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명견 교수의 재미있고 유익한 옷 이야기(73)

종이가죽․버섯가죽 등등
식물성가죽 개발 경쟁
생산지인 농업․농촌 부상

가죽이란 벗겨낸 동물의 피부를 일컫는 순수한 우리말이다. 털이 있는 모피와 구분해 사용된다. 가죽은 인류의 가장 원초적이면서 본질적인 의복재료였다. 인간이 생존을 위해 사냥을 하면서, 그 부산물로 얻은 가죽을 의복재료, 침구류, 비와 바람막이 등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B.C.6000년경 이집트의 동굴벽화에 왕과 신에게 공물로 가죽을 바치는 모습이 묘사돼 있어 당시 가죽이 신성하고 귀한 것이었음을 알게 한다. 사회가 형성되며 사자나 호랑이 같은 맹수의 가죽이 용기의 상징이 돼 양탄자나 벽걸이 같은 장식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직물이 개발되고 발전하면서 가죽은 의복재료로서보다 마구, 신발, 핸드백, 벨트 또는 실내장식을 위한 공예품으로 꾸준히 발전돼왔다. 그러다 20세기에 들어 가죽이 독창적인 옷의 재료로 각광을 받으며 다시 주목을 받게 됐다. 특히 1950년대 젊은이의 패션이 유행을 이끌며 가죽은 바로 젊음을 상징하는 옷처럼 인식되기도 했다. 1970년대의 펑크패션에서 가죽 옷은 반항아를 나타내는 옷이었고, 터프가이의 전유물인 것만 같았으나, 가죽 옷이 차츰 일반인들의 패션에까지 깊이 자리를 잡게 됐다.

21세기에 이르러서는 젊음뿐 아니라 성적 매력을 발산하는 옷으로까지 그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따라서 가죽 수요가 커질 수밖에 없게 됐다. 세계 가죽시장 규모가 인조가죽을 포함해 850억 달러(약 87조 원)에 달할 정도로 어마어마해졌고, 국내 시장도 어림잡아 4000억 원쯤으로 추산된다.
기본적으로 가죽 생산에는 동물의 도축이라는 과정이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질 좋은 가죽을 얻기 위해서는 여러 공정을 거쳐야하고 이때 많은 물과 화학약품들이 사용된다. 때문에 동물 애호와 환경보호 측면에서 문제가 생겨날 수밖에 없다. 마침 천연가죽과 거의 흡사한 인조가죽이 등장했으나 이것 역시 환경오염이라는 심각한 벽을 넘을 수 없는 한계가 있다.

다행히 최근 천연가죽을 대체할 수 있는 신개념의 가죽이 등장해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바로 식물성 가죽이다. 파인애플 껍데기를 이용한 식물성 가죽 피나텍스가 전기차 ‘테슬라’에 들어갈 정도로 판로를 넓히고 있고, 코르크나무 껍질을 벗겨 만든 코르크 가죽도 등장했다. 국내에서도 한지를 이용한 종이가죽 ‘하운지’가 호평을 얻고 있다. 이 가죽은 항균력과 우수한 통풍성, 그리고 방수기능을 겸비하고 있고, 동물성 가죽과 인조가죽에는 사용이 불가능한 다림질까지 가능하며, 스크래치(흠집)에도 강해 다른 여러 가지 가공작업이 용이하다고 알려져 있다.

특히 최근에는 버섯의 균사체로 가죽을 만드는 새로운 분야의 가죽개발이 세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미국과 이태리에서는 이미 ‘버섯가죽’을 판매 중이고 우리나라도 개발에 성공해 머지않아 시판되리라고 한다. 이들 식물성 가죽들은 인조가죽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을 만큼 천연가죽과 유사하고, 무공해에 강도까지 매우 질기다고 한다. 서로 경제성을 놓고 경쟁하게 될 것이다. 이들의 생산바탕이 농업이라는 점에서 농촌이 새로운 ‘식물성 가죽의 발전기지’가 될 수 있다는 기대를 가져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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