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생활속 발명이야기-왕연중 한국발명문화교육연구소장

대중화시대를 연 회사는 만도
김치는 과학이었다. 그것도 세계 유일의 우리나라만의 과학이었다. 특히 보관방법은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과학이었다.
우리나라 전통식품인 '김치'라는 말은 침저(沈菹)에서부터 팀채-딤채-짐채-김채-김치로 변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우리 조상들은 김장을 하면 땅에 묻었다. 이는 땅 속의 온도가 일정해 김치의 신선도를 유지하며 발효하는데 적합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나라 11월 하순의 땅 속 온도인 섭씨 5도와 한겨울의 땅 속 온도인 영하 1도는 김치 맛을 내는 최상의 온도다. 그러나 도시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김치를 땅에 묻어 보관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게 돼 버렸다.

일부는 냉장고에 보관하기도 했으나 냉장고는 하루에도 수십 번 문을 여닫는 바람에 김치의 맛을 오랫동안 유지할 수가 없었다.
바로 여기서 가전업체들은 김치냉장고를 발명하게 됐다. 김치냉장고를 처음 발명한 것은 1984년 대우전자와 1993년 빌텍으로 알려지기도 했으나 실질적으로 실용적인 김치냉장고를 발명해 대중화시대를 연 회사는 만도기계(현 위니아만도)였다.

과일·야채·육류 등도 얼지 않은 상태로 보관
‘프랑스에는 와인냉장고가 있고, 일본에는 생선냉장고가 있는데, 왜 우리나라에는 전통식품인 김치를 위한 냉장고가 없을까?’
이 같은 의문에서 힌트를 얻은 만도는 1993년 김치연구소를 설립하고, 3년간 100만 포기의 김치를 담그며 수많은 실험을 하는 등 각고의 노력 끝에 1995년 11월 드디어 ‘딤채’라는 김치냉장고를 선보였다. 폭발적인 인기가 기다리고 있었다.

만도는 원래 자동차와 건물의 냉방시스템 쪽에서 기술력을 다져온 중소기업으로 냉장고 시장에 진출하면서 대기업들이 눈을 돌리지 않았던 틈새시장을 파고들기로 하고 김치냉장고를 선보였고, 그 전략은 적중해 ‘김치냉장고=딤채’라는 인식을 갖게 했고, 그 인식은 현재에까지 이르고 있다.
김치냉장고는 차가운 공기가 따뜻한 공기보다 무거워 위로 솟아나오지 않는다는 원리를 이용한 것으로, 일반 냉장고와 구별되는 가장 큰 요소는 바로 이러한 냉장고 내부의 냉기 단속능력이다.

김치냉장고를 이용하면 싱싱한 김치를 보통 4개월까지 보관할 수 있는데, 숙성기에는 온도를 섭씨 5~7℃로 유지하고, 그 뒤에는 0℃로 조정해 놓으면 장기간 보관이 가능하다.
만도가 김치냉장고로 크게 성공하면서 삼성과 LG 등 굴지의 가전업체들도 가세하면서 김치냉장고는 디자인은 물론 기술도 크게 개선돼 현재는 과일·야채·육류 등도 얼지 않은 신선한 상태로 오랫동안 보관이 가능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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