들이 많다보니 지금도 새벽 2~3시에 몸이 아프신 어르신들의 호출을 받고 병원 응급실에 모셔다 드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어르신들을 보살피고 마을의 궂은 일을 도맡다 보니 자연스레 생활개선회의 일도 맡게 됐다. 마을의 이장이 구 회장이 부녀회장을 하지 않으면 자신도 이장 직을 고사하겠다며 3달 내내 저녁마다 찾아와 설득한 일화는 아직도 유명하다.

회원 모두에게 최선을 다해
“생활개선회장을 맡고 부터는 외부의 일이 더 많아졌죠. 농사일을 남에게 미루는 성격이 아니라 늘 시간을 쪼개 쓰고 있어요”라고 말하는 구 회장은 “사실 제가 앞에 나서서 말하려면 울렁증이 있어서 생활개선회장일을 하는 것이 쉽지는 않아요. 그래도 늘 제 주변에 회원들이 넘쳐나는 건 회원 한사람, 한사람을 허투루 대하지 않고 정을 주기 때문인 것 같아요”라고 덧붙인다.
사람에게 최선을 다하는 것은 구연옥 회장 최고의 매력이다. 본인은 그냥 사람들이 주변에 몰려들어 자신을 도와준다고 하지만 세상일이란 게 내가 먼저 베풀어야 오고가는 것 아니겠는가. 음식솜씨가 좋은 구 회장은 수시로 마을회관을 찾아 맛있는 상을 뚝딱 차려내고 어른들의 말벗을 해드린다. 그러면 어르신들은 또 바쁜 구 회장을 대신해 ‘고추를 가져와라’, ‘마늘을 가져와라’하며 마늘도 까주고, 고추꼭지도 따주신다.

웰-다잉 교육 하고 싶어
아직도 따뜻한 시골의 정서가 그대로 남아있는 서천군연합회는 그래서인지 특히 노인봉사에 힘을 많이 쓰고 있다. 직접 어르신들을 찾아가는 이·미용 봉사는 물론이고 김장, 목욕, 청소봉사까지 가리지 않는 열혈회원들이 많이 있다.
“농촌은 어르신 자살문제가 생각보다 심각해요. 거동이 불편한 농촌의 어르신들은 며칠씩 사람 구경을 못하다보니 우울증에 걸리는 경우가 많고요”라고 말하는 구 회장은 내년에는 ‘웰- 다잉(well-dying)’ 교육을 생활개선회 차원에서 적극 추진해 볼 계획이라고 한다.
효를 실천하고 무엇보다도 애정과 사랑을 가지고 생활개선회원을 어루만지는 전형적인 여성농업인 구연옥 회장. 구 회장이 이끄는 서천군연합회의 2020년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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