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희 칼럼 - 누리백경(百景)(123)

# 폭설이 내려야 할 1월 제주에 폭우가 연일 쏟아지고, 서귀포 산방산에는 4월 봄에나 피는 노란 유채꽃이 활짝 폈다. 제주대학 캠퍼스엔 5월 봄꽃인 분홍빛 철쭉까지 피었다. 지난 7일 제주 낮기온이 23.6도까지 올라가 1923년 기상관측 이래 가장 높은 1월 기온을 기록했다. 강원도 화천의 산천어 축제장에서는 때아닌 겨울비로 얼음이 줄줄 녹아내려 행사를 접어야 할 난감한 처지에 놓였다.

나라 밖 호주에서는 지난해 11월부터 40도가 넘는 뜨겁고 건조한 날씨로 산불이 발생, 강풍을 타고 5개월째 지속되면서 서울시 전체면적의 100배에 달하는 600만 헥타르(ha)가 불탔다. 지금까지 최소 44명이 숨지거나 실종됐고, 7만5000마리가 야생에서 살고 있던 호주의 상징동물 코알라도 절반에 가까운 3만3000여 마리가 떼죽음을 당해 멸종위기에 놓였다. 이 최악의 화재로 호주대륙에 서식하는 포유류와 조류, 파충류 등 야생동물 5억 마리가 폐사했다. 이와같은 일시적인 이상기온 현상을 서양사람들은 ‘인디언 서머(Indian summer)’라고 부른다.

# 사뭇 낭만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말 ‘인디언 서머’는, 북미대륙의 겨울철 이상기후로 늦가을(9월 중순)이나 겨울에 갑자기 날씨가 일시적으로 따뜻해지는 현상을 말한다.
유래는 구구하게 많다. 인디언들이 기댔던 가을 추수하기 좋은 계절이란 설, 사냥하기 좋은 날씨여서 인디언들이 이를 신의 선물로 감사하게 여기던 데서 유래됐다는 설, 18세기 말의 기록으로, 이런 날씨현상이 나타나는 지역이 주로 인디언들이 살고 있는 곳으로, 이들은 위대하고 자비심 많은 신의 정원으로부터 직접 불어오는 바람에 의해 이런 기후현상이 발생한다고 믿는데서 왔다는 설, 그리고 인디언들이 부족 간 전투하기에 좋은 날씨로 생각하는데서 유래했다는 설… 등등 이다. 유럽에서는 이런 반짝 기후현상을 두고 ‘물총새의 날’ 혹은 ‘늙은 아낙네의 여름(old wive’s summer, 독일)’이라고도 한다.

이 이상기후의 특징은, 서서히 움직이는 이동성 고기압에 의해 나타난다. 낮에는 따뜻하지만 밤에는 차게 냉각되면서 공기 기류의 교환이 없는 역전층이 발달해 연무(혼탁한 연기와 안개)가 발생한다. 이 연무가 마치 인디언들이 봉화불을 피우는 것처럼 보인다 해 명명됐다는 얘기도 상당한 설득력을 얻는다.

# 지금 우리 한반도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상고온 현상은, 지구온난화에 따른 대만 부근의 해수면 온도상승이 주원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지구 기후변화에 가장 큰 직·간접적 원인을 제공하는 것은 지구 위의 인간들이다. 46억 살이나 늙은 이 지구가 줄 수 있는 모든 걸 앗아가곤 하나도 되돌려 주지 않는 인간들이 과연 이 지구에서 이대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작년에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스위스의 천체물리학자 미셸 마요르의 경계의 말이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지구를 버리고 실현 불가능한 외계행성으로 이주할 생각을 버리고, ‘제6의 대멸망기’를 향해 죽어가고 있는 지구를 구할 생각을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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