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통해 어르신들과 감성 교감, 온기 전하며 치매치료와 예방 활동

□인터뷰...치매미술치료협회 신현옥 회장

치매미술치료협회 신현옥 회장은 30여 년간 어르신과 함께 그림을 그려오며 치매 예방과 치료를 도왔다. 마음과 정성을 담아 공을 들인 시간과 세월이었다. 그림을 통해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인 추억을 되살려 어르신들이 성취감과 정서적 안정을 느낄 수 있게 도왔다. 어르신들의 작품을 소중히 간직해오며 전시회를 갖고 자그마한 상설전시관도 꾸며놓았다. 치매 미술치료로 세상에 온기를 전하고 있는 신현옥 회장을 만났다.
▲ 치매미술치료에 30여 년간의 열정을 바치며 치매어르신들과 교감하고 있는 신 현옥 회장

“크레파스를 들고 어르신들을 만난 지 어언 30년의 세월이 흘렀죠.

그간 무슨 목적을 가지고 그분들을 만난 것이 아니었습니다.

세월의 흔적 남은 주름진 손마디에서

꽃 보다 더 예쁜 옛 이야기가 피어납니다.

어르신들의 작품 하나하나가 제겐 소중한 보물입니다.

그림으로 어르신들의 소중한 기억들을 조금이나마 되살리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와 함께 그림을 그리다

“치매에 걸리셨던 시어머니가 주신 제 인생의 보너스죠”

 

치매미술치료에 대한 신 회장의 의미 있는 해석이다. ‘시어머니가 며느리 옷을 입고 동네를 돌아다닌다’며 흉보는 이웃의 소리가 싫어서 새댁 시절에 시어머니와 함께 집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았던 게 그림이었다.

신현옥 회장은 그림을 전공하진 않았지만 그림 그리기를 좋아해 혼자서 그림을 그려왔는데 시어머니 손에도 크레파스를 쥐어주니, 신기하게도 시어머니의 치매 증상이 완화됐다. 기억을 떠올리며 좋은 생각을 많이 해서인지 생활에도 활기가 돌았다. 신 회장은 시어머니가 돌아가신 후엔 이웃의 어르신들과 함께 그림을 그렸다.

•그림으로 어르신들을 섬기고 마음 나눠

“여러 어르신들을 섬기다보니 제 능력보다 더 좋은 것을 주셨나 봐요.”무엇보다 이젠 장성한 자녀들이 엄마의 일을 항상 따뜻하게 응원하고 지지해 주는 일이 고맙다. 사소한 걱정도 함께 나누려 한다. 남편 역시 25년 전에 영실버아트센터를 마련해 주고 로드갤러리를 꾸미는데 도움을 줬다. 수원에 위치한 2층 양옥집이 바로 그의 사무실이자 어르신들과 그림을 그리는 공간인 영실버아트센터다. 가족들의 협조로 이룬 공간이다.

신현옥 회장은 그림 전공자는 아니라도 꾸준히 자신의 그림도 그려오며 예술의 전당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한국미술협회 이사직을 맡는 등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수원의 유명한 음식점인 가보정 3관에 걸린 그림들이 모두 신 회장의 작품이다.

▲ 일일이 코팅해 모아놓은 어르신들의 작품을 보관하기 위해 따로 건강미술역사박물관을 만들었다.

•어르신들 작품 전시로 효 사상 확산

“그림엔 마음이 담겼죠. 어르신들의 그림은 제겐 세상에서 가장 특별하고도 소중한 작품입니다. 주름지고 무딘 손으로 그리셨어요. 어르신들이 기억하고 싶은 삶의 아름다운 이야기들을 다른 이들과도 나누고 싶어요” 그래서 어르신들의 그림을 모아 건강미술역사박물관도 따로 마련했다. 어르신들의 그림이 곧 역사란 생각에서 월세를 내가며 개인적으로 마련한 공간으로 어르신들의 작품을 전시하고 모아놓은 곳이다.

신현옥 회장은 뜻 맞는 몇몇 사람들과 1991년 치매미술협회를 설립하며 경기도는 물론 해외에서도 어르신들의 그림으로 전시회를 개최해왔다. 지난해엔 3‧1운동 100주년을 기념하는 전시회를 열었고, 지난 가을엔 정조의 효 사랑을 전파하기 위해 어르신들의 작품으로 전시를 했다.

•치매미술 치료로 변화가 나타난다

신 회장은 각 노인복지시설 등에 치매미술치료수업도 나간다. 버겁고 힘들 때도 있지만 꾸준히 그림을 그리면서 치매가 호전되고, 추억을 그림으로 남기며 즐거워하고 밝아지시는 어르신들의 모습을 보는 것이 기뻐서 멈추지 않고 계속 하고 있다.

처음엔 손에 힘이 없고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아도 꾸준히 하면 변화가 나타난다. 처음 그림이 점과 선이었다면 점차 구체화된다. 신 회장은 어르신의 수전증이 완화되는 경험도 했다.

치매미술협회는 치매어르신들의 기억력과 인지력 향상을 위한 치매미술치료, 건강한 노후 활동을 위한 실버문화 프로그램인 건강미술요법, 치매미술치료사·건강미술요법사 양성 등의 일을 하고 있다.

•회상요법으로 마음을 나눈다

“현대인은 어찌 보면 모두 치매를 앓고 있는지도 몰라요”신 회장은 사람과의 소통이 없어지고 기계화되는 세상에서 미술 수업으로 사람들과 정과 온기를 나눌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한다. 미술 수업으로 일주일이면 100여 명의 사람을 만나고 회상요법을 통해 어르신들과 같이 그림을 즐긴다.

“치매라고 모든 기능이 다 나빠지는 것은 아니죠. 잃어버린 기능을 되찾게 하는 것은 사랑과 감성의 힘입니다”그래서 신 회장은 치매미술치료는 치료가 아닌 감성을 나누는 일이라 정의한다. 다가가 말 건네고 인정해 주고 마음을 전달하는 일이 사실 그림지도 보다 더 중요하다.

“어르신들의 주름진 손끝에서 나온 작품을 통해 저 역시 깊은 감성을 배워요. 서로 존중하고 인정하고 교감하는 과정이 성취감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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