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년특집 : 庚子年 쥐띠 농촌여성들의 신년 포부-경기 안산 정희정씨

경자년(庚子年) 쥐띠 해 새해가 힘차게 솟았다. 예로부터 쥐는 영리함과 부지런함, 다산의 상징으로 여겨왔다. 우리 농업·농촌에 꼭 필요한 요건을 쥐가 다 갖춘 듯 하다. 농촌고령화가 심화되고 있지만 농촌을 지키는 이들 젊은(?)농업인이 있기에 우리 농업의 미래는 희망적이다. 쥐띠 해를 맞아 1972년생 젊은 여성농업인 4인방의 2020년 포부와 각오를 들어본다.

포도농사, 가격폭락 없이 하늘이 돕길 소망
부부는 일심동체…서로 맞춰가며 어느새 동화

▲ 정희정씨와 신철선씨는 전국 모든 회원들이 포도송이처럼 행복을 알알이 맺는 해가 됐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사랑이 꽃피는 농장
“우리 부부는 농장 이름을 ‘대부러브 포도’라고 지었어요. 우리 이름을 넣거나 다른 건 마음에 들지 않더라구요. 포도도 그렇고 우리 가족에게도 사랑이 활짝 만발했으면 하는 바람이 담겼어요.”

안산 대부도가 고향인 남편 신철선씨는 15년 전, 도시의 직장생활을 접고 귀농해 정희정씨와 포도농사를 짓기 시작했다고 한다. 경기도 포도 주산지인 대부도는 ‘대부포도’로 전국적인 명성을 얻고 있어 가능한 선택이었다.

대부포도는 바닷가에서 불어오는 바람과 예전부터 물맛 좋기로 유명해 향과 새콤달콤한 맛이 강점이다. 정희정씨의 농장이 있는 갈마지(渴馬地) 마을은 마을 근처 산 모양이 말머리 모양이고, 그 앞에 작은 우물이 있었는데 목마른 말이 우물물을 먹고 갈증을 풀었다는 데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이곳에서 지금은 당도가 높고, 씨가 없으면서 껍질째 먹을 수 있어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는 샤인머스켓을 키워 예전보다 쏠쏠한 재미를 보고 있다는 부부. 2015년 처음 샤인머스켓을 심었었는데 당시 대부도에는 한두 농가 정도만 키울 무렵이었다. 결코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남편이 원래 교육이 있는 곳이라면 다 찾아다닐 정도로 열혈농사꾼이에요. 샤인머스켓 이름도 생소하던 그때 높은 소득이 기대된다는 강사의 말을 듣고 무릎을 치며 ‘이거다 싶어’라며 도전을 했죠. 지금은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해져 소득도 늘어났지만 너무 많은 농가가 키우고 있어 가격이 갑자기 떨어질까 사실 걱정도 돼요.”

부부의 포도 농사는 이미 대외적으로 인정을 받기도 했다. 지난해 8월 경기도농업기술원 주최로 열린 ‘경기도 포도 품평회’ 샤인머스켓 부문에서 대상을 차지한 것이다. 하지만 기쁜 일만 있었던 건 아니다. 수확철 불어닥친 태풍 링링으로 피해도 봤다. 바람으로 포도가 떨어지기도 했고, 비를 맞으며 열매가 터져버려 농가는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농사라는 게 하늘이 도와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한 해이기도 했다고.

밭에 서 있기만 하면 된다더니…
“인천이 고향인데 시집오기 전엔 농사의 농자도 몰랐어요. 남편이 대부도로 귀농하자고 저를 꼬실 때 ‘밭에 그냥 서 있기만 하면 돼’라는 말을 믿을 정도로 왕초보였어요. 근데 지금은 제가 농사에 재미가 붙어서인지 밭에 가자고 재촉해요. 완전 180도 바뀐 셈이죠. 그리고 올해는 소비자 직판 이외에도 도매시장에도 출하할 생각인데 그것도 별탈 없이 잘 진행됐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1972년생 정희정씨와 1965년생 신철선씨는 각각 쥐띠와 뱀띠다. 띠로 봤을 땐 뱀이 쥐를 잡아먹으니 부부 궁합으론 좋지 않다는 말도 있다. 하지만 띠는 띠일 뿐 살아가며 맞춰가는 게 결혼생활이라는 정희정씨.

지금 농사지으며 살 줄은 꿈에도 몰랐을 도시처녀가 귀농을 결심한 남편을 따라 어느덧 그 못지않은 열혈농사꾼이 된 모습을 보자면 정희정씨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결혼생활 동안 어느새 농사를 짓는 마음가짐도 똑같아졌다는 부부.

“부부는 일심동체잖아요. 우리 부부는 소비자를 우리 가족처럼 생각해 거짓 없이 농사지으려고 해요. 품질만 진실하면 입소문을 타고 알려지는 건 순식간이더라구요. 우연히 대부도로 관광 왔다 우리 포도를 맛본 한 사장님이 지금은 몇 년째 직원들 명절선물로 애용하고 있어요. 그렇게 우리 포도를 알아주는 고마운 소비자들을 위해서라도 올해도 진실 되게 농사짓자는 마음가짐이에요. 그리고 지난해처럼 태풍피해 없이 하늘이 돕길 소망해요.”

농사꾼의 거짓 없는 수고스러움이 열매로 결실을 맺는다고 한다. 안산 대부도의 정희정씨와 신철선씨는 올해도 많은 포도송이에 알알이 행복을 맺을 것이다. 변함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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