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기술실용화재단 공동기획-소비자가 Pick한 농식품 판매왕 ④알알이거둠터

진정한 위기는 이전에 경험해보지 못한 것일 때다. 지금 농업계가 맞닥뜨리고 있는 위기 역시 마찬가지다. 그래서 농업의 혁신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농업기술실용화재단(이사장 박철웅)이 주관한 ‘판매왕 챌린지’(소비자가 Pick한 농식품 분야 15개 업체들의 자웅을 겨룬 창업콘테스트)에 시선이 쏠린다. 네 번째는 유기농 착즙주스를 생산하고 있는 알알이거둠터 송예슬씨다.

▲ 친환경 농법을 고집하는 부모님 뒤를 이어 당일수확해 착즙한 주스를 생산하는 송예슬씨는 이번 판매왕 챌린지에서 4위에 입선하기도 했다.

당일수확·당일착즙 주스로 ‘디톡스’
흙과 사람 살리는 유기농으로 채소 키워

부모님이 흘린 피땀 안타까워
“한 알 한 알 정성스레 거둔다는 뜻이에요. 20년 전부터 그야말로 피땀 흘려가며 유기농으로 농사짓고 있는 우리 농장의 모든 것을 담았다고 할 수 있죠.”

알알이거둠터의 뜻을 이렇게 설명한 송예슬씨의 말마따나 유기농 농사는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수고는 수고대로 하는데도 소비자들은 색이나 모양 등 겉모습이 예쁜 걸 선호한다. 농약 없이 키우면 어쩔 수 없이 색도 일정치 않고, 크면서 매끈한 모양의 수확물이 나오기 힘든 유기농 농산물은 그래서 되레 가격에서 손해를 보는 경우가 허다하다. 유기농에 대한 인식이 좋아졌다고 하지만 막상 현실은 여전히 예전 그대로라고 한다. 그것이 가공에 뛰어든 계기가 됐다는 송예슬씨.

“아버지 고향 청주에서 부모님은 40년 넘게 농사를 지으셨어요. 신선초, 블루베리, 케일 등 갖가지 유기농 채소를 키우신 부모님은 풀무원에 납품할 정도로 품질을 인정받으셨죠. 하지만 흘린 피땀만큼 보상을 받지 못하는 부모님이 안타까워 판로개척을 위해 블로그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직접 판매에 나섰고, 5년 전쯤 연구원 생활을 접고 귀농하게 됐어요.”

귀농 후 힘을 보태니 생산량이 늘어났고, 2018년부터 채소 착즙주스를 본격 생산하기에 이르렀다. 다이어트와 미용을 위해 체내 독소를 배출한다는 디톡스 열풍으로 유기농 채소 착즙주스는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거기에 이론적인 깊이를 더하기 위해 채소 소믈리에 자격증도 취득했다. 이미 선진국에선 굉장히 전도유망한 직업으로 부상하기 시작한 채소 소믈리에는 농장을 찾는 체험객들을 위해 필요한 것이었다. 그리고 평범한 농부로 안주하지 않고 소비자들에게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는 안내자이자 채소 전반의 전문가라는 목표 때문이기도 했다.

▲ 알알이거둠터의 유기농 채소 착즙주스

유기농의 가치 제대로 인정받길…
알알이거둠터의 주스는 당일 수확한 채소 착즙을 원칙으로 한다. 제품은 단독즙과 혼합즙으로 구분되고 계절마다 수시로 바뀐다. 착즙주스를 접해보지 못한 초보자들에겐 과일이 들어가 단맛이 있는 혼합즙을 권한다고. 당뇨·고혈압·아토피 등으로 아픈 몸을 먹는 것으로 치유하려는 환자들도 많이 찾는다고 단독즙 등은 파우치 형태의 제품은 신선도를 위해 냉동형태로 소비자에게 직접 전달된다.

“사실 시중에 100% 착즙주스는 많아요. 하지만 이것저것 첨가해 채소 본연의 색이 아닌 주스, 중탕한 주스 등 제가 봤을 때 유기농 착즙주스라고 인정할 수 없는 제품들이 즐비하죠. 가격도 비싸고요. 우리 농장 착즙주스는 생산을 직접 하기 때문에 제품가격에서 원물은 1/3 수준으로 가격거품을 빼는 게 가능했죠.”

최근엔 ABC 착즙주스도 내놨다. Apple·Beet·Carrot의 첫 이니셜을 딴 ABC 착즙주스는 농장에서 키운 비트와 당근, 그리고 경북 의성의 유기농 사과가 들어갔다.

“제 농사스승이기도 한 아버지는 항상 ‘농사꾼은 거짓말하지 않는다. 장사꾼이 거짓말하지’라고 하세요. 농사꾼이라면 거짓말할 수 없죠. 수확한 것만 보면 제대로 농사를 지었는지 아닌지 단박에 알 수 있으니까요. 유기농이란 말이 없었을 시절부터 친환경 농법을 고집하신 아버지한테 아직도 배울 게 많아요. 소비자들도 땅과 사람 모두를 살리는 유기농에 대해 가치를 인정해 주셨으면 해요.”

착즙주스를 내놓은지 2년이 됐지만 업그레이드는 계속된다는 송예슬씨. 우선 스무디 형태의 제품과 착즙하고 남은 찌꺼기를 입욕제나 비누로 만들 계획이라고 한다.

귀농 초기엔 흙 밟고 별 보는 낭만적인 귀농라이프를 즐겼다는 송예슬씨는 가공 이후 365일 24시간 내내 일이 끊이질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몸은 힘들어도 1차 생산만은 포기하지 않고 농사꾼의 본분을 지키겠다는 그에게서 순도 100%의 농사 사랑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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